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제62호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박물관에서 배우다

우리말 사전에 담긴 우리의 삶을 발견하다
기획특별전 <사전의 재발견>

글. 김민지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

낯선 낱말을 만났을 때, 두꺼운 종이 사전을 뒤져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간편한 모바일 사전의 이용이 늘어나는 디지털 세상이 되었다. 세상과 기술이 점점 바뀌면서 그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전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삶 속에서 늘 함께해 온 사전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한다. 전시장은 1부 ‘우리말 사전의 탄생’, 2부 ‘우리말 사전의 비밀’로 구성되었다. 1부 ‘우리말 사전의 탄생’은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를 비롯한 사전 편찬의 역사를 돌아본다.

한글은 1894년(고종 31)에 비로소 조선의 공식 문자가 되었다. 한글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글 표기의 공통된 기준이 시급하였다. 같은 낱말은 같은 철자로 표기하고 낱말의 뜻을 일정하게 이해하기 위해, 사회적 약속인 어문규범의 수립과 우리말 사전이 필요하였다.

19세기 말 외국인 선교사들이 한국어 학습을 위해 발간한 다양한 이중어 사전은 우리말 사전 발간에 자극이 되었다.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1910년대)를 시작으로 ≪조선어사전≫(1938), ≪큰사전≫(1957) 등 사전이 본격적으로 출간되었고, 이 사전들은 우리말과 글의 규범 역할을 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큰사전≫(1957)을 본보기로 하여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사전이 편찬되었다. 정보 처리 기술이 발달하고 여러 분야의 학문적 성과가 쌓이면서 언어 말뭉치를 이용한 다양한 성격의 사전이 발간되었다. 근대 이후의 사전 일러두기를 통해 편찬 방침, 실린 낱말, 뜻풀이 방식, 약호 등 사전의 다양한 정보를 읽는 방법을 이해하고 각 사전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우리말 사전의 비밀’은 사전의 낱말 뜻풀이를 통해 우리말이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간직해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전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담겨 있다. ≪수정증보 조선어사전≫(1940)부터 ≪큰사전≫(1957), ≪표준국어대사전≫(1999), ≪한국어대사전≫(2009)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사전에 실린 낱말 뜻풀이가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일상생활을 어떻게 정의하고 간직해 왔는지 엿볼 수 있다.

낱말의 뜻풀이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근대에 와서 신분 제도가 사라지고 남녀 차별이 줄어들면서 이와 관련된 낱말의 뜻풀이도 변화하였다. 새로운 문물과 기술이 들어오면서 이전에 없던 말들이 생기기도 하였다. 역사에 잠시 등장했다 없어진 제도나 물건, 유행을 반영하는 말들도 사전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은 사라진 옛말, 삶에 대한 교훈을 담은 속담, 우리말의 재미와 말맛을 느낄 수 있는 각 지역 사투리,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도 있다.

온갖 정보가 넘쳐 나는 오늘날, 사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동시대 사람에게는 지식의 길잡이가 되고, 다음 세대에게는 이전 삶의 모습과 문화를 보여 주는 ‘사전’. 이번 전시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전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주요 전시 유물>

한불자전

한불자전

한불자전 韓佛字典

리델 주교가 주도하여 편찬한 최초의 한불사전
파리외방선교회 한국선교단
1880년(고종 17)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리델(Félix Clair Ridel, 1830-1884) 주교의 주도로 파리외방선교회 한국선교단에서 편찬하였다. 한국어를 올림말로 한 최초의 근대적 이중어사전으로 약 27,000여 개의 낱말이 실려 있다.

말모이

주시경▲ 주시경(周時經, 1876-1914)
*한글학회 제공

말모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조선광문회朝鮮廣文會
1910년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집필한 첫 우리말 사전 원고로 최종적으로 출판되지 못하였다. 표제항 ‘ㄱ’부터 ‘걀죽’까지의 원고만 남아 있다.

보통학교 조선어사전 普通學校朝鮮語辭典
보통학교 조선어사전 普通學校朝鮮語辭典

최초의 우리말 학습사전
심의린(沈宜麟, 1894-1951)
1925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간행된 최초의 한국어 학습 사전이다. 6,106개의 낱말이 실려 있다.

조선어사전 朝鮮語辭典
조선어사전 朝鮮語辭典

인쇄 출판된 본격적인 첫 우리말 사전
문세영(文世榮, 1895-1952?)
1938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본격적인 첫 우리말 사전으로, 8만여 개의 낱말이 실려 있다.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철자법을 처음으로 반영하여 편찬한 사전이다.

큰사전
큰사전

사전의 체계를 세운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
한글학회(전 조선어학회)
1957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우리말을 집대성하고 체계적 형태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대사전으로, 164,125개의 낱말이 실려 있다. 전문용어 사전의 역할까지 겸하며 어문생활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전시개요>

• 전시기간 : 2018년 9월 20일~2018년 12월 25일

• 개막식 : 2018년 9월 20일(목) 오후 4시

• 전시장소 :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 전시자료 : 우리나라 최초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 원고≫(1911)와 문세영 ≪조선어사전≫(1938), ≪큰사전≫(1957) 등을 비롯한 사전, 신문, 잡지 등 관련 유물 10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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