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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의 새 이름_코드명 D55C AE00]의 전시장 입구의 전경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1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디지털 세상의 새 이름_코드명 D55C AE00’을 2015년 10월 6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정보화된 한글의 모습을 조망하고 의사소통 수단인 문자로서의 한글뿐만 아니라 정보 처리 도구로써 한글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기획하였다. ‘D55C00’은 유니코드1)로 ‘한글’이다.
1982년 조병화 시인은 정보화 사회를 예측하고 이를 ‘미지의 빛’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현재 ‘미지의 빛’은 ‘일상의 빛’이 되었지만 그 빛이 생활 속 어디에 있는지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전시장 내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글 정보화’를 가능하게 했던 다양한 이야기와 현재 일상 속에 있는 ‘한글 정보화’의 잊혀진 이야기를 한글 워드프로세서, 한글 자판, 한글코드2), 한글 폰트, 한글 말뭉치3)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이른 아침, 출근하려는 경훈은 아버지가 문 앞에다 ‘주차금지’라는 글을 써 붙여 놓으려 하시는 모습을 본다.
지금은 이처럼 한글 워드프로세서로 언제나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문서를 만들고 출력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에 당시 고등학생이던 박현철이 최초로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든 이후 한글, 보석글 등의 한글워드프로세서가 개발되었다. 당시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산 박규식은 한글 워드프로세서로 만든 가족신문인 ‘가족월보’를 만들어 개인 출판의 시대를 열었다.
한글 1.5버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컴퓨터
주민등록증을 찾으러 주민센터에 간 소녀 서설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이름이 잘못 출력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이야기는 1983년생 ‘서설므ㅣ’의 실화이다. 오늘날은 컴퓨터에서 큰 어려움 없이 한글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설믜는 한글 코드 문제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제대로 적힌 주민등록증, 졸업 증명서 등을 가질 수 없었다.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서설믜 씨의 이야기가 담긴 전시실 내부.
한글 코드란 컴퓨터에서 한글을 나타내기 위한 기호 체계이다.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조합될 수 있는 글자는 11,172자이지만, 1980~1990년대에는 효율성을 위해 자주 쓰이는 2,300자 내외의 글자 위주로 코드를 만들었다. 따라서 2300자에 해당하지 않는 글자들은 컴퓨터에서 깨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현재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문자 코드인 유니코드를 쓰기 때문에 이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기존의 한글 코드를 쓰고 있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명수. 회사를 나서는데 여자친구 수민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우리는 이들처럼 매일 한국어로 말을 하고 매일 한글로 글을 쓴다. 우리 말과 글은 메신저 대화 분석기처럼 말뭉치를 통해 모으고, 분류하고, 분석할 수 있다. ‘말뭉치’란 컴퓨터로 우리말 글을 모아 놓은 자료이다.
우리말을 컴퓨터로 모아서 분석할 수 있는 ‘말뭉치’ 입구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가 미처 ‘한글 정보화’라고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과 함께 정보화와 관련된 전시자료 200여 점, 관련 멀티미디어 자료가 소개되었다. 관람객들은 말뭉치를 검색하여 우리가 평소에 쓰는 단어가 말뭉치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1분에 1000타를 칠 수 있다는 국회 의정기록과의 속기 타자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1955년에 문교부에서 편찬한 ‘우리말에 쓰인 글자의 잦기 조사’라는 말뭉치 관련 연구서에서 외솔 최현배가 속표지에 쓴 글이다. 이번 전시로 관람객들이 일상 속 한글 정보화를 발견하고 그 꽃이 피기까지의 노력을 음미하면서 정보화된 한글의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글 정보화의 전반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든 에필로그
글 신하영 학예연구사(<디지털 세상의 새 이름_코드명 D55C AE00> 전시기획 담당)
| 주석
출처: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8&attrId=&contents_id=103977&leafId=2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