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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씨로 마음을 쓰다 -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박병철 작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2016-10-06
조회수
8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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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로 마음을 쓰다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박병철 작가

서울 시민의 출퇴근길을 고요히 위로하는 ‘광화문 글판’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읽고 지나칠 수 있는 문구가 ‘캘리그래피’라는 영역을 만나 예술로 승화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떠한 힐링의 효과를 안기는지를 이 광화문 글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문구의 느낌에 맞게 쓰인 유려한 글씨와 이미지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예술작품 캘리그래피는 ‘박병철 작가’에 의해 더 많이 확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글씨를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글씨로 소통하는 사람, 박병철 작가에게 과연 캘리그래피란 어떠한 의미일까.

캘리그래피 그리고 박병철
Q. 안녕하세요, 작가님! 바쁘신데도 불구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캘리그래피 작가’, ‘광화문 글판의 작가’ 등으로 많이 알려져 계신데요. 작가님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박병철 작가

▲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박병철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글씨 쓰는 일을 하는 박병철입니다. 우리의 한글을 멋스럽고 아름답게 쓰기 위해 글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글씨로 이야기하고 있는 ‘글씨농부’이기도 합니다.
Q. 지금은 한글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글은 예술이라기보다는 그저 ‘문자’라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글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캘리그래피를 선택(?)하신 배경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캘리그래피가 등장하기 이전의 한글은 ‘우리의 것은 소중하다’라는 정도의 인식이었습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한글을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 영어를 많이 사용했죠. 영어가 들어가면 디자인이 세련되게 보인다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인식을 바꾼 것이 바로 캘리그래피입니다. 저 역시 디자이너 생활을 했었는데요. 예전에는 컴퓨터가 없어 수작업으로 디자인을 했어요. 디자이너가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고 글꼴을 만들어 자르고 붙였죠. 그중 글씨를 쓰는 일은 저의 감성과 일치했어요. 글씨를 쓰고 있으면 가슴에 알 수 없는 따뜻한 그 무엇이 꽉 채워졌지요. 특히, 우리의 문자인 한글로 제 마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힐링의 메시지를 담은 캘리그래피 작품들

▲ 힐링의 메시지를 담은 캘리그래피 작품들

사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그리움을 달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집안에 먹 냄새가 가득 찼죠. 본격적으로 캘리그래피를 하기 전이었기에 예술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마음을 낙서하듯 늘어놓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글씨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전달하면 어떨까? 내가 그랬듯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생각으로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만든 것이 ‘마음엽서’였죠. 이 시기에는 캘리그래피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주변의 우려가 많았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시작이었습니다.
Q. 많은 작품이 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가장 대표작이라 할만한 캘리그래피는 무엇인가요?
캘리그래피는 상업적인 일에 사용되면서 탄생한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디자인과 광고의 콘셉트와 내용에 맞게 글씨를 쓰는 것이죠. 저도 꽤 많은 작업을 했는데요. 상업적인 작품으로는 국순당의 대박막걸리가 생각납니다. 크게 이루어지라는 뜻을 갖고 있는 ‘대박’의 기운이 넘치는 힘찬 느낌과 달리 친근하고 다정한 글자체를 요구하는 콘셉트여서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즐거워하는 풍경을 생각하며 작업했던 글씨로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보생명의 ‘광화문 글판’입니다. 광화문 글판 작업을 하면서 ‘사람에게 이로운 글씨가 좋은 글씨다.’라는 글씨 철학이 생겼어요. 광화문글판은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먼 거리에서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글귀인지 알 수 없어 얼굴을 찡그린다면 뜻과 의미가 제대로 전달 될 수 없죠. 글씨가 주인공이 되기보다, 글을 읽고 감동과 위로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좌측부터) 국순당 대박막걸리, 광화문 글판 캘리그래피

▲ (좌측부터) 국순당 대박막걸리, 광화문 글판 캘리그래피

Q.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 무척 궁금합니다. 작업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진행되며, 주로 어떠한 것(혹은 곳)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요?
먼저 의뢰를 받은 글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뜻과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업 기간의 70%를 글꼴을 연구하고 스케치하는 데 사용하니 중요한 시간이지요. 그리고 글꼴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도구와 재료를 선택하여 최대한 많이 쓰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중 가장 좋은 것을 골라 광고주에게 전달하죠. 순수작품의 경우, 평소 수없이 많은 글귀를 메모하는 데서 출발해요. 사람과 자연, 때마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그것을 낙서와 같이 그림도 넣어 작품을 스케치하고요. 다양한 재료 중 저는 꺾어진 나뭇가지나 나무젓가락과 같은 흔하고 보잘것없는 것을 주어와 도구로 삼아 글씨를 쓰는 것을 즐깁니다. 죽은 것에 한 번 더 생명을 불어넣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나뭇가지로 쓴 캘리그래피 작품

▲ 나뭇가지로 쓴 캘리그래피 작품

한글과 예술이 결합된 감성의 소통, 캘리그래피
Q. 캘리그래피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엇일까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캘리그래피의 매력 또한 궁금합니다.
한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작년과 올해에 걸쳐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한글파티’라는 행사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 행사에서 제가 전달했던 강연 주제가 바로 ‘한글 캘리그래피는 마음을 담는 것이다’였습니다. 표음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상형문자처럼 형상으로 내용을 표현한 저의 작품과 이야기를 들은 참가자들은 이를 쉽게 이해하고 감성까지 충만해져 돌아갔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한글을 디자인으로 접근하여 콘텐츠를 만들면 세계인이 소통하는 언어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사랑하여 한글을 창제했죠. 이처럼 사람을 귀하게 여긴 세종대왕의 마음처럼 사람의 마음을 담은 글씨가 바로 한국 캘리그래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한글의 힘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담은 캘리그래피 작품

▲ 마음을 담은 캘리그래피 작품

Q. 출퇴근길 작가님의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을 보며 위안을 얻은 적이 많았습니다. 캘리그래피는 단순히 글씨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을 넘어 감동을 주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캘리그래피가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는지요?
광화문 글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감성문화의 아이콘입니다. 이 작업을 하며 저도 때때로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한 경험으로 저의 글을 글씨와 그림으로 엮어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힐링캘리그래피’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수업도 하고 있고요. 이렇듯 일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토닥이고 어루만져주는 캘리그래피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미 광고 분야를 넘어 생활에서 글씨를 주고받으며 선물하는 ‘글씨문화’의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캘리그래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캘리그래피 외에도 그래픽디자인, 일러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신데요.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실행하고 구상 중인 것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한글조형퍼포먼스’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꿈은 살아있다’입니다. ‘꿈’이라는 글씨를 조형물로 만들어 퍼포먼스를 하는 것인데요. 제가 좀 나서길 부끄러워합니다(웃음). 그런 저를 대신해서 한글조형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인 셈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어느 곳, 누구에게든 ‘꿈은 살아 있다’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좌측부터) 한글조형퍼포먼스의 ‘꿈’, 세로한글 작품

▲ (좌측부터) 한글조형퍼포먼스의 ‘꿈’, 세로한글 작품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고안한 ‘세로한글’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을 세로로 풀어서 쓴 독특한 구조입니다. 흔한 형식과 틀을 벗고 의미와 기원이 담긴 창의적인 한글을 선물하고 싶어 연구 끝에 창작해낸 작품인데요. 원리를 설명하면 쉽게 읽을 수 있어요. 뭔가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여 일명 ‘복글씨’라 불리기도 합니다.
Q. 소통을 통한 위안, 예술 작업이 주는 힐링 효과 등의 이유로 캘리그래피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캘리그래피를 위해 필요한 자질이나 마음가짐 등 입문자들에게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즐거워야 합니다. 재밌어야 합니다. 조금씩 한글의 글꼴에 관심을 갖고 요리조리 보고 쓰고 칠하고 하다 보면 점점 더 크고 아름다운 한글이 보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남의 것을 따라 하기보다 내 것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재밌게 상상하면서 캘리그래피를 하면 점점 예쁘고 멋진 글씨를 쓰게 될 것입니다. 캘리그래피 작가를 꿈꾸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작가를 원하는 사람은 마음가짐이 달라야 합니다. 전문가로서 자질과 인식,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격증 남발보다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하는 곳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Q. 끝으로 570돌 한글날을 맞아 축사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570돌을 맞이한 2016년 한글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글이 캘리그래피를 만나 이렇게 아름다워지고 젊어지니 참 기쁩니다. 우리의 것이 세계로 나아가는 다음 한류는 꼭 한글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한글이 더 사랑받으며 많은 이들을 웃게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진행 _ 박다연
  • 사진제공 _ 박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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