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호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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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책을 펼쳐 읽고 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묶었으며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아이 주변으로는 전구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다. 아이 뒤로는 분홍색 배경 위에 원고지가 펼쳐져 있으며, 그 위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 무언가 관찰하는 아이, 연필 위에 앉아 컵을 귀에 대고 있는 아이, 책 위에 앉아 망원경을 보고 있는 아이 등이 그려져 있다.

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2023년 수상작(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대상)

장은빈 어린이

알록달록한 배경 화면 속 왼쪽에 남자 어린이가 앉아서 웃고 있고, 오른쪽 여자 어린이는 책을 보면서 앉아있는 그림이다.

음성안내

나에게 용기를 가르쳐 준 가시소년에게 안녕, 가시소년! 장맛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여름날, 너는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요즘 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해. 친구와 마음이 안 맞아서 며칠 전에 싸웠는데 아직 사과를 못 했거든. 4학년 처음 올라와서 친구 없이 홀로 외롭게 지낼 때였어. 그때 그 친구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줘서 정말 기뻤거든. 혼자 등하교를 하다가 친구가 생기니까 기분이 아주 좋더라고. 그런 뒤에 그 친구를 포함해 4총사를 만들어 맨날 붙어 다녔어. 그런데 함께 붙어 다니지 못하게 되니, 엄청 어색하고 불편해. 가시소년아! 나도 너처럼 용기를 내볼까 생각 중이야. 너는 친구를 사귀려고 고민하고, 용기를 내어 가시를 떼어내면서 말을 했었잖아. 우선 가시를 떼어 내면 ‘나도 웃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고, 가시를 떼어내면서 ‘사랑해’, ‘나를 안아 주세요’, ‘나랑 놀자’ 등 예쁜 말들을 했잖아! 나도 내 방에서 혼자 친구에게 사과할 말을 연습해 보았단다. ‘내가 미안해.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자.’ 그런데 머릿속으로는 사과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말도 입 밖으로 술술 잘 나올 것 같았는데, 막상 잘 안 되어 당황스러웠어. 가시소년!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너도 잘 알았겠지?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다니, 생각해 봐도 멋있어. 그러니까, 나도 너를 본받아 내일 당장 친구에게 사과를 해볼게. 네가 없었다면 어떡할 뻔했니? 네가 없었다면 나도 친구에게 먼저 사과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야. 사과를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을까? 친구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해볼까? 친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가시소년, 네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려고 고민했던 것처럼 나도 오늘 밤까지 골똘히 생각해 볼게. 내가 책을 읽는 동안 너를 응원했던 건 기억하니?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친구에게 사과를 잘할 수 있도록 나를 위해 응원을 해줄 거지? 부탁해! 내일 학교에 다녀와서 친구에게 사과했던 일을 가시소년, 너에게 말해 줄게. 안녕! 2023년 7월 19일

나에게 용기를 가르쳐 준 가시소년에게

안녕, 가시소년!
장맛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여름날, 너는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요즘 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해. 친구와 마음이 안 맞아서 며칠 전에 싸웠는데 아직 사과를 못 했거든. 4학년 처음 올라와서 친구 없이 홀로 외롭게 지낼 때였어. 그때 그 친구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줘서 정말 기뻤거든. 혼자 등하교를 하다가 친구가 생기니까 기분이 아주 좋더라고. 그런 뒤에 그 친구를 포함해 4총사를 만들어 맨날 붙어 다녔어. 그런데 함께 붙어 다니지 못하게 되니, 엄청 어색하고 불편해.

가시소년아! 나도 너처럼 용기를 내볼까 생각 중이야. 너는 친구를 사귀려고 고민하고, 용기를 내어 가시를 떼어내면서 말을 했었잖아. 우선 가시를 떼어 내면 ‘나도 웃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고, 가시를 떼어내면서 ‘사랑해’, ‘나를 안아 주세요’, ‘나랑 놀자’ 등 예쁜 말들을 했잖아! 나도 내 방에서 혼자 친구에게 사과할 말을 연습해 보았단다. ‘내가 미안해.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자.’ 그런데 머릿속으로는 사과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말도 입 밖으로 술술 잘 나올 것 같았는데, 막상 잘 안 되어 당황스러웠어.

가시소년!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너도 잘 알았겠지?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다니, 생각해 봐도 멋있어. 그러니까, 나도 너를 본받아 내일 당장 친구에게 사과를 해볼게. 네가 없었다면 어떡할 뻔했니? 네가 없었다면 나도 친구에게 먼저 사과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야. 사과를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을까? 친구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해볼까? 친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가시소년, 네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려고 고민했던 것처럼 나도 오늘 밤까지 골똘히 생각해 볼게. 내가 책을 읽는 동안 너를 응원했던 건 기억하니?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친구에게 사과를 잘할 수 있도록 나를 위해 응원을 해줄 거지? 부탁해!

내일 학교에 다녀와서 친구에게 사과했던 일을 가시소년, 너에게 말해 줄게.
안녕!

2023년 7월 19일

『가시 소년』

도서 『가시 소년』의 표지. 덩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큰 아이의 몸은 가시로 빼곡하고, 아이의 입에서는 가시가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소년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가시 소년>의 첫 문장은 ‘나는 가시 투성이야’라는 자기방어로 시작합니다. 가시 투성이라서 뾰족하게 말하고, 소리치는 게 당연하다는 거지요.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하고 날이 서 있는, 아직은 어린아이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관심을 받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데,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소리를 지르고 거칠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곧 자신의 말과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돋운 가시로 인해 혼자가 되는 외로움을 경험하며, 슬픔을 느끼게 되지요. 이때 아이는 가시를 없애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지요. 결코 쉽지 않은 결심, 그리고 실행을 통해 아이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 삶이 얼마나 행복해질지, 그의 환한 웃음으로 짐작해 봅니다.

<가시 소년>은 이야기를 꾸며서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때가 있다, 너는 이런 적 없니?라고 어린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돌이켜 생각할 수 있도록 하지요. 아이들은 <가시 소년>을 보며 공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깨닫게 됩니다.

출처 : 출판사 천개의 바람 『가시 소년』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