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제 95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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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 심청’을 바탕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전시 공간 사진이다. 유물이 전시되어있는 진열대와 진열공간은 노란색으로 꾸며져 있다. 그 옆 벽면에는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드는 모습과 이후 심봉사와 재회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기획 기사

‘친구들아, 잘 있었니?-교과서 한글 동화’
전시 공간 곳곳에 숨겨진 뒷이야기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5월 13일부터 2021년 기획특별전
‘친구들아, 잘 있었니?-교과서 한글 동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속담처럼 전시 공간을 만든 의도를 알고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훨씬 더 풍성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전시 공간디자인과 멀티미디어 작업을 담당한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
이서영 선생님에게 전시 공간에 담긴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동화 속을 거닐며 즐기는 전시

‘친구들아, 잘 있었니?-교과서 한글 동화’는 부모들이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 속 동화를 통해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속을 거닐며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이번 기획전의 특징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기획됐다는 점이다.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고 ‘교과서 속 옛이야기’라는 주제를 쉽게 풀어낸 이 전시는 전시자료 외에도 공간 속에 다양한 디자인 요소와 영상, 체험물을 통해 방문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의 1부는 ‘이야기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책(교과서)의 모습을 그대로 연출하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인국으로 간 ‘걸리버 여행기’처럼 거대한 책들로 이루어진 비일상적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공부를 위한 교과서가 아닌 ‘경험으로서의 교과서’를 공간으로 연출한 것이죠. 2부는 ‘이야기 속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환상적인 색감의 영상과 곡선형 구조를 활용한 ‘숲 속 이야기 세상’을 만들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습니다.”

1부 전시 공간 구도 관련 초기 스케치. 커다란 교과서들이 양옆으로 벽처럼 세워져 있다. 책으로 만들어진 벽 사이로 난 길에 작은 사람 하나가 뒷모습을 보인 채 우두커니 서 있다. 책표지에는 제목으로 ‘읽기 2-1’, ‘말하기듣기’ 등이 적혀있으며, 이야기 속 캐릭터들과 호랑이, 토끼, 짐보따리 등이 책 사이 곳곳에 숨어있다. 1부 전시 공간 벽면의 실제 모습. 거대한 책 구조물들이 전시장 벽면을 꾸미고 있다. 책은 주황색, 노란색, 하늘색, 회색 등 다채로운 색상이다. 책마다 ‘따뜻하고 너그럽게’, ‘아끼며 사랑하며’, ‘도란도란 오순도순’, ‘넓은 세상 많은 이야기’, ‘서로 서로 도우며’ 등의 문구들이 적혀있다.

벽면에 투영된 영상, 살아 움직이는 삽화들

1부 전시는 책 속 이야기를 만나는 공간으로, 전시 패널 또한 책 속 페이지처럼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그림에 영상을 입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전시가 돋보인다. 이서영 선생님은 “그림에 영상을 입혀 만든 벽면은 교과서 속 ‘삽화’를 차용한 것이며,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관계의 교훈을 어린이의 관점으로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러스트 위에 캐릭터들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대사와 간단한 움직임을 영상으로 연출하여 어린이들이 관계에 대한 교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시장의 색상, 문구들을 보면 방문객을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선생님은 “초등 교과서 속 여러 옛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므로 ‘어린이’와 이야기의 ‘다양성’이 시각적으로 드러나기 위한 전반적인 색상을 계획했는데요. 특히 다양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전시임을 표현하기 위해 전시장내 책 구조들을 알록달록한 색과 문장으로 연출하여 다양성을 표현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책등 위에 연출한 문장은 초등 국어 교과서에서 발견한 ‘더불어 살기’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글귀”라며 “옛이야기가 던지는 주제와 전시장에 연출된 문장들을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라고 관람 팁을 밝혔다.

1부 전시 공간 전시물 중 하나인 거대한 책 스크린. 넓은 공간에 거대한 책 구조물이 펼쳐져 있으며 스크린 역할을 하고 있다. 책에는 전래동화 만화 영상이 비쳐 재생되고 있다. 영상 속에서는 밭을 가는 사람을 한 선비가 바라보고 있다. 1부 전시 공간 중 일부 모습. 벽면에 설치된 유리 진열장 속에 전시 유물이 놓여있다. 유물은 한 공간당 하나씩 진열되어 있다. 유물이 진열된 유리 진열장 옆에는 유물 제목, 내용, 관련된 속담이 적힌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패널은 하늘색과 연한 회색빛이다. 문구로는 ‘내가 한 말은 남에게 물어보랬다’, ‘오성과 한음’, ‘말 뒤에 말 있다’, ‘누렁 소와 검정 소’ 등이 보인다.

호기심 자극을 위한 체험형 전시물 구축

전시를 돌아보면 왠지 딱딱할 것 같은 한글 정서법 관련 부분까지도 회전 맞춤판을 맞춰보는 재미를 더한 것을 알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관람뿐만 아니라 직접 무언가를 만지며 조작해 보는, 어린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구축에 중점을 둔 것이다. 전시 연출 단계에서는 체험 요소와 거대한 책 구조의 합을 위해 ‘팝업북’의 요소들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덮개를 열어보거나 주머니 속에서 카드를 꺼내 보고, 그림판을 돌리거나 밀어보는 아날로그적 행동을 통해 숨겨진 문장을 찾아냄으로써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각 체험들은 재미 요소이기도 하지만 교과서 속 이야기 뒤에 제시되는 질문들처럼 주어진 내용을 잘 이해하였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단어가 적혀있는 돌림판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각 돌림판에는 ‘있었읍니다’와 ‘있었습니다’가 적혀있다. 각각 ‘읍’과 ‘습’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벽면이 동그랗게 총 세 군데가 뚫려 있다. 상단에 하나가 뚫려 있으며, 하단에는 두 개의 동그라미가 살짝 겹쳐진 모양으로 뚫려 있다. 안에는 하늘색 판이 있고 그 위에 문구들이 적혀있다. 문구가 적힌 하늘색 판은 옆으로 밀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각 동그라미 속에는 ‘세 딸이 모두 정성껏 바지를 줄여 세 뼘이 줄었습니다’, ‘부자의 딸들은 서로 미루어서, 부자의 바지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다른 동그라미 속 문구는 ‘부자의 바지는’ 까지만 보인다. 세 동그라미 사이에는 제목인 ‘짧아진 바지’가 적혀있다.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벽면에 설치된 동그란 판 위에 노란색 덮개가 덮여있는 구조물이다. 덮개를 열면 덮개에 적힌 전래동화 문구를 읽을 수 있다. 동그라미 속에는 문구 내용과 관련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덮개에 적힌 문구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장사들이 몽둥이와 올가미를 들고 한 무리 나왔다는구먼’이며, 동그라미 속에는 놀부를 혼내는 장사 그림과 흥부와 놀부가 서로 웃으며 껴안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동그라미 아래에는 모양을 따라 문구가 적혀있는데 ‘놀부네 첫째 박이 갈라지고 뭐가 나왔’까지만 보인다.

전시실 세 개 면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영상미

2부 전시 공간 전경. 넓은 전시장 세 벽면 모두를 영상이 가득 채우고 있다. 영상은 각종 전래동화 배경과 캐릭터들이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화려하게 표현됐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 진열장이 설치되어 있다. 그 가운데 ‘어리숙한 도깨비’가 적힌 커다란 판넬이 세워져 있다.

2부 전시는 세 개의 면을 가득 채우는 화면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이서영 선생님은 “호랑이, 토끼, 산신령, 도깨비 등 교과서 속 주인공들에 대한 성격과 특징을 살펴보는 곳으로, 동화 세상으로 들어와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도록 했으며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대형 3면 영상을 연출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로 구조와 사인물 그리고 공간 곳곳에 담긴 문장들을 찾아보면 주인공들에 대해 더욱 흥미롭게 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서영 선생님은 이번 전시 외에 또 다른 전시를 기대하는 독자들을 위해 앞으로의 전시 일정도 소개했다. 그는 “국립 한글박물관은 이번 기획특별전 외에 7월 부평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9월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한글실험프로젝트 ‘형태의 전환’, 11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는 ‘내방가사(가제)’ 등 다양한 기획전과 지역순회전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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