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박웃음 2019. 9. 제 74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메뉴열기
    메뉴닫기
    박물관아 놀자 ②

    홈 박물관 이야기 박물관아 놀자 ②

    인쇄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구글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박물관아 놀자 ②

    한글 창제 이전, 우리말을 어떻게 적었을까?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유가사지론』
    자료의 연구와 전시 방안> 학술대회 개최

    국립한글박물관은 매년 수십만 명의 가족 관람객을 맞이하며,
    한글의 발전사를 엮은 상설전시부터 새로운 주제로 개최되는 기획전시까지 다양한 보여 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글 교육, 문화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한글을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한글박물관의 수많은 유물 관련 안내를 비롯한 프로그램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지난달 개최된 한 학술대회에서는 『유가사지론』이라는 자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시하는 방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유가사지론』
    전시 방안 공유
    학술대회 개최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낙중)은 구결학회(회장 권인한)와 함께 지난 8월 13일 전남대학교 김남주 기념홀에서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유가사지론』 자료의 연구와 전시 방안>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가사지론』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박물관 전시나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유가사지론』 권66은 미륵보살이 서술한 불경으로, 『초조대장경』(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팔만대장경) 중의 하나다. 고려 시대의 뛰어난 목판 인쇄술을 보여 주면서, 한국식으로 한문을 읽던 방식을 알려 주는 소중한 문자문화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러한 문자문화자원에 대한 자료 공개와 연구를 지원해왔다. 지속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유가사지론』의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는 이번 학술대회로 결실을 맺었다.

    고은숙 학예연구사가 단상에 서 책자를 바라보며 발표하고 있고, 7명의 청중은 이를 집중해 듣고 있다.

    고려 시대,
    선조들은 우리말을
    어떻게 적었을까?

    한글이 창제된 것이 1443년이니 이보다 400여 년이나 앞서는 시기의 유물인 『유가사지론』을 연구하는 것이 한글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지 누구나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한글 창제 이전에는 실제 생활에 쓰이는 구어(口語)로 한국어를 사용했고, 기록으로 남는 문어(文語)로 한문을 사용했다. 하지만 기록할 때 단순히 한문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를 우리나라 방식으로 바꾸어 사용했다. 많은 방식으로 변용했지만,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유가사지론』은 한국어의 조사나 어미를 부호(또는 글자)로 표기하는 ‘구결’을 사용했다.

    특히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 『유가사지론』 권66은 붓으로 글자를 기입하는 일반적인 구결과 달리, 각필로 점이나 삐침 등 부호를 기입하는 ‘점토석독구결’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 ‘점토석독구결’은 뿔과 같은 뾰족한 필기구로 우리말 토(조사나 어미)를 긁거나 눌러서 표시한 것이다. 점토석독구결을 통해 한글 창제 이전인 고려 시대에 선조들이 어떻게 우리나라 방식으로 한문을 풀어 읽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날 김낙중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인사말에서 “구결과 한글이 서로 다름에도 관심을 두어 온 것은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하여 한글 창제 이전의 문자생활을 보여주는 석독구결 자료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학술대회장에서 한글박물관 측 참여자는 석독구결 자료 『유가사지론』 권66과 권20에 나타난 구결에 대한 번역·교육·전시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김미미 학예연구사가 토론 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9명의 토론자가 무대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토론에 열중하고 있고, 관중들은 이를 바라보고 있다.

    고등학생 이하
    관람객도 알기
    쉽도록 보조자료
    활용할 것

    이날 국립한글박물관 고은숙 학예연구사는 서울시립대학교 이용 연구교수, 숭실대학교 문현수 연구교수와 공동으로 『유가사지론』의 전시 방안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으며, “한글박물관의 주요 관람객인 가족 관람객을 고려해 고등학생 이하의 관람객이라도 알기 쉬운 내용으로 전시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석독구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보조자료, 동영상, 이미지 그래픽 자료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기획 주제에서는 동국대 백진순 교수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 『유가사지론』 권66, 권20의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였고, 대진대 류부현 교수는 『유가사지론』 권66, 권20의 서지적 특징에 대해 발표했으며, 단국대 남풍현 교수는 자토석독구결자료 『유가사지론』 권20에 대하여 조망했다.

    또 고려대 장경준 교수는 점토석독구결 『유가사지론』 권66과 자토석독구결 『유가사지론』 권20의 특징을 밝히고 두 자료의 관련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으며, 성균관대 권인한 교수(구결학회장)는 점토석독구결 『유가사지론』 권66의 부호에 관하여 발표했다.

    36명의 학회 참여자가 단체사진을 찍으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결학회 권인한 회장의 정면 사진.이번 학술대회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유가사지론』 자료 두 종의 가치를 알리고자 국어학자뿐 아니라 전문 서지학자, 불교 유식학자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습니다. 학자들이 각자 주목하는 부분과 눈높이가 다른 만큼,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면 더 나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상당히 큰 기대가 됩니다.

    더불어 국립한글박물관이 문화사적, 역사적 가치가 높은 수많은 한글 유물들을 구입하고 확보하는 것에 대해 학계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글이 태어난 뒤 발전해 온 길을 알려 줄 한글박물관의 앞길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구결학회 권인한 회장(성균관대 교수)


    고은숙 학예연구사가 마이크를 들고 말하는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석독구결 자료인 『유가사지론』은 한글 창제 이전 한국의 차자표기 전통을 잘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한자를 이용해 우리말의 단어나 조사, 어미 등을 적었던 차자표기 방식은 새로운 문자인 한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창제 이전에도 우리에게 훌륭한 문자문화의 전통이 있었다는 점을 대중에게 알리고, 우리말을 쉽고 편하게 적고자 노력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한글 창제의 밑바탕이 되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고은숙 학예연구사(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