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0.7. 제 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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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처음이지? 누리망 소통의 편의성,
한글의 경쟁력
강의정(Jiang Yi Jing, 대만)

대만 서부의 도시 타이중(臺中, Tai Chung)에서 자란 강의정은 한국 문화와 함께 자라났다.
청소년기 <태왕사신기>, <꽃보다 남자> 등의 한국 드라마를 본 뒤 한국에 관심이 생겼고,
이후 오직 독학으로만 한국어와 한글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행을 택했지만, 스스로 적응하고 배우며 의류 판매직에 재직 중이다.
독학으로 한글을 배워 한국의 기업에서 당차게 일하고 있는 강의정에게 ‘누리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글의 어떤 특성 때문에, 독학해서 한글과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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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코트를 손에 걸친 채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는 강의정.

안녕하세요, 대만에서 온 강의정입니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5년째에요. 많은 분들이 학업을 위해 한국행을 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학업을 마친 뒤 그저 한국이 좋아 이곳에 오게 됐어요.

취직을 앞두었던 시기,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중 전공분야와 제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불어 대만이 아닌 새로운 곳에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고요. 무작정 한국행을 택한 뒤, 참 좋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정착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외국계 회사의 건강식품 판매직에 재직하다, 지금은 의류 쪽으로 넘어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한국행은 ‘가서 부딪쳐보자!’라고 직관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오랜 시간을 투자한 일이었어요. 청소년기, 처음 한국 드라마를 봤을 때는 대만어로 더빙된 버전이었는데요.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원어 버전을 보게 됐고, 한국어를 이해하며 한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후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에 간 것이었어요. 지금은 누리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영상을 보고 배우거나 직접 한국인 선생님에게 배우는 경우가 많다지만,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서점에 있는 한국어 교재를 비교·분석해보고 좋은 책을 선택하는 일이었어요. 책자에 동봉된 시디(CD)를 통해 읽는 방법을 배웠고, 연습장에 ‘ㄱ, ㄴ, ㄷ, ㄹ’을 직접 쓰며 읽는 법을 깨쳤죠. 혹시 한국어 교재를 찾아보는 분이 계시다면 반드시 여러 책자를 살펴보고 고르길 바라요. 특정 쪽을 펼쳤을 때, 그 안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책으로 무언가를 배우긴 어려울 거예요. 저는 지금도 저에게 맞는 교재를 고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답니다.

몇 년간 혼자 공부한 뒤, 자막 없이도 드라마를 보게 됐을 때의 행복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지금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직장에 있기에 읽고 쓰는 방법을 공부한다기보다 지인들에게 회화 위주로 배우고 있어요. 특히, 일할 때에는 한국어 듣기가 무척이나 중요한데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양 손에 쥔 채 직접 중국어 타이핑을 쳐보는 모습.▲ 스마트폰에서 한자를 입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강의정

최근에는 대부분의 읽고 쓰기가 누리망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 같아요.
한국어도, 대만어도, 중국어도 마찬가지죠.
그런 의미에서 한글은 굉장히 우수한 문자입니다.
한자의 경우 수천, 수만 가지의 글자가 있기에,
편의성만 따져본다면 아무래도 더 편리하다고 생각해요.

한글은 24개의 자음과 모음에 익숙해진다면 조합해서 글자를 만들기만 하면 되잖아요. 그러나 한자를 많이 사용하는 중국어, 일본어 등은 타이핑하려면 최대 네 개의 단계를 거쳐서 문자를 만들어야만 해요. 물론 한글의 경우도 정확한 조합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지만, 향후 디지털 기기를 통한 소통은 계속 강화될 것이고, 한글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양쪽 면을 구운 동그랗고 하얀 대만식 빵 요리. 겉면에 설탕을 바른 대만식 튀김요리.
튀김요리를 나무젓가락으로 들어 하얀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나뭇잎, 말린버섯, 향신료 등 식재료가 낱개로 포장되어 있다.
▲ 강의정이 직접 조리한 대만 요리들

저는 앞으로도 한국생활을 이어나갈 계획인데요. 지금은 새로운 일터로 발령이 나서 무척 바쁘지만, 조금 안정된다면 한국 사람들에게 맛있는 대만 요리를 알리고 싶어요. 요리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오늘 뭐 먹지?’에 고민이 된다면, 이색적인 맛을 가진 대만요리를 검색해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