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시
한글 서체를 통해 바라본 ‘캘리그라피가 나아갈 길’
기획전시 연계강연 <한글 서체를 통한 캘리그라피 글꼴 표현> 개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고 손 글씨보다 화면에 출력되는 디지털 폰트가 익숙한 시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손 글씨는 감성을 담은 하나의 예술 작품인 ‘캘리그라피’로 변화하고 있다. ‘캘리그라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강연회 <한글 서체를 통한 캘리그라피 글꼴 표현>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진행됐다.
▲ <한글 서체를 통한 캘리그라피 글꼴 표현> 개최
한글 서체의 발전상 종합하는 기획전시 연계강연 개최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삼국의 서체 발전상과 문화를 담은 기획전시 <한중일 서체 특별전>을 개최했다. 전시에서는 갑골문자부터 동양 삼국의 문자가 발전해온 양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와 연계해 지난 12월 8일에는 강연 <한글 서체를 통한 캘리그라피 글꼴 표현>을 열어 한글 서예와 캘리그라피에 관심 있는 대중을 위한 무료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날 강연자로는 대전대학교 오민준 교수가 나서 문자의 역사부터 한글 서체와 캘리그라피의 발전상을 들려주었다. 최근 캘리그라피의 인기를 방증하듯 강연을 수강하고자 하는 인원이 많아 박물관에서는 강연 장소를 강의실에서 강당으로 변경해야만 했다. 이에 오 교수는 “세 시간, 네 시간이 걸리더라도 캘리그라피를 뿌리째 뽑아 여러분께 나눠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며 수강생들의 기대에 화답했다.
▲ 다양한 캘리그라피 견본을 설명하는 오민준 교수
▲ 강연을 경청하는 수강생들
‘우리만의 서체’ 꿈꾸던 세종대왕의 뜻 물려받은 한글 서체
이날 강연은 서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시대상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고 변화하고 때론 사장되기도 한 서체는 현재에 와서 예술적인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글자를 적는 활동인 서예는 ‘손으로 붓을 잡고 대상에 이야기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시 말해 글씨를 단순히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어 오 교수는 한글 서체가 만들어진 배경으로 중국과 대등한 우리만의 서체를 갖고자 한 세종대왕의 심중을 꼽았다. 한글 창제로 인해 중국의 문자인 한자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자주적인 우리만의 서체를 갖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 고구려의 최전성기인 광개토대왕 시기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비를 살펴보면 중국의 그것과는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서체를 사용해 고구려의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세종대왕 역시 한글을 창제하면서 우리만의 독창적인 서체를 꿈꿨을 것입니다.”
새로운 창작을 위해서는 ‘한글의 원리’ 숙지하는 것이 기본
▲ 강사로 나선 대전대학교 오민준 교수
한글 서체의 역사적 배경에 이어 서체를 만드는 기본 원리에 대한 설명이 계속되었다. 오 교수는 한글 서체, 나아가 캘리그라피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천지인, 초성·중성·종성의 구분 등 한글이 만들어진 구성 원리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글은 천지인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음이 모음과 결합해 하나의 글자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초성·중성·종성으로 구분돼 있지요. 글자에 새로운 생명을 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합니다. 받침이 없는 글자는 자음과 모음으로만 이뤄지고 받침을 사용하게 되면 글자의 크기와 모양은 변화합니다. 이렇듯 정해진 범위 안에서 글자를 변형시키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인천강지곡》, 《훈민정음서문》, 《유충렬전》, 《종우전》 등 다양한 한글 창작물에 등장한 서체를 예로 들며 한글의 원리와 서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서체의 혼합은 새로운 캘리그라피 창조의 길
▲ <한글 서체를 통한 캘리그라피 글꼴 표현> 강연장 전경
오민준 교수는 캘리그라피에 대한 정의를 ‘글씨를 잘 쓰다. 글씨를 잘 그리다. 글씨를 잘 표현하다’로 내리면서 캘리그라피의 본질에 대해 유념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글꼴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문자의 원리와 근원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글꼴이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새로운 글꼴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이미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서체를 혼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