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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8. 제 73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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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소식 ② / 책사람 강연 <한글로 한자를 배우다> 24번째 책사람, 홍윤표 교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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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소식 ②

    책사람 강연 <한글로 한자를 배우다>
    24번째 책사람, 홍윤표 교수 편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책사람에서는 어린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기 위해 한글로 음을 달아 편찬한
    ≪천자문≫, ≪훈몽자회≫, ≪아학편≫ 등의 여러 한자 교재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함께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천자문≫이 한자로 적혀있는 고서의 표지▲≪천자문≫ 표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천자문≫은 어떤 책인가요?

    우리에게 친숙하고 잘 알려진 ≪천자문 千字文≫은 6세기 중국 양나라의 주흥사가 황제의 명으로 지은 책입니다. 글자 그대로 일천 천(千), 글자 자(字), 천개의 글자를 4자씩 250문장으로 구성한 ≪천자문≫은 모든 글자들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지어 주흥사 머리가 하얗게 새었다고 하여 『백수문』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책이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배우는 입문서이자 필독서로 사용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천자문≫은 고대 중국의 고사를 비롯해 윤리, 물리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어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아래는 ≪천자문≫의 첫 문장입니다. 하늘과 땅의 시초를 말한 이 문장은 ≪주역≫에 “무릇 검고 누렇다는 것은 하늘과 땅의 섞임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라고 한 구절을 고쳐 쓴 것으로, 아이들은 왜 하늘은 파란데 검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천자문≫은 1583년 선조의 명으로 간행한 명필 한호가 쓴 ≪석봉천자문≫입니다.

    ≪천자문≫의 내지. 우측 페이지는 비어있고, 좌측 페이지에 천자문 한자들이 적혀있다.▲≪천자문≫,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도형천자문≫ 내지에서 한자에 대해 새, 복숭아 등 다양한 조형물을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도형천자문≫, 홍윤표 제공

    ≪천인천자문≫ 내지 위에 32글자의 한자들이 큼직하게 적혀있다.▲≪천인천자문≫,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그 밖에도 그림이 있는 ≪도형천자문≫, 선물로 써 주던 ≪천인천자문≫ 등 다양한 천자문이 있습니다.

    이 중에 흥미로운 것은 ≪천인천자문≫인데요.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 첫 생일(돌)을 맞으면 ≪천인천자문≫을 생일상에 올렸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주변 인사들 천 명을 찾아다니며 한 글자씩 받아 만든 것인데요. 천 명의 지혜가 아이에게 전해져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며 사람들을 찾아다닌 그 당시 부모님의 정성도 대단하지요?

    ≪천자문≫의 글자 순서는 숫자 대신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조선시대 재정을 담당하던 호조같이 창고가 많은 관청에서는 창고 순서를 천(天), 지(地), 현(玄), 황(黃)으로 매겼습니다. 그 당시 ≪천자문≫을 지금의 숫자처럼 사용했다하니 ≪천자문≫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펴낸 한자 교재, ≪훈몽자회≫
    어떤 교재였는지 궁금합니다.

    ≪훈몽자회≫의 내지.▲≪훈몽자회≫,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훈몽자회≫는 역관 최세진이 1527년(중종 22)에 3권 1책으로 간행한 어린이용 한자 교재입니다. 3,360개의 한자를 33개의 부류로 나누어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아 놓았습니다. 그 당시 한자 학습에 사용된 ≪천자문≫에 추상적인 뜻의 한자가 많음을 비판하고, 새·짐승·풀·나무의 이름과 같은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는 한자를 위주로 하여 이 책을 펴냈습니다. 예를 들어, ≪훈몽자회≫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토종개, ‘삽살개’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훈몽자회≫는 풍부한 어휘와 한자음이 실려 있어 국어사 자료로 이용될 뿐 아니라 책의 첫머리 일러두기에 나오는 한글 자음·모음의 명칭과 간단한 설명까지 포함하고 있어 한글 역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아학편≫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학편≫은 1804년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어린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기 위해 2,000자를 선별하여 편찬한 한자 학습서입니다. 기존 한자 학습서와 달리, 구체적 사물이나 개념들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편찬했습니다. 아래의 예를 보시면 서로 관련 있는 글자들끼리 모아서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天地父母(천지부모) 君臣夫婦(군신부부) 兄弟男女(형제남녀) 姉妹娣嫂(자매제수)

    지석영은 1908년 다산의 ≪아학편≫에 주석을 달고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대조한 책으로 재출간했습니다. 한자 한 글자를 제시하고 우리말 발음, 중국어 발음, 일본어 발음, 영어 발음을 함께 적어 한자는 물론 다른 외국어도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든 교재입니다.

    ≪아학편≫의 내지. 12글자의 한자에 대한 한글 해석이 적혀 있다.▲ ≪아학편≫, 홍윤표 소장

    국립한글박물관에 보관된 ≪아학편≫의 내지. 한자가 좀 더 작게 적혀있고, 더 많은 한글 해설이 적혀 있다.▲ 지석영의 ≪아학편≫,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관련 자료를 보고 싶으면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한글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아학편≫, ≪천자문≫ 유물을, 디지털한글박물관 누리집에서는 ≪천자문≫, ≪훈몽자회≫, ≪아학편≫ 원문 이미지를, 한글도서관에서는 관련 단행본들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아 배웠던 세 가지 한자 교재를 살펴보았습니다. 더 구체적인 사항은 책사람 강연을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책사람 강연 많이 신청해주세요.

    이번 책사람 주제를 더 알고 싶으시다구요?

    그럼, 24번째 책사람 강연 <한글로 한자를 배우다>를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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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번째 책사람
    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홍윤표 교수

    홍윤표 교수의 증명사진.▲ 홍윤표 교수

    <참고 자료>
    여승구, 『한국 교과서의 역사(I)』, 화봉문고, 2013
    유덕선, 『훈몽자회』, 홍문관, 2012
    김석진, 『대산 천자문 강의』, 동방문화, 2012
    허경진, 『난세의 어진 글, 주해 천자문』, 알마, 2014
    한성우, 『근대 이행기 동아시아의 언어 지식』, 인하대학교출판부, 2010
    황문환 외, 『장서각 소장 왕실 천자문 역해, 천자문』,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6
    홍윤표, “한국식 한자자전 「자휘집」과 「음운반절휘편」”, 『한국어사 연구 5』, 국어사연구회, 2019
    최지훈, “천자문 새김 어휘 연구”, 『한국어 의미학 9』, 한국어의미학회, 2001
    송사랑, 『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 베리북, 2018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이 걸어온 길』, 국립한글박물관, 2015

    원고 : 자료관리팀 이윤아 사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