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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7. 제 72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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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한박기자 / ‘공쥬 글시 뎍으시니’ 가족의 정 그리고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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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한박기자

    ‘공쥬 글시 뎍으시니’ 가족의 정 그리고 한글
    국립한글박물관 제4기 기자단 양지후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뒤면 애달다 어이하리…

    효에 대한 애절함을 노래한 이 구절은 조선 사대부 송강 정철(1536~1593)의 훈민가의 일부입니다. 이 구절을 한글로 쓴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덕온공주*의 손녀 ‘윤백영’입니다. 그녀의 나이 77세에 말입니다.
    * 덕온공주: 조선 제23대 왕 순조의 셋째 딸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 내 벽면에 적힌 가족의 정에 대한 문구 /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뒤면 애달다 어이하리...”/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거나 읊어 본 이 구절은 / 조선시대 사대부 송강 정철(1536-1593)이 어버이에 대한 효를 노래한 작품입니다. / 이 글씨는 덕온공주의 손녀 윤백영이 77세에 쓴 것입니다. / 돌아가신 부모님을 간절히 생각하고 / 생전에 효도를 다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과 아들 윤용구, 손녀 윤배경 / 이 세 분의 가족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 이 전시에 출품된 한글 자료들은 그런 절절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를 다하라는 뜻으로, 어버이에 대한 애틋한 효심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깔끔하게 눈에 들어오면서도 글의 강약조절이 돋보입니다.

    이 밖에도 윤백영의 서예 작품 중에는 효에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아마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썼을 것입니다.

    정조에서부터 덕온공주의 손자 윤백영 씨에 이르기까지의 집안 가계도가 그려져 있다.

    위 사진은 정조, 순조, 덕온공주, 윤용구, 윤백영까지 내려오는 왕실 가계도입니다. 위의 왕실 가계도를 토대로 국립한글박물관 특별기획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덕온공주 집안의 가족 사랑을 한글과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덕온공주의 언니인) 복온공주를 가르치며 아끼는 아버지 순조의 마음

    특별기획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에서는 아버지 순조가 점수를 매긴 복온공주의 어릴 적 글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복온공주가 창덕궁의 옥화당에서 지낼 때 짓고 쓴 시의 모음으로, 한글 시 7편과 시 3편으로 모두 12세 때 쓴 것입니다. 시마다 맨 앞에 시제를 썼으며 순조가 직접 매긴 점수와 점수에 따라 내린 상품 목록이 적혀 있습니다. 이는 현재 남아 있는 복온공주의 유일한 글씨인 동시에 조선의 왕이 자신의 딸에게 직접 작문을 가르쳤음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 (덕온공주의 큰 오빠인) 효명세자의 누이들을 헤아리는 마음

    덕온공주의 오빠 효명세자가 쓴 초기 시를 모은 것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문본 <학석집>의 일부를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 남성들의 문집 중 유일하게 한글본이 남아있는 사례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누이들과의 관계가 돈독했던 효명세자가 그 마음을 누이들과 나누고자 한글로 시를 번역하였습니다. 상층부 남성이 여성 가족들을 배려하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한글 사용을 확대해 나갔음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 (덕온공주의 어머니인) 순원왕후의 덕온공주를 향한 마음

    순원왕후가 1837년 막내딸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 목록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목록 처음에 “뎡유 듕츄 길례 시”라고 적혀 있으며 말미의 윤백영의 부기에 “대한 헌종성황뎨 뎡유 칠월 순조숙황뎨 제삼녀 덕온공주 길녜 시 혼수 발긔”라고 적혀 있습니다. 발기란 물품의 이름과 수량을 열거한 목록을 말합니다. 목록은 총 13개로 크게 분류되어 있으며, 머리 모양을 꾸미는 장신구부터 필통, 종이와 같은 문방사우와 경대, 부채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들이 함께 보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딸을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순원왕후의 한글 혼수 발기를 통해 가족의 정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 사위 윤의선을 향한 순원왕후의 마음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한글 편지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위 윤의선의 생일 (2월 10일)을 기념해 보낸 편지인데, 생일을 맞이하여 아침을 마련하여 보내었다고 적혀 있으며, 몸이 약한 덕온공주가 약을 먹고 속이 홅이지는 않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덕온공주는 결혼 후 병치레가 잦아 치료를 위해 궁으로 들어가 지내기도 하였는데,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깊은 마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어지는 순원왕후의 모정

    순원왕후가 딸 덕온궁주의 제사에 보낸 음식 목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덕온공주는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순원왕후가 보낸 봉투의 앞면에는 윤백영이 “을사 이월의 순원숙황후 김시겨서 셋째 딸님 덕온공주 궤연의 전하여 보내신 발긔”라고 부기를 적어 놓았습니다. 봉투 뒷면에는 을사년 2월 망전 단자라고 한글로 쓰여 있어 덕온공주가 죽은 다음 해인 1845년 2월에 망전을 위해 보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망전”은 죽은 이를 위해 매달 음력 보름달 아침에 지내는 의식을 말합니다. 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어지는 모정을 느낄 수 있고 뭉클한 감정마저 듭니다.

    순원왕후가 보낸 봉투와 그 내용물. 봉투에는 ‘을사년 2월 망전 단자’라 적혀있다.

    조선 왕실 가족의 정, 사랑, 그리움은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가족의 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가족을 향한 마음, 오랫동안 가족을 생각한 흔적이 담긴 손글씨, 그리고 진심을 전하는 훌륭한 매개인 한글을 통해 드러나 더욱 애틋합니다. 우리는 어떠한가요? 예전보다 간단하게 한글을 사용해 편지를 쓸 수 있음에도 가족에게 진심을 전하기가 어렵습니다. 직접 국립한글박물관에 오셔서 작품을 둘러보고 설명도 들어보면서 조선의 왕실 덕온공주 집안의 가족의 정, 그리고 한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공쥬 글시 뎍으시니> 속 덕온공주 집안의 가족의 정을 한글과 함께 살펴보며 우리 가족을 향한 마음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