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제 92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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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우리는 독서를 통해 책 속의 인물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신의 세상을 확장한다.
어린이들은 책 속에서 만난 인물과 어떻게 대화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찬 한글 손 편지를 소개한다.

‘꽃들에게 희망을’ 읽고

2020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 버금상): 이승우 어린이

노랑 애벌레에게

안녕? 나도 너처럼 꿈과 이상을 찾아 헤매는 소년이야.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읽고 너에게 무척 많은 공감을 해서 이렇게 너에게 글을 쓰게 되었어.

나도 어릴 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최고인 줄 알았어. 하지만 9살, 10살, 11살이 되면서 꿈을 찾기 시작했지…. 너처럼 말이야. 나는 네가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진 너의 친구들로 이루어진 탑을 올라갈 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 친구를 밟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말이야. 그리고 난 내 자신을 생각해보았지. 너와 난 참 비슷한 것 같아. 또 네가 힘든 행렬 끝에 친구를 떨어뜨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 네가 보았던 건 허공에 수없이 많은 애벌레로 이루어진 탑들이었지. 난 네가 나와 같았기에 응원을 했지만 정상은 아무것도 아닌 허공이었기 때문에 속상하고 안타까웠어.

그리고 나의 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 그러나 넌 아름다운 나비의 등장으로 너의 진짜 모습, 정말로 네가 그렇게 찾았던 꿈을 이루게 되었을 때 내가 나의 꿈을 이룬 것처럼 무척 기뻤단다!! 정말이야!!

어쩌면 난 너처럼 친구들을 밟고 올라서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 또 다른 친구들이 하니까 꿈도 없이 공부해왔었어. 그래서 하기 싫었나 봐….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나도 너처럼 나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믿어. 나도 언젠가는 나의 꿈을 찾을 거야!! 네가 나에게 희망을 주었거든.

그럼 나도 다른 이에게 희망을 줄 나를 기다리며 이만 줄일게. 안녕~

2020년 7월 30일
멋진 나비가 되고 싶은 소년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랑 애벌레에게

안녕? 나도 너처럼 꿈과 이상을 찾아 헤매는 소년이야.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읽고 너에게 무척 많은 공감을 해서 이렇게 너에게 글을 쓰게 되었어.

나도 어릴 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최고인 줄 알았어. 하지만 9살, 10살, 11살이 되면서 꿈을 찾기 시작했지…. 너처럼 말이야. 나는 네가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진 너의 친구들로 이루어진 탑을 올라갈 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 친구를 밟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말이야. 그리고 난 내 자신을 생각해보았지. 너와 난 참 비슷한 것 같아. 또 네가 힘든 행렬 끝에 친구를 떨어뜨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 네가 보았던 건 허공에 수없이 많은 애벌레로 이루어진 탑들이었지. 난 네가 나와 같았기에 응원을 했지만 정상은 아무것도 아닌 허공이었기 때문에 속상하고 안타까웠어.

그리고 나의 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 그러나 넌 아름다운 나비의 등장으로 너의 진짜 모습, 정말로 네가 그렇게 찾았던 꿈을 이루게 되었을 때 내가 나의 꿈을 이룬 것처럼 무척 기뻤단다!! 정말이야!!

어쩌면 난 너처럼 친구들을 밟고 올라서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 또 다른 친구들이 하니까 꿈도 없이 공부해왔었어. 그래서 하기 싫었나 봐….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나도 너처럼 나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믿어. 나도 언젠가는 나의 꿈을 찾을 거야!! 네가 나에게 희망을 주었거든.

그럼 나도 다른 이에게 희망을 줄 나를 기다리며 이만 줄일게. 안녕~

2020년 7월 30일 멋진 나비가 되고 싶은 소년이···.

<꽃들에게 희망을>
도서 《꽃들에게 희망을》의 표지. 노란색 바탕에 커다란 나비가 그려져 있다. 나비의 날개는 노란색과 흰색 무늬가 섞여 있다. 나비 위에 책 제목 ‘꽃들에게 희망을’이 검은 글씨로 적혀있다. 아래에는 꽃과 풀들이 그려져 있으며, 검은색 줄무늬의 애벌레와 노란색의 애벌레가 그 사이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애벌레 위에는 ‘삶과 지정한 혁명에 대한, 그러나 무엇보다도 희망에 대한 이야기, 어른과 그 밖의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 (글을 읽을 줄 아는 애벌레를 포함하여)’라고 적혀있다.

저자 트리나 폴러스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진정한 행동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변화와 변신에 맞서는 용기, 애벌레 하나도 죽이지 않는 평화로운 혁명을 꿈꿔 보라고 전한다. 참자아, 참모습, 진정한 삶으로 비유되는 ‘나비’가 되려면 ‘변화’와 ‘변신’, ‘기다리기’, ‘숨 고르기’,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상징하는 ‘고치’ 단계를 수용할 줄 아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인생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어둠’이 걷히면 새날은 반드시 찾아오며, 변화 뒤의 삶 또는 죽음 뒤의 이면은 소멸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전한다.

노랑 애벌레와 다른 길을 선택하는 호랑 애벌레의 행보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호랑 애벌레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여기며 독하고 무자비하게 위만 바라보며 기를 쓴다. 결국 애벌레 기둥 꼭대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사실 앞에서 분노한다. ‘더 나은 삶’은 다른 사람들을 밟고 올라선다고 이룰 수 없으며, 나아가 그렇게 도달한 성공(?)은 삶의 환멸을 낳을 뿐이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출처 : 시공주니어 <꽃들에게 희망을> 서평 중 발췌

산책을 듣는 시간 운영자, 정수지 언니에게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버금상): 이예빈 어린이

언니, 안녕? 난 성사초등학교 6학년 이예빈이야.
요즘 장마철이어서 비가 많이 오네. 오늘도 비가 왔다가 안 왔다가를 몇 번 반복했는지 몰라. 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우리의 불쾌지수가 올라가잖아. 날씨도 여름이면 불쾌지수가 올라가서 자기 멋대로 비를 내렸다가 안 내렸다가 변덕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어. 요즘엔 변덕이 심하네. 언니가 운영하는 ‘산책을 듣는 시간’은 잘되고 있어? 비가 와서 사람들이 산책을 잘 안 할 수도 있겠다. 난 비 오는 날이 좋아. 비 오는 풍경, 빗소리, 물웅덩이……. 이 모든 것들이 좋아. 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빗소리야. 밤에 잘 때 침대에 누워서 듣는 빗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줘. 어른들께서 비 오는 날을 좋아하면 어른이 된 거라고 하시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와 몸뿐만 아니라 생각과 마음도 어른이 돼야 하는 것 같아.

그런데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크는 것 같아.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7년 정도 남았으니까 그동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키워야겠어. 언니는 아직 어른이 아니지만 언니의 단단함은 어른 못지않은 것 같아. 언니의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엄마는 바다 너머로 떠나보낸 슬픔을 견뎌냈잖아. 게다가 이미 오래전부터 아빠께선 어디 계신지 모르겠는데도 아픔을 견뎌낸 게 대단해. 아마 언니가 사랑하는 사람인 한민 오빠와 아픔을 나누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행복을 함께하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하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맞나봐. 한민 오빠는 언니에게 없어선 안 되는 존재인 것 같아. 나에게 가족을 잃는 상황이 온다면 난 견뎌내지 못할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아주 큰 슬픔을 안는 건데 난 내게 안긴 슬픔을 잘 다독이지 못하고 무작정 떼어내려고만 할지도 몰라. 하지만 언니는 슬픔을 잘 다독이고 함께 나누었지.

언니가 지금 끼고 있는 헤드폰은 노래를 듣기 위해 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난 알아. 사람들은 언니가 헤드폰을 끼고 있으니 당연히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못 들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끼고 있는 거잖아. 언니가 청각장애인인 것은 숨길 필요가 없어. 내가 언니를 알기 전에 난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언니가 불편함 대신 고요함을 느끼는 것을 보며 언니가 건청인을 보며 ‘너무 시끄럽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난 언니가 청각장애인이니 수어로 대화할 줄 알았어. 그런데 언니는 수어를 안 배우고 구어를 배워서 대화하네. 

난 요즘 경기 꿈의 학교 수어 런닝맨 수업을 들으며 수어를 배워. 수어는 언니와 같은 청각장애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배우게 됐어. 수어를 배우는 건 재미 있진 않아. 하지만 수어를 배우고 나서 가족들에게 내가 배운 수어 몇 가지를 알려줄 때 가족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볼 땐 ‘수어 배우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뿌듯함을 느껴. 또 수어를 배우며 내가 아는 동요를 수어로 해보기도 해. 그러다가 모르는 수어는 검색을 해서 배워. 유치원 재롱잔치 때 한 곡을 수어로 표현해서 다 같이 발표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배웠던 수어였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자발적으로 수어를 배우니 수어 한 동작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어. 수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언니를 만나 수어를 알려주고 싶어진다. 난 초보이지만 언니에게 좋은 수어 선생님이 돼줄게. 언니가 수어를 잘하게 되면 같이 대화하자.

내가 언니에게 첫 번째로 알려주고 싶은 수어는 ‘산책을 듣는 시간’이야.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 긴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다고 했지. 그리고 더 긴 여행의 시작으로 한민 오빠와 ‘산책을 듣는 시간’이라는 사업을 시작했잖아. 신청자의 사연을 묻지 않고 오직 그들의 산책을 들어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해. 난 나의 산책을 들려주고 싶어. 내가 매일 걸었던 길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주일에 한 번 걷는 길을 산책 장소로 정해. 나의 평범했던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생각해보며 나의 산책을 들려줄게. 내가 어떻게 나의 산책을 들려주든 언니는 들어줄 테니까. 산책할 때 보자. 나의 산책을 들려줄게.

2020년 8월 7일
-예빈이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언니, 안녕? 난 성사초등학교 6학년 이예빈이야.
요즘 장마철이어서 비가 많이 오네. 오늘도 비가 왔다가 안 왔다가를 몇 번 반복했는지 몰라. 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우리의 불쾌지수가 올라가잖아. 날씨도 여름이면 불쾌지수가 올라가서 자기 멋대로 비를 내렸다가 안 내렸다가 변덕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어. 요즘엔 변덕이 심하네. 언니가 운영하는 ‘산책을 듣는 시간’은 잘되고 있어? 비가 와서 사람들이 신청을 잘 안 할 수도 있겠다. 난 비 오는 날이 좋아. 비 오는 풍경, 빗소리, 물웅덩이……. 이 모든 것들이 좋아. 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빗소리야. 밤에 잘 때 침대에 누워서 듣는 빗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줘. 어른들께서 비 오는 날을 좋아하면 어른이 된 거라고 하시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와 몸뿐만 아니라 생각과 마음도 어른이 돼야 하는 것 같아.

그런데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크는 것 같아.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7년 정도 남았으니까 그동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키워야겠어. 언니는 아직 어른이 아니지만 언니의 단단함은 어른 못지않은 것 같아. 언니의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엄마는 바다 너머로 떠나보낸 슬픔을 견뎌냈잖아. 게다가 이미 오래전부터 아빠께선 어디 계신지 모르겠는데도 아픔을 견뎌낸 게 대단해. 아마 언니가 사랑하는 사람인 한민 오빠와 아픔을 나누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행복을 함께하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하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맞나봐. 한민 오빠는 언니에게 없어선 안 되는 존재인 것 같아. 나에게 가족을 잃는 상황이 온다면 난 견뎌내지 못할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아주 큰 슬픔을 안는 건데 난 내게 안긴 슬픔을 잘 다독이지 못하고 무작정 떼어내려고만 할지도 몰라. 하지만 언니는 슬픔을 잘 다독이고 함께 나누었지.

언니가 지금 끼고 있는 헤드폰은 노래를 듣기 위해 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난 알아. 사람들은 언니가 헤드폰을 끼고 있으니 당연히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못 들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끼고 있는 거잖아. 언니가 청각장애인인 것은 숨길 필요가 없어. 내가 언니를 알기 전에 난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언니가 불편함 대신 고요함을 느끼는 것을 보며 언니가 건청인을 보며 ‘너무 시끄럽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난 언니가 청각장애인이니 수어로 대화할 줄 알았어. 그런데 언니는 수어를 안 배우고 구어를 배워서 대화하네.

난 요즘 경기 꿈의 학교 수어 런닝맨 수업을 들으며 수어를 배워. 수어는 언니와 같은 청각장애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배우게 됐어. 수어를 배우는 건 재미있진 않아. 하지만 수어를 배우고 나서 가족들에게 내가 배운 수어 몇 가지를 알려줄 때 가족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볼 땐 ‘수어 배우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뿌듯함을 느껴. 또 수어를 배우며 내가 아는 동요를 수어로 해보기도 해. 그러다가 모르는 수어는 검색을 해서 배워. 유치원 재롱잔치 때 한 곡을 수어로 표현해서 다 같이 발표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배웠던 수어였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자발적으로 수어를 배우니 수어 한 동작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어. 수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언니를 만나 수어를 알려주고 싶어진다. 난 초보이지만 언니에게 좋은 수어 선생님이 돼줄게. 언니가 수어를 잘하게 되면 같이 대화하자.

내가 언니에게 첫 번째로 알려주고 싶은 수어는 ‘산책을 듣는 시간’이야.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 긴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다고 했지. 그리고 더 긴 여행의 시작으로 한민 오빠와 ‘산책을 듣는 시간’이라는 사업을 시작했잖아. 신청자의 사연을 묻지 않고 오직 그들의 산책을 들어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해. 난 나의 산책을 들려주고 싶어. 내가 매일 걸었던 길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주일에 한 번 걷는 길을 산책 장소로 정해. 나의 평범했던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생각해보며 나의 산책을 들려줄게. 내가 어떻게 나의 산책을 들려주든 언니는 들어줄 테니까. 산책할 때 보자. 나의 산책을 들려줄게.

2020년 8월 7일 -예빈이가     
추신: 신청서 꼭 확인해줘.

<산책을 듣는 시간>
도서 《산책을 듣는 시간》의 표지. 왼쪽 상단 정육각형 안에 책 제목 ‘산책을 듣는 시간’이 적혀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정은 장편소설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세로쓰기 되어있다. 노란빛이 도는 길 위에 왼쪽부터 차례대로 단발머리 여자, 안내견, 짧은 머리의 남자가 나란히 걷고 있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남자는 기타를 메고 있으며 왼손으로 안내견 줄을 잡은 채 안내견과 나란히 걷고 있다. 단발머리 여자는 푸른색 반팔 원피스를 입고 살포시 뒷짐을 진 채 걷고 있다.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아홉 수지는 소리를 듣지 못해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수지만 아는 수화로 완벽한 대화가 가능했고, 상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완벽했던 침묵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소음의 세계로 옮겨진 수지는 낯선 세상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한다. 눈이나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지를 통해 독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상자 정은은 이 책으로 첫 소설을 내는 신인 작가로, 개성 있는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요소를 자연스럽게 심어 놓아 가족의 부재와 장애 등 무거울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어둡지 않게 다뤘다. 소리는 듣지 못해도 다른 청소년처럼 미래를 고민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십 대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 내 독자들은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아끼며 읽게 된다. 표지 뒷면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책 속의 <미스 블랙홀> 노래가 담긴 북트레일러를 볼 수 있다.

출처 : 사계절 <산책을 듣는 시간> 서평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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