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0.11. 제 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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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처음이지? 업무를 수행할 때? 오탈자 주의하고 계속 공부해야죠! 설우정(중국)

중국 북동부의 ‘지린성(吉林省)’에서 나고 자란 설우정은 중국 남부의 한 대학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했다.
이때 해외로 나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느끼게 됐고, 한국의 한 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청소년기 <쾌걸춘향> 등의 한국 드라마를 보며 자랐기에 한국은 익숙하고 새로운 곳이었다는 그녀.
현재는 문화예술 업계에 종사하며 한중교류의 주역이 된 설우정이 이야기하는
업무용 한글과 일상 속 한글의 차이점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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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과 나무가 가득한 곳을 배경으로 검은 가죽 자켓과 모자를 쓴 설우정이 팔걸이에 팔을 걸친 채 아래를 바라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가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으로 한국에 들어와, 이제는 직장생활을 하며 박사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국립한글박물관 독자 여러분과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그간 한국에서 생활하며 많은 젊은이를 만났어요. 모두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뇌하고 도전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제게도 한국행은 커다란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저 역시 많은 드라마, K-POP 등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랐기에 한국에 관심도 컸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좋은 대학의 석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는 기회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물론 어렵게 얻은 기회니만큼 이를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어요.

박사과정에 들어온 뒤 학업과 일을 병행하게 됐습니다. 문화예술경영이란 전공을 살려 중국과 한국을 잇는 미디어회사에 입사하게 됐는데요. 정확하게는 해외전시공연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업무를 맡아 중국기업과 한국기업 간 소통을 돕고 있습니다. 막상 회사에 들어와 놀란 점은 한국어보다 한글의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졌고, 그 난이도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었어요.

대부분의 한국 회사가 그렇듯 사내에서 서면으로 제출하는 공식 서류들은 정교한 양식이 있고, 이에 따라 업무적 문체로 작성해야합니다. 더불어 이메일, SNS, 메신저 등의 활용도가 대화하는 빈도보다 높을 때도 많고요. 실제 처음 회사에 적응할 때는 메일을 잘못 보내거나, 글자에 오타를 내는 실수를 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간 일하며 ‘업무용 한글’에 대해 깨친 점이 조금 있는데요. 무엇보다 글자의 오탈자에 주의해야 하고, 업계에 맞는 비즈니스 단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비즈니스 단어의 경우 업계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관련 도서를 구매해 공부했고,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더불어 공식 서류를 작성할 때는 몇 번을 퇴고한 뒤 맞춤법 검사기까지 사용하고요. 또, 한국어에는 높임말이 있기에 더 주의할 점이 많아요.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메일에는 더 객관적이고 중의적으로 적고, 메신저에서는 친근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작은 계단이 가득한 실내 공간에 앉은 설우정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자와 하얀 테이블이 있는 실내 공간에서 분홍 자켓과 치마를 입은 설우정이 의자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전에 한글을 배우던 때의 방법도 말씀드릴게요. 전 K-POP을 무척 좋아했기에 노래 가사를 적은 가사 노트를 직접 만들었어요. 문자와 언어는 엄연히 다르기에, 문자를 배울 때면 언어의 발음과 맞춰보는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직접 쓴 가사 노트를 쥐고 노래를 들으며 발음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애초에 같은 한자문화권이다 보니 익숙한 단어들이 많았고, 중국문화와 유사한 부분이 있어 영어보다 훨씬 배우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한글이 얼마나 ‘귀여운’ 문자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한 번만 봐도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알아볼 수 있고,
한자와도 전혀 다른 형태거든요.
문자의 형태가 매력적이란 점이 한글에 대한 이미지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를 활용해 더 홍보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향후에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문화계에서 일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많은 분이 본국에 머물며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상황이 호전되어 다시 세계를 오가며 일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