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제60호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박물관에서 배우다

우리 몸을 언어문화사적으로 보는 최초의 전시
<나는 몸이로소이다>

글. 고은숙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사

110여 년 전 한국 최초로 한글 해부학 교과서가 번역되었다. 1906년 대한황성제중원에서 펴낸 이 책은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 쓰카누(今田束, 1850-1889)의 『실용해부학實用解剖學』(1888)을 제중원 의학생 김필순(金弼淳, 1878-1919)이 우리말로 번역하고 제중원 의학교수 에비슨(魚丕信 Oliver R. Avison, 1860-1956)이 교열한 것이다. 근대 서양의학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몸에 대한 최초의 한글 전문 해설서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달 7월 19일부터 2018년 10월 14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화기 한글 해부학 교과서를 통해 우리 몸을 언어문화사적으로 살피는 최초의 전시인 <나는 몸이로소이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개화기 한글 해부학 교과서를 통해 낯선 서양의학과의 만남이 몸에 대한 우리말과 전통적인 사고를 어떻게 바꾸고 삶의 모습을 달라지게 했는지를 돌아보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몸을 이해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해부학 교과서는 사람의 몸을 대상화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서양의학의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전시장 1부 ‘몸의 시대를 열다’에서는 몸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과 근대 서양의학의 관점을 비교하고, 근대 서양의학이 어떻게 들어오고 퍼져 나갔는지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전시장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20세기 초 한국의 건축 양식을 살려 연출하였다. 2부 ‘몸을 정의하다’에서는 한글 창제 이후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몸을 가리키는 우리말 글의 변화를 선보인다. 몸에 대한 우리말과 문화,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진 말들을 볼 수 있다. 3부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에서는 몇 번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우리말로 해부학 교과서를 펴낸 김필순, 에비슨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고 제중원 『해부학』의 언어적 특성과 가치를 소개하였다.

제중원 『해부학』에는 이전에 없었던 몸에 대한 새로운 말들이 많이 나온다. 서구의 새로운 지식을 우리말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새 말을 무수히 만들어 내야만 했는데 제중원의 『해부학』은 일본 원서의 한자어들을 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우리말에 없는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과 노력이 담겨 있다.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늘 사용하면서도 잘 몰랐던 몸을 표현하는 우리말의 재미와 가치를 느끼길 바란다. 새로운 말과 생각을 실어 나르는 도구, 한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획전시 <나는 몸이로소이다> 포스터 ▲기획전시 <나는 몸이로소이다> 포스터

<전시개요>

• 전시기간 : 2018.7.19.(목)~2018.10.14.(일)     *개막식: 2018.7.19.(목) 4시

• 전시장소 :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 전시자료 :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해부학』(1906)을 비롯한 개화기 한글 의학 교과서, 서양 외과도구, 전통의학서, 조선의 검시도구, 전통 인체 해부도 ‘동인도’ 등 관련 유물 135건 210점

<전시 자료 소개>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해부학解剖學 / 1906년 / 22.6(세로)×16.0(가로)cm ▲ 해부학解剖學 / 1906년 / 22.6(세로)×16.0(가로)cm일본 해부학자 이마다 쓰카누(今田束, 1850-1889)의 『실용해부학實用解剖學』(1888)을 제중원 김필순(金弼淳, 1880-1922)이 우리말로 번역하고 에비슨(魚丕信 Oliver R. Avison, 1860-1956)이 교열하여 1906년에 대한황성제중원에서 펴낸 해부학 교과서이다.
총 3권이며, 1권은 뼈와 인대, 근육, 2권은 내장기관, 3권은 혈관과 신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람 몸을 해부하여 알게 된 지식을 바탕으로 몸의 구조와 특성을 자세히 서술하였다. 해부학은 전통의학과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대비되는 근대 서양의학의 기초 분야이다.

음양오행의 질서를 담은 전통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 / 1613년 초간 / 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36.7(세로)×22(가로)cm ▲ 동의보감東醫寶鑑 / 1613년 초간 / 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36.7(세로)×22(가로)cm
1610년 허준(許浚, 1546-1615)이 동아시아의 의서를 집대성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더하여 저술한 종합 의서이다. 총 25권 25책이며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침구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질서에 따라 몸을 설명하였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17세기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하여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허준이 간행에 직접 관여한 초판 완질 2본(오대산사고본, 적성산사고본)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시대의 살인 사건 수사 지침서

증수무원록언해增修無冤錄諺解 / 1796년 / 31.3(세로)×19.4(가로)cm ▲증수무원록언해增修無冤錄諺解 / 1796년 / 31.3(세로)×19.4(가로)cm살인 사건과 관련된 시시비비를 명백히 밝히기 위한 검시檢屍 지침서이다. 정조의 명으로 구윤명(具允明, 1711-1797)이 편찬한 『증수무원록대전增修無冤錄大全』을 서유린(徐有隣, 1738-1802) 등이 언해하여 1796년에 3권 2책으로 간행하였다. 중국 원나라 때 왕여(王與, ?-?)가 쓴 『무원록無冤錄』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사람의 몸을 해부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몸의 흔적만으로 사인을 밝힐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몸을 가리키는 우리말 이름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서양의 외과도구

고종의 어의, 분쉬(Richard Wunsch, 1869~1911)의 외과 도구 / 20세기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 7.0(세로)x19.7(가로)x3.0(높이)cm / 등록문화재 제450호
▲고종의 어의, 분쉬(Richard Wunsch, 1869~1911)의 외과 도구 / 20세기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 7.0(세로)x19.7(가로)x3.0(높이)cm / 등록문화재 제450호
1901년 11월부터 1905년 5월까지 대한제국 궁내부(宮內府) 소속 시의侍醫로 활동한 독일인 의사 리하르트 분쉬(Richard Wunsch, 1869~1911)가 사용한 외과 도구이다. 목제 도구함과 외과 시술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핀셋, 가위, 칼, 바늘 등 10개의 도구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의 외과 도구는 내과 치료가 중심이었던 전통의학과 근대 서양의학의 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전통 인체 해부도

동인도銅人圖 / 조선 / 허준박물관 / 개별 크기 60(세로)×35(가로)cm ▲동인도銅人圖 / 조선 / 허준박물관 / 개별 크기 60(세로)×35(가로)cm 사람 몸의 경혈(經穴, 혈자리)을 표시한 해부도이다. 동인도銅人圖, 경혈도經穴圖, 명당도明堂圖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전통의학에서는 잘못된 기혈의 흐름을 바로잡아 몸의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고자 경혈에 침을 놓았다. 여기에 제시된 오장도五臟圖는 몸을 실제로 해부하여 알게 된 내용을 그렸다기보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내부 장기의 각 기능들을 서로 관련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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