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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7. 제 72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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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 일제로부터 지켜내고자 한옥을 세우다 건축왕 정세권의 혼 담긴 곳, 북촌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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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도시 곳곳에 서린 역사의 흔적
    발길 닿는 곳마다 한국적인 멋을 뿜어내다, 안동

    안동을 여행할 때면 발걸음이 퍽 바빠진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이자 문학가였던 이육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조선의 전통 가옥과 하외마을의
    눈부신 경관에 반하는 것도 모자라 퇴계 이황의 학덕을 느낄 수 있는 도산서원과 퇴계 종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래되어 더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그 안에 녹아든 한글을 발견할 수 있는
    안동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우리 글로 펼친 민족해방 투쟁의 기록, 이육사 문학관과 육우당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에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엄혹했던 일제 강점시대에 문학과 독립투쟁으로 한 몸을 불사른 육사 이원록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이육사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2004년 안동시가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관한 문학관에 방문하면 이육사의 생애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으며 독립운동과 문학 활동, 순국 등 그와 관련된 전반적인 자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일제에 의해 17번이나 검거되어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감옥을 재현했을 뿐 아니라, 민족의 슬픔과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한 항일 민족시인의 독립 정신과 업적을 정리해 모은 곳이기도 하다.

    이육사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2층 전시실 끝자락에 문학 카페 ‘노랑나븨’에서 그의 고향마을 전경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더욱이 1층에서는 전시를 모두 마치고 난 후 ‘이육사를 그리는 마음’ 공간에서 그에 대한 추모의 글을 남길 수도 있다. 육사의 사진 등을 함께 전시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오래도록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이육사 문학관’이라 적힌 비석 뒤로 이육사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 이육사문학관 전경

    두 개의 감옥 문 중 하나의 감옥 문은 열려있다.▲ 과거 이육사가 수감된 감옥을 재현한 모습

    방문객이 남긴 추모글 포스트잇이 벽면에 이육사의 얼굴 모양을 형상화하며 붙어있다.▲ 방문객이 남긴 추모의 글

    문학관 바로 근처에는 이육사의 생가를 복원한 육우당을 둘러 볼 수 있다. 원래의 생가는 현재 청포도 시비가 세워진 자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수몰로 인해 이곳에 고증을 거쳐 복원하게 됐다. 이 집에서는 육사를 비롯한 여섯 형제가 태어나 자랐으며 육형제의 우의를 기리는 뜻으로 당호를 육우당이라 지었다 한다. 이육사의 숨결이 베인 소박하지만 고풍스러운 생가와 그의 문학적 발자취가 담긴 문학관에서 예술과 어우러진 여행의 묘미를 느껴보자.

    한옥 기와집으로 복원한 이육사 생가의 전경▲ 복원한 이육사의 생가

    자연이 빚은 한 폭의 그림, 하회마을

    안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바로 하회마을일 것이다. 태백산맥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부용대에 오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한 송이 연꽃 모양의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마을을 휘감은 낙동강 물줄기와 빚어 놓은 듯 한 화산의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 자연경관을 모두 감상했다면, 이제 마을 내부를 구경할 차례다. 입구에서부터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거닐다 보면 하동고택, 남촌댁, 양진당, 충효당 순으로 찾아갈 수 있다. 마을 중앙에는 수령 600년 된 느티나무를 모신 삼신당이 자리해 소원을 비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욱이 병산서원과 화천서원, 북서쪽 강변을 따라 펼쳐진 소나무 숲인 만송정, 류성룡 선생의 유물이 전시된 영모각(박물관) 등 볼거리도 풍족하다. 또한 우리 전통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마을에는 현재 120여 호가 있고 약 290명이 산다. 1988년에 민속마을로 지정된 뒤로 관광객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자 마을 입구에 큰 주차장을 두어 차량이 마을 안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큰 안내판 그림이 입구에 있지만, 구경을 위한 민속촌이 아닌 만큼 행동거지를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안동 한옥마을 내 한옥 기와집의 모습

    하회마을 10여가구가 내려다보이는 전경

    조상의 지혜와 얼이 살아 숨 쉬다, 도산서원 및 퇴계종택

    안동 여행의 방점을 찍는 곳, 도산서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제자들에 의하여 건립되었다. 현재의 도산서원은 퇴계가 생전에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던 도산서당 영역과 퇴계 사후에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 영역으로 크게 나뉜다.

    도산서원은 경사진 곳에 자리 잡아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며 차례로 건물들이 있어 위계질서가 매우 정연하다. 서원은 본래 후학을 가르치고 선현을 제사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므로 건물들도 그에 합당하게 구성되어 있다. 건물배치는 앞쪽에 배움의 터인 서당을 두고 뒤쪽에 모시는 분의 사당을 두는 형식이니 여행에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도산서당에 위치한 모든 건물 이름은 퇴계가 손수 붙여 성리학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도산서원 벽을 따라 중앙로가 나 있다.▲ 도산서원 전경

    8개의 길다란 나무받침이 받치고 있는 서고, 광명실▲ 퇴계 선생이 친필로 적은 현판이 걸린 서고, 광명실

    도산서원과 함께 들르면 좋은 퇴계종택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 이 종택이 위치한 토계리에서 이황의 호인 ‘퇴계’가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나지막한 산이 양쪽을 감싸 안은 풍광 속에 위치한 종택은 20세기 초 퇴계의 13대손에 의해 새로 지어졌지만,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사당채로 구성된 경북지방 종가의 모습을 잘 갖추고 있다. 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적하고 평온한 기운이 방문객의 몸을 나른하게 하는데, 이곳 역시 사람이 실제 기거하기에 조용히 가서 눈과 마음에 그 모습을 담아오길 바란다.

    화창한 하늘 아래 수풀 앞으로 단정한 모습의 퇴계종택 기와집이 서 있다.▲ 단정함과 품위를 모두 갖춘 퇴계종택

    안동이 선사하는 풍경은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들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그것은 아마 가장 한국적인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숨 쉴 틈도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여행해보자.

    여·행·가·이·드

    이육사문학관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900

    • · 운영시간 : 매일 09:00~17:00(1월 1일, 설날, 추석 휴관, 월요일 휴관)
    • · 관람료 :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 · 주차 무료

    하회마을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 운영시간 : 매일 09:00~18:00, (동절기) 매일 09:00~17:00
    • · 관람료 : 어른 5,000원, 어린이 1,500원
    • · 주차 무료

    도산서원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길 154 도산서원관리사무소

    • · 운영시간 : 매일 09:00~18:00, (동절기) 매일 09:00~17:00
    • · 관람료 : 어른 1,500원, 어린이 600원
    • · 주차 무료

    퇴계종택

    경북 안동시 도산면 백운로 268 (지번토계리 468-2)

    • · 관람료 및 주차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