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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9. 제 74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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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한글 그리고 자연의 조화로운 삼박자
    장계향, 조지훈을 만나다 ‘영양’

    대지를 뜨겁게 달궜던 무더위가 지나가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9월,
    독서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화창한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영양은 여러 문인들을 배출한 지역이다.
    조선 유일의 여중군자이자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작성한 저술가 장계향,
    순수문학을 옹호하고 민족 문학의 건립을 주창한 시인 조지훈, 작지만 큰 아름다움을 품은 우리나라
    3대 민간정원으로 손꼽히는 서석지까지 자리해 그야말로 가을에 어울리는 ‘감성 여행지’라 할 수 있겠다.

    조선 유일의 여중군자, 장계향의 터전을 찾다

    이름만으로 무거운 울림을 주는 장계향. 그녀는 여성의 학문적 자유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심했던 시절에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와 그림에 능해 빼어난 시와 사나운 호랑이를 섬세하게 표현한 ‘맹호도’를 남겼으며, 당대의 초서 대가 정윤목이 인정하는 서예가이기도 했다. 그뿐인가, 양반가의 여인이지만 사회 활동도 소홀하게 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장계향과 그녀의 부군 석계 이시명이 살던 집터 ‘석계고택’ 주위에는 상수리나무가 참으로 많다. 조선 중기 4대 전화인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속에서 민초들을 구휼하기 위해 도토리를 열매가 나는 이 나무를 심어 백성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었기 때문이다.

    1672년, 그녀 나이 일흔 무렵에는 눈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며느리와 시집갈 딸을 위해 음식 하는 법을 정리하여 책으로 남겼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이다. 그 내용으로는 자신의 종가뿐만 아니라 외가의 요리도 기록하고 있는데, 붓글씨 한 자 한 자에 자손을 위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장계향 문화체험 교육원의 전경. 벽면은 석벽으로, 지붕은 기와 형태로 지어진 건물이 넓게 자리해 있다.

    
장계향의 삶과 그녀가 남긴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실 전경.▲ 장계향의 삶과 그녀가 남긴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실

    장계향과 그의 부군 석계 이시명이 기거했던 석계고택. 오래된 기와집이다.▲ 장계향과 그의 부군 석계 이시명이 기거했던 석계고택

    이런 장계향의 업적을 기리고 그녀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곳이 바로 두들마을에 위치한 ‘장계향 문화체험 교육원’이다. 이곳에서는 우수한 문화유산 <음식디미방>을 알리기 위해 전통음식을 체험하고, 전통주 등을 만들어 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장계향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도 있다. 그녀가 살았던 이 마을의 이름은 ‘두들마을’로, 이곳은 석계 이시명 선생이 정착한 후 재령 이씨 문중의 근간을 이뤘으며 크게 문풍이 일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장계향 예절관 아래에 위치한 고택들은 여행객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그 후손들이 기거하지 않고 개방하고 있다.

    그중 석간고택이라는 곳은 장계향의 후손이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유명한 소설가 이문열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그는 세 살 때 서울에서 두들마을로 돌아와 일곱 살 무렵 이사를 가고, 다시 고등학생 무렵 돌아와 3년을 살고, 다시 고향을 떠났다 20대가 되어 돌아와 3년을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는 이문열의 흔적을 드문드문 발견할 수 있고 이문열의 문학 인생에서도 이곳 두들마을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그가 1997년 집필한 ≪선택≫인데, 이문열이 자신의 13대조 할머니인 장계향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이 그것이다. 누구라도 이 작은 마을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문학에 깊이에 빠져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것이다.

    소설가 이문열이 유년 시절을 보낸 석간고택. 고풍스러운 기운이 풍기는 기와 저택.▲ 소설가 이문열이 유년 시절을 보낸 석간고택

    소설가 이문열의 생애와 연보를 적어놓은 전시물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민족의 신화를 순수서정시로 표현한 시인, 조지훈

    두들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실마을이라는 곳은 한국 시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인 조지훈의 고향이자, 그의 흔적과 문학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지훈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2007년 건립된 문학관의 현판은 그의 부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쓴 것으로, 문을 들어서고 나설 때 더욱 경건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70여 평 규모의 단층 한옥으로 지어진 이곳에는 조지훈의 시인으로써의 삶의 궤적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과 유품, 그리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조지훈은 전통적 서정성을 현대시에 계승, 발전시킨 대표적인 시인의 한 사람으로 이미 생전에 우리 시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세상을 떠난 후에는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 신화처럼 자리 잡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열아홉 나이에 <봉황수> 등으로 등단했는데, 일제에 의한 조선어 말살 정책이 횡행하던 시절이었다. 마치 풍전등화 같던 모국어의 운명을 한 명의 문인으로써 담당해서일까. 그의 어조는 강하진 않지만 결연하게 망국의 한을 달래며 우리 겨레가 그토록 기다린 광복을 노래한다.

    조지훈의 부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쓴 ‘지훈문학관’ 현판에 한문으로 지훈문학관이 적혀있다.▲ 조지훈의 부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쓴 ‘지훈문학관’ 현판

    넓은 기와 건물인 지훈문학관의 전경.

    조지훈의 생애가 담긴 실내 전경.

    고요히 흐르는 물과 깎인 바위가 만나 선사하는 절경, 선바위 관광지

    벅찬 가슴을 부여안고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선바위 관광지에 도달하면 거대한 자연 앞에 들끓던 생각들이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절벽과 강을 사이에 두고 바위를 깎아 세운 것이 바로 선바위로, 그 옆으론 하얀 다리가 자리해 자연이 빚은 절경을 가까이서 보도록 허락한다. 이곳은 주변이 크게 개발되지 않아 풍광은 수려하고,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기분이다. 관광지라기보다 절벽과 어우러진 공간을 한적한 유원지로 꾸며놓은 듯 했다. 곧 단풍의 계절이 오면 울긋불긋 수채화가 될 터이다.

    선바위의 웅장한 모습이 담긴 정면 사진.

    선바위의 웅장한 모습과 이를 이어주는 다리를 담은 풍경 사진.

    아담하고 운치 있는 조선시대의 전통 정원, 서석지

    서석지는 1613년. 광해군 5년에 조성된 전통정원으로 우리나라의 3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높지 않은 흙담 안에 있는 정원으로, 그 옆에 자리한 400년 묵은 은행나무가 우뚝 자리한다. 이곳을 조성한 사람은 정영방이라는 인물로 광해군 때 벼슬을 하다가 낙향해 이곳에 은거해 서석지를 조성했다.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나, 담장 안에 큰 연못을 만들고 잎이 활짝 핀 연꽃과 소담한 정자가 멋을 자아낸다. 특히 이곳 연못에 있는 돌은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자연석이라는 점이 색다르다. 자연을 인공적으로 재배치해 사람의 마음대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그 아름다움을 보존한 옛사람의 마음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영양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도 굽은 국도를 한참이나 타고 들어가야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직선으로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것이 익숙한 우리에게 한 번에 갈 수 있는 길을 천천히 늘려서 돌아가라고, 주변을 돌아보며 걸으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산으로 둘러싸인 청정한 이 고장에서 잠시 번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쉬어가길 추천한다.

    고풍스런 기와집 마당에 연잎과 연꽃이 가득한 정원 서석지가 자리하고 있다.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푸르게 우뚝 솟아 있다.

    ▲ 서석지 담 안에 자리한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여·행·가·이·드

    장계향 문화체험 교육원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1길 42

    • · 운영시간 : 09:00~18:00
    • · 체험문의 : 054-680-6440
    • · 주차 무료

    지훈문학관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 주실길 55

    • · 운영시간 :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 1월1일, 설날 추석 당일 휴관)
    • · 주차 무료

    선바위 관광지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영양로 883-16 선바위분재야생화전시관

    • · 주차 무료

    서석지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 · 주차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