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0.11. 제 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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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한글박물관을 부산에서 만나다!” 부산박물관에서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지역순회전 개최

국립한글박물관은 서울의 중앙부인 용산구에 자리해 수도권 시민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울과 먼 지방에 거주할 경우 박물관에 찾아오는 것이 큰일이 되기 마련.
이에 한글박물관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 자리한 부산박물관에서
지역순회 전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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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노랫말의 발자취 쫓는 전시,
부산박물관에서 개막

국립한글박물관은 11월 10일부터 2021년 1월 10일까지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지역순회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중가요 노랫말의 발자취를 조명한 특별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의 부산 순회 전시로, 한글박물관은 지난 9월 부산박물관과 ‘지역순회전 전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대중가요의 음반이나 가수가 아닌 ‘노랫말’의 언어 요소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대중가요 100년의 역사 동안 대중과 함께하는 노랫말에는 우리네 삶이 절절히 담겨 있어 공감을 불러오는 강한 힘을 지녔다. 전시는 대중가요의 출발점인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르는 변화를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며 마지막은 미디어 아트로 장식했다.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전시 포스터. 하얀 배경 위에 윗부분은 세로쓰기의 알아보기 힘든 작은 글자로 노랫말들이 주욱 공간을 메우고 있다. <노랫말 선율에 삶을 싣다>란 전시 제목도 세로쓰기로 적혀있다. 우측 하단에는 2020 특별전 2020.11.11.-2021.01.10.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이라 적혀있다. 좌측하단에는 KOREAN POP LYRICS_MELODIES OF LIFE란 영어 제목이 적혀있다. 최하단에는 부산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의 로고가 자리해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전후 유행했던
치유의 노랫말 담아내

전시 1장 ‘이 풍진 세상의 노랫말’에는 1929년 등장한 최초의 대중가요 「낙화유수」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1929년대~1945년)에 유행한 노랫말이 소개된다. 억압의 시기였던 일제강점기, 대중은 은유적 표현의 노랫말을 통해 위로받았고, 서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노랫말을 통해 나타나기도 했다.

이어 2장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노랫말’에서는 해방부터 한국전쟁 시기(1945년~1950년대) 사랑받았던 노랫말을 보여준다. 전쟁 세대의 커다란 상처와 아픔을 달래준 「이별의 부산정거장」,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의 노랫말이 대거 등장한다. 휴전 이후 미국 제8부대의 쇼 무대를 통해 미국 대중문화가 유입되는데, 이 영향으로 「슈샤인 보이」, 「애리조나 카우보이」, 「늴리리 맘보」 등 활력 넘치는 노랫말들도 유행했다.


일제강점기 음반가게의 모습. 전시장에 나무건물로 축조되었던 일제강점기 음반가게 모습이 재현돼 있다. 나무벽 가운데에 투명한 창문이 나 있고, 전시장 안에는 당시 음반가게에 판매하던 축음기 등의 물품이 놓여있다.▲ 일제강점기 음반가게의 모습


전쟁 상황 중 그리움을 달래주던 노래들. 흰 벽면이 세워진 좁은 전시장 양쪽을 촬영한 사진. 우측 벽에는 흰 벽 안에 당시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이 가득 차 있다. 좌측 벽에는 커다란 흑백사진, 당시의 LP음반들, 실시간으로 음악 감상이 가능한 세 개의 헤드셋이 놓여있다.▲ 전쟁 상황 중 그리움을 달래주던 노래들

폭발적인 성장기 노래부터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가 된 K-POP까지

전시 3장에서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 격동의 시기에 ‘성장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낸 노랫말’을 조명한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이 전국에 퍼져나가던 시기, 대중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계몽적인 노랫말이 담긴 「잘 살아보세」, 「저축의 노래」 등이 보급됐다. 더불어 도시의 화려한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린 노랫말, 고향에 돌아가고픈 애향심을 표현한 노랫말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대중문화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다양한 형태의 매체가 쏟아져 나왔고 이는 노랫말에도 반영된다. 4장 ‘열린 세상, 열린 노랫말’에서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노랫말의 특징을 소개한다. 노래방, 가요프로그램이 유행하며 배경영상과 뮤직비디오가 크게 늘었고, 듣는 노래에서 보고 듣는 노래로 진화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한류와 K-POP이 세계에 영향을 끼치며 외국어가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사회의 어두운 면도 함께 조명됐는데, 이산가족, 폭력, 왕따, IMF 실업 등 대중이 겪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노랫말이 만들어지고 있다.

노랫말의 홍수 벽. 새하얀 3개의 벽면과 바닥에 검은 글씨와 붉은 글씨로 노랫말 가사들이 잔뜩 적혀 있다.

노랫말의 홍수 벽. 빨간 글씨로 양 벽면과 바닥에 노랫말이 가득 적혀 있다. 한쪽 벽에는 네 개의 모니터를 통해 당시 음악의 비디오가 재현되고, 우측에 두 개의 모니터 아래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헤드셋이 걸려 있다.

▲ 노랫말의 홍수 벽
감동과 울림을 줄 전시 통해
한글문화 퍼뜨릴 것

전시의 마지막은 미디어 아트가 장식한다. ‘노랫말로 쓰는 사랑의 여정’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19곡의 노랫말을 섞어서 만든 작품이 전시된다. 시대를 불문하고 대중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진 노랫말이 바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전시장에 방문하면 사랑 노래의 음률과 노랫말을 직접 감상해볼 수 있다.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주고 마음을 흔들 전시, 국립한글박물관의 부산 지역순회전은 부산을 비롯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말과 글의 묘미와 노랫말에 담긴 감동을 소개해줄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앞으로도 다른 기관과 협력하며 한글문화에 대해 알릴 기회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미디어 아트관. 검은 공간에 형광빛을 장식한 벽면에 노랫말이 써져 있다. ‘뜨거운 이 사랑 모른다면 정말 너무해 그 사람 목석같은 사람 이 사랑 몰라준다면’.

미디어 아트관. 가운데 아치형태의 문이 나 있고, 양옆으로는 노랫말들이 떠올라 있다.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짓고 사랑하는 우리임과 한백년 살고싶어 봄이면 씨앗뿌려 여름이면 꽃잎 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 미디어 아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