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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10. 제 75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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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멋을 보여주는 한글 디자인

    명칭: 『리더스 다이제스트』 원도
    만든이: 김진평(1949 ~ 1998)
    시대: 1978 『리더스 다이제스트』 한글 로고타입 디자인
    크기: 9.5㎝ × 23㎝ (세로×가로cm)

    광고의 글자 표현과 타이포그래피

    레터링(lettering), 즉 ‘글자 표현’은 언어의 느낌과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글자에 표정을 입히는 일이다. 글자의 가독성과 균형을 고려한 형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자로 표현된다. 특히 광고에서 회사 로고, 상품 이름 등을 위한 글자 표현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시대 흐름을 읽는 디자인 감각을 필요로 한다. 글자의 획들이 만드는 공간과 말의 결을 표현하는 디자인 열쇠가 바로 ‘글자 표현’이다.

    시각 매체에서 광고의 정보 전달은 주로 글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광고 정보의 보다 정확하고 분명한 전달에는 글자를 디자인하는 기술, 즉 ‘타이포그래피(typography)’가 중요하다. 성공적인 광고 제작에는 글자 표현에서 더 나아가 광고의 내용과 느낌에 따라 알맞은 형태와 기능을 갖춘 디자인이 필요하다. 글자의 종류, 크기, 배치와 글자 사이, 단어 사이, 글줄 사이를 적절하게 디자인해야 광고의 의미가 두드러질 수 있다. 글자에 담긴 다양한 감정들이 비로소 전달되는 것이다.

    나라마다 다른 언어와 그에 맞는 독특한 타이포그래피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과 타이포그래피의 수준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 월간디자인 1991년 2월호 글에서, 김진평의 글

    광고 글자 표현의 시작, 김진평

    김진평(1949∼1998)은 척박한 한글 디자인 분야에서 한글의 문화적 위상을 높인 선구적인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였다. 김진평이 활동했던 1970년대 후반∼1990년대는 현대적 의미의 타이포그래피라는 용어가 쓰이고 한글 디자인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다. 정부의 수출 정책이 실효를 거두면서 광고 캠페인이나 포장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의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었고 한글을 사용하는 대중 매체, 출판물이 급증하였다. 서구 문화를 중시하는 시대 풍조에 따라, 영문 활자에 대한 사대주의는 한글이 열등하다는 현상을 초래했고 그것은 한글 타이포그라피 재료의 심각한 빈곤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김진평은 회사 로고, 출판 매체 등 왕성한 작업을 통해 한글의 정체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글 디자인을 체계화하였다. 특히 그가 저술한 『한글의 글자 표현』은 한글 활자 조형 이론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김진평은 한글 활자 작업에 관한 외래어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었다. 글자 디자인을 뜻하는 영문 ‘레터링(lettering)’도 우리말에 맞게 ‘글자 표현’이라고 하였다.

    또한 김진평은 미국 월간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의 한국판 창간 때부터 3년간 디자이너로 작업을 담당했다. 영문 로고가 갖는 구조와 조형미를 한글로 어떻게 조화롭게 살려내느냐가 핵심이다. 김진평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주요 기사 내용에 맞춰 그 제목에 글자 표현을 입혔다. 한글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보이는 김진평의 현대적인 글자 표현과 개성적인 장식 글자들은 한글의 정체성과 알파벳의 조화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원도들이 어지러이 늘어서 있다. ‘성공을 향한 여섯 계단’, ‘년 독일인의 대이동’, ‘그는 과연 대통령감인가?’, ‘미드웨이 해전’, ‘민주화의 길 - 정관수술, 위험한가?’, ‘휴전협상에 얽힌 비화 그는 과연 대통령 대통령감인가?’ 등이 적힌 인쇄물들을 겹쳐 배치해놓았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책자도 네 권 배치돼 있다.▲『리더스 다이제스트』 원도 모음

    김진평의 한글 조형 실험

    김진평은 로고타입의 제작을 위한 기초로서 한글 조형 요소를 연구하고 몇 가지 방향을 제안했다. 첫째, 독창적 표현이 가능한 자음 요소에 획의 굵기와 기울기 변화를 통한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표현 방법을 제시했다. 둘째, 손 글씨의 흐름을 이용하여 닿자 모양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셋째, 획을 응용하여 굵기 차이를 주거나 질감(내부·외곽 테두리와 그림자 등)을 주어 글자의 형태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많은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글의 조형성을 탐구하고 다양한 한글 표현의 방법을 제시한 김진평은 오늘날 디자이너들에게 시대적 제약이나 한계 상황 속에서도 창의성을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인 태도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2019.9.9.~2020.2.2.) 전시에서는 한글의 ‘조합’과 ‘모듈’특징을 바탕으로 또 다른 측면에서 한글 조형을 탐구한 다양한 디자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이틴』잡지 제호의 작업물. 하이틴이라 적은 캘리그래피 작품이다.▲『하이틴』잡지 제호
    자음 요소에 특징을 준 사례로 붓글씨의 자연스러운 흘림을 표현함

    ‘설인은 살아있다’ 기사 제목 레터링.▲‘설인은 살아있다’ 기사 제목 레터링『리더스 다이제스트』
    기사 내용에 어울리는 눈의 질감을 넣어 의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함

    원고 : 전시운영과 김은재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