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0.10. 제 86호

지난호보기 메뉴열기

박물관아 놀자 한글박물관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레디 액션!’ 생방송 원격 교육 현장을 찾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의 일상 풍경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국립한글박물관 역시 감염 예방을 위해 ‘비대면 콘텐츠’로 온라인 관람객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비대면 원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생방송 원격 교육’ 촬영장을 방문해 그날의 생생한 긴장감과 현장감을 느껴보았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URL복사
소품 관리부터 카메라 조명 세팅까지!
눈코 뜰 사이 없는 생방송 준비

 하얀 티셔츠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이 갈색 테이블 앞에 나란히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 촬영 세팅이 되어있는 현장에는 여성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유튜브 화면이 올라간 대형 모니터, 조명, 마이크 등이 늘어서 있다. 우측에는 한 여성이 태블릿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흰 티셔츠를 입은 세명의 여성이 나란히 앉아 한 곳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여성의 앞에는 마이크와 촬영용 휴대폰이 삼각대 위로 세팅되어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그간 박물관에 찾아오기 어려운 초•중생들을 직접 찾아가 한물 문화를 전파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상황이 급변하며 국립한글박물관 교육팀은 7월부터 온라인 개학과 연계하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비대면 원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마치 방송국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한글배움터 공간에서 <한글보따리2> 생방송 촬영이 진행됐다. 방송 담당자들과 강사들은 수업 시작 1시간 전부터 장비와 소품을 점검하고, 목을 풀거나 간단한 리허설을 거듭하며 혹여나 있을 실수를 대비했다. 첫 촬영 때에는 시나리오를 달달 외웠지만, 어느덧 방송 경력 2개월 차!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강사들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했다.

온라인 교육으로 전파하는 한글문화
‘딱지본’ 소설을 아시나요

<한글 보따리2>는 한글 소설과 관련된 유물들을 통해 서민문화의 확산과 인쇄술의 발달 과정이 이루어낸 한글의 힘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강사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교육 방송에 접속한 학생들과 댓글 창을 통해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한글과 관련된 O.X 퀴즈’를 통해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한글 문학의 확산 배경과 당시 생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극을 진행하며 재미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두 명의 흰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대화하고 있다. 한 여성은 책자를 손에 들고 다른 여성에게 설명하고 있다.   

서태후전 딱지본 소설 표지. 표지에는 ‘西太后傳(서태후전)’이라 적혀있고, 가운데에는 빨간 의자에 앉아 황금색 옷을 입고 정면을 응시하는 서태우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서태후전(西太后傳) ‘딱지본’ 소설

유튜브 화면을 촬영한 모습. 유튜브 화면 안으로 두 여인의 움직임이 캡쳐돼 있다.  

본격적으로 보따리 속 유물인 ‘딱지본’ 등을 통해 인쇄술의 발달 및 차이점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1910년대 우리나라에는 서양의 활판 인쇄술이 도입되면서 신식 활판 인쇄기로 책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출판물이 등장했다. 딱지본은 1920~30년대에 유행한 소설집으로 딱지처럼 책의 표지를 울긋불긋하게 인쇄한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이 책은 암울한 대일항쟁기에 독자들에게 웃음을 전하며 한글을 전파했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수업 내내 댓글창은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반응으로 뒤덮였다. ‘진짜 유물인가요?’라고 묻는 장난기 어린 질문부터 ‘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본 적은 있지만, 우리의 활자 역사가 담겨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는 진지한 반응도 더러 보였다. 학생들의 반응에 강사들도 힘을 내어 다음 차례로 넘어가려 할 때,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생방송의 묘미 돌발 상황,
박물관 교육팀은 오늘도 노하우를 쌓는 중

갑자기 잘 송출되던 화면이 지속적으로 멈추며, ‘자꾸 끊긴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교육 담당자들이 여러 방면으로 오류를 바로잡으려 해도 버퍼링 현상은 계속됐다. 급기야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존 방송을 끈 뒤 새로운 방송을 시작하려 했지만 여전히 ‘먹통’이었다. 온라인 교육 시작 후 처음 겪는 상황에 잠시 우왕좌왕하던 담당자들은 곧바로 담임교사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 교육 날짜를 정하며 후속 조취를 했다.

교육 담당자들 등 뒤에 식은땀이 흥건했지만 이런 해프닝 역시 원격 교육의 일부가 아닐까. 국립한글박물관과 학생들 역시 원격 교육 환경에 놓인 것이 처음인 만큼, 이러한 모든 과정이 온라인 교육에 적응하는 시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앞으로도 전국의 학생 단체뿐 아니라 외국인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원격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더욱더 발전해나가는 교육 방송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글의 즐거움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지금이야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만 해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모두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저희는 여러 번의 기획 회의를 거치며 학생들이 화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내용 구성을 고민하면서 방송에 맞는 시나리오를 완성했죠. 베테랑 강사님들을 모셨지만, 카메라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고요. 앞으로도 저희는 변화하고 발전하며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2021년에는 더욱 확장되고 체계적인 교육 콘텐츠를 기대해주세요.” 연구교육과 김서영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