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0.5. 제 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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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2020년 국립한글박물관의 첫 기획특별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흔히 대중가요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대중가요에는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 인간 세상의 수많은 사연과 감정들이 녹아 있기에,
한 소절의 노랫말이 수백 마디의 말보다 큰 위로와 울림을 줄 때도 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 19’라는 어려움 앞에 몸과 마음이 지친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 노래 한 소절이 필요한 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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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에 우리네 삶을 녹여낸 대중가요,
노랫말의 묘미 담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준비한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는 선율을 타고 우리 삶을 실어 나른 대중가요 노랫말의 발자취와 노랫말에 담긴 우리말과 글의 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1부 ‘노랫말의 힘’은 대중의 삶을 대변하고 공감함으로써 사랑받을 수 있었던 노랫말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대중을 위해 생산되고 대중에 의해 소비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와 정서를 담고 있다. 1920년대부터 1945년 이전까지는 식민 지배 아래에서 대중이 겪은 설움과 울분을 비유적인 단어들로 표현하는 시 같은 노랫말이 유행하였다. 노랫말의 주제를 크게 3개로 구분하여 3절 형식을 갖춘 노랫말이 대부분이었다. 1950년을 전후로 한 시기에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떨쳐내기 위한 노랫말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미8군 쇼 등을 통해 들어온 팝송의 영향으로 2절 형식의 노랫말이 인기를 끌었고, 이국적인 지명이나 외래어가 등장하는 노래들이 많아졌다.

1960~70년대에는 도시의 화려한 성장과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오는 소외감이라는 시대의 양면성을 비춘 노랫말이 늘어나는가 하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반영한 노랫말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1970~80년대에는 포크송과 발라드가 유행하면서 작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애정과 성찰을 담은 서정적인 노랫말이 대중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1990년대 이후 대중을 대상으로 한 문화적 표현이 한층 자유로워지고 한류, K-pop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노래가 주목받게 되면서 노랫말의 주제와 성격도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전시장 1부 공간에서는 이와 같은 대중가요 노랫말의 변화와 각 시기별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풍진 세상의 노랫말
                                <낙화유수>, 1929
                                강남달이밝아서 님의놀든곳 
                                구름속에그의얼굴 가리워젓네 
                                물망초핀언덕에 외로히서서 
                                물에ᄯᅳᆫ이한밤을 홀로새울가
                                가수: 이정숙 작사: 김서정 작곡: 김영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노랫말
                                <단장의 미아리 고개>, 1957(추정)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떠난 이별 고개
                                화약연기 앞을가려 눈못뜨고 헤매일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손꼭꼭 묶인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고개여 한많은 미아리고개
                                가수: 이해연 작사: 반야월 작곡: 이재호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낸 노랫말
                                <임과 함께>, 1972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짓고
                                사랑하는 우리임과 한백년 살고싶어
                                봄이면 씨앗뿌려 여름이면 꽃이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가수: 남진 작사: 고향 작곡: 남국인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낸 노랫말
                                <고향역>, 1972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쁜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안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가수: 나훈아 작사: 임종수 작곡: 임종수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낸 노랫말
                                <아침이슬>, 1971
                                긴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 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가수: 김민기 작사: 김민기 작곡: 김민기

열린 세상, 열린 노랫말
                                <아이돌(IDOL)>, 2018
                                You can call me artist
                                You can call me idol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I don’t care
                                I’m proud of it 난 자유롭네
                                No more irony 나는 항상 나였기에
                                가수: 방탄소년단(BTS)
                                작사·작곡 : Pdogg, Supreme Boi, 방시혁, Ali Tamposi, Roman Campolo, RM

노랫말 속에 담긴 의미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획전시

다음으로 2부 ‘노랫말의 맛’은 대중가요 노랫말에 담긴 말과 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내용과 체험을 준비했다. 외국의 노랫말을 번안하여 새롭게 쓴 우리의 노랫말부터 시로 쓴 노랫말까지 다양한 언어문화적 주제로 노랫말의 맛을 느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시장에서는 노랫말이 곡의 박자에 따라 길이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하고 특정한 말소리나 단어와 문장이 반복되는 등 박자로 인해 갖게 된 다양한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박남정의 <사랑의 불시착>과 주현미의 <짝사랑>‧<잠깐만>을 작사한 이호섭(李虎燮, 1959~) 작사가가 소개하는 한 곡의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도 있다.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 20여 곡을 엮어 만든 <사랑 노래>(DJ 박다함)도 이번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대중가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약 2만 6천여 곡의 노랫말 가운데 가장 많은 단어를 확인하였을 때, ‘사랑’은 시대를 막론하고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대중가요 노랫말이 담고 있는 첫사랑의 설렘부터 이별의 슬픔까지 다양한 사랑의 장면들을 노랫말 영상과 함께 즐겨 보길 바란다.

<나의 노래>, 1992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가수: 김광석 작사: 한동헌 작곡: 한동헌

<나의 노래>의 노랫말처럼 노래는 우리 모두의 삶을 공감해 주기도 하고, 나만의 삶을 표현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다중 매체가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 노래는 이미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보고 느끼는 대상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노랫말의 의미가 가슴으로 채 전달되기도 전에 화려한 선율과 빠른 박자가 대중의 귀를 사로잡곤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주고 세월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노래는 내 마음을 읽어 주는 노랫말을 가진 노래가 아닐까? 전시장에 소개된 노래들을 감상하며 내 삶의 선율과 박자를 담고 있는 나만의 대중가요 노랫말 한 소절을 찾아보길 바란다.

<전시 개요>
전시 기간 : 2020.5.15.-2020.10.18.
전시 장소 :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전시 자료 :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 <낙화유수>의 가사지를 비롯한 대중가요 음반, 가사지, 노래책 등 관련 유물 200여 점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
                                ‘노랫말’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글자 옆으로 옛 대중가요 앨범들과 악보의 모습이 포스터 중간 중간 삽입돼 있다.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
                                ‘노랫말’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글자 옆으로 옛 대중가요 앨범들과 악보의 모습이 포스터 중간 중간 삽입돼 있다.

▲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