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0.11. 제 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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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아 놀자 훈민정음 창제 당시 주변 국가들은 어떤 문자를 썼을까?
<한글문화강좌> 촬영 현장을 가다

한글박물관은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문화생활이 어려운 요즘,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글문화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한글문화강좌>를
온라인으로 선보이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글과 동아시아 문자’를 주제로 한 강연 촬영장을 찾아
그 현장 분위기와 함께 흥미로웠던 강연 맛보기도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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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강좌’를 제작하기 위해 흘리는 땀방울

강좌 촬영장의 모습. 무대 뒤로 빔프로젝트 영상이 쏘아지고, 갈색 나무바닥 무대로 조명이 쏘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촬영용 카메라가 세대 놓여 있다.

강좌 촬영장의 모습. 무대 뒤로 빔프로젝트 영상이 쏘아지고, 갈색 나무바닥 무대로 조명이 쏘아지고 있다. 무대에는 양복을 차려입은 연규동 교수가 서 있고, 앞에서 두 명의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촬영하고 있다.

2020년, 국립한글박물관은 그간 계기별로 진행하던 강좌를 연속 강좌로 통합한 <한글문화강좌>로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리의 문자 문화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조망해보는 이 강좌는 매년 한글과 관련한 특정 주제를 정해 진행된다. 올해는 주제를 ‘한국의 문자 문화’로 정하고, 우리나라 문자 문화의 전개 양상, 한글 창제 이전과 이후의 문자 생활, 한국의 인쇄·출판문화 등 다양한 문자 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느덧 8회 차를 맞이한 <한글문화강좌>의 이번 주제는 ‘한글과 동아시아 문자’로, 경성대학교 한글한자연구소의 연규동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카메라가 낯설법한 강연자를 위해 카메라 리허설을 진행했고, 조명과 카메라 세팅뿐 아니라 메이크업까지 진행됐다. 오늘의 강연자 연규동 교수는 조금씩 긴장이 되는지 연신 목을 축였고, 이번 강좌 촬영과 편집을 맡은 제작팀은 능숙하게 그를 응원하며 촬영 전 숙지 사항을 전달했다.

강연을 통해 살펴본
훈민정음 창제 당시 동아시아의 문자들

한글창제 당시 거란의 문자가 적힌 검은 현판. 세로쓰기로 한자와 유사한 느낌의 문자가 하얗게 음각돼 있다.

한글창제 당시 몽골의 문자가 적힌 종이. 전체적으로 누렇게 빛이 바랜 종이 아래는 부분적으로 갈변돼 있어 세월을 짐작케 한다. 세로쓰기로 알아볼 수 없는 몽골어가 12줄 적혀 있고, 빨간 빛의 커다란 도장이 좌하단에 찍혀 있다.

▲ 한글창제 당시 거란과 몽골의 문자

분주한 준비를 마치고 “레디, 액션!”이란 우렁찬 소리와 함께 본 녹화에 돌입했다. 연규동 교수는 ‘한글창제 당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던 문자 비교’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촬영 초반에는 촬영 환경이 익숙지 않아 보였지만, 풍부한 내공을 바탕으로 차분히 강연을 이어나갔다. 그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뛰어난 문자이지만, 인류 지성의 보편적 성과도 반영되어 있다”면서 “한글의 독창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자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글을 제외하면 동아시아의 언어는 크게 한자 계통, 알파벳 계통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연규동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는 최만리 상소문에는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에 어떤 문자가 알려졌었는지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몽골어, 서하어, 여진어, 티벳트어, 일본어 등이 조선에서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학자들이 이 문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자 창제 과정에서 참고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직 한글만이 가진 세 가지 속성인 ‘도상성, 자질성, 비선형성’에 대해 소개하며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을 상형하는 도상성이 있어서 과학적이고, 기호의 구성에 자질성(글자의 모양에서 그 글자의 소리가 나는 것)이 있어서 체계적이며, 네모꼴 안에 음절 단위로 모아쓰는 비선형성이 있어서 실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더욱 자세한 내용은 곧 한글박물관 유튜브에 공개될 예정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유익한 한글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는 <한글문화강좌>

11월 현재까지 총 8회자의 강연이 업로드된 <한글문화강좌>는 원래 ‘대면 강연’의 형식으로 관객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위험성으로 인해 ‘비대면 강연’으로 바뀌었다.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지역적 한계나 일정상의 문제로 한글박물관을 찾지 못했던 사용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한글문화강좌> 영상 댓글에는 “우리 조상들의 문자 생활을 보는 다양한 입체적 시각이 이 강의시리즈의 장점이다.”,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집니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 아이와 함께 구독하고,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고 갑니다. 여러모로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이처럼 국립한글박물관 유튜브에는 이번 호에서 소개한 강좌와 더불어 다양한 한글 관련 동영상이 준비되어 있다. 성인 이용자를 위한 영상부터 어린이 이용자를 위한 한글 만화영상까지 말이다. 겨울이 초입, 따뜻한 방 안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박물관이 선보이는 다양한 한글 동영상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촬영하면서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강좌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드네요. 저는 세계 문자사의 흐름에서 훈민정음이 어떤 기여를 하면 좋을지, 일반 문자학적인 관점에서의 훈민정음의 역할 같은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을 보신 분들이 ‘한글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인 성과가 축적되어 낳은 결과’라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또한 훈민정음도 우리나라 안에서 갇힌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세계 문자사와 연관 지어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봤으면 합니다.” 연규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