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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9. 제 74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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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아시나요?

    명칭 : 훈맹정음
    만든이 : 박두성朴斗星(1888~1963)
    시대 : 1926년
    수량 : 1점
    크기 : 29.8×19.5cm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박두성

    송암 박두성 선생의 흑백 증명사진.▲ 송암 박두성 선생(1888~1963) 박두성朴斗星(1888~1963)은 1888년 현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에서 태어났다. 1906년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그는 양현동 보통학교와 어의동 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13년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학교인 조선총독부 내 제생원 맹아부에 부임한 후부터 시각장애인 교육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는 일본어로 된 점자는 있어도 우리말을 제대로 기록할 수 있는 한글 점자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또한 시각 장애를 가진 일부 학생들도 그에게 쉬운 한글 점자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평양맹아학교를 운영했던 로제타 홀Rosetta Hall(1865~1951)이 개발한 4점식 한글 점자인 일명 평양 점자가 있었지만 적잖은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로제타 홀의 4점식 한글 점자는 자음이나 모음을 표기하는데 종이와 시간을 많이 소비했을 뿐 아니라, 초성과 종성의 자음이 구별되지 않아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세종대왕과 같은 마음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읽기 쉽고 배우기 쉬운 한글로 된 점자를 만들고자 결심하고, 1920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연구에 착수했다. 1923년에는 제자 8명과 함께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를 비밀리에 조직하고 한글 창제 원리를 공부하며 한글 점자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점자 연구를 하는 통에 각막염에 걸려 자신도 하마터면 실명을 할 뻔하기도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연구 끝에, 1926년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탄생했다.

    그는 눈이 어둡다고 해서 마음까지 어두워선 안 된다며 항상 배움을 강조했던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이었다.

    눈먼 이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맹정음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훈맹정음訓盲正音’은 박두성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6점식 한글 점자이다. 박두성은 당시 훈민정음 반포일로 추정된 1926년 11월 4일에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발표했다. ‘훈맹정음’은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가 있는 서로 다른 예순세 개의 한글 점자로, 배우기 쉽고, 점 수효가 적고,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기초하여 만들었다. 자음 첫소리는 기본점의 원리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자음의 받침은 자음의 첫소리를 좌우 또는 상하로 이동시켜 만들었는데, 좌우 이동이 어려운 경우는 아래로 1점씩 이동시켜 글자를 만들었다. 모음은 대칭성을 이용해 글자를 만들었다. 그가 쓴 《맹사일지》에는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알기는 5분이면 족하고 읽기는 반나절에 지나지 않으며 4, 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소. 어서 바삐 점자를 배워야 원하는 대로 글을 읽게 되는 것이요.”라고 기록하며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 점자임을 강조했다.

    한 장의 종이 가장 위에 훈맹정음이 한문으로 적혀있다. 아래로는 점자와 이에 맞춘 한글 자가 적혀있다.▲ ‘훈맹정음’(1926년)

    <한글 점자의 규칙>
    - 한글의 원리와 같이 초성(자음 첫소리), 중성(모음), 종성(자음 받침)으로 이루어진다.
    - 초성, 중성, 종성을 풀어쓰기로 나열한다.
       예) 한글→ ㅎㅏㄴㄱㅡㄹ
    - 초성 ‘o’은 생략한다. (받침에서의 ‘o’은 사용한다.)
       예) 아→ ㅏ , 안녕→ ㅏㄴㄴㅕㅇ
    -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읽는다.

    한글 점자판

    앞 못 보는 이들을 위해 헌신한 그를 기리며

    박두성은 평생 동안 시각장애인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해 헌신했다. 숨어 지내는 시각장애인들을 찾아 직접 가서 교육을 하기도 하고 읽을거리를 보내 통신 교육도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삶과 교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왔다. ‘훈맹정음’ 원본 자료는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 <한글의 큰 스승>(2019.9.30.~2020.3.8.)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고 : 전시운영과 김민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