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제 101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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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늬가 그려진 한지에 책이 합성되어 있다. 책은 고서로 종이가 누렇게 바랐으며, 한자가 빼곡하게 세로쓰기 되어있다. 중간에 되, 섭 등의 한글이 간혹 적혀있다. 책 주변으로는 자음 치읓, 피읖, 비읍 등이 적혀있다. 전통무늬가 그려진 한지에 책이 합성되어 있다. 책은 고서로 종이가 누렇게 바랐으며, 한자가 빼곡하게 세로쓰기 되어있다. 중간에 되, 섭 등의 한글이 간혹 적혀있다. 책 주변으로는 자음 치읓, 피읖, 비읍 등이 적혀있다.

기획 기사

새 옷 입은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2014년 이후 7년간 운영돼 온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이 지난해 4월 휴장한 이후
9개월간의 개편을 마치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한글의 뿌리인 『훈민정음』의 정보와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전시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전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나랏말싸미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새’라는
『훈민정음』머리말의 문장을 통시적으로 재해석해 7개 공간으로 구성했다.
전시실 전체가 하나의 『훈민정음』을 상징하는 듯한 상설전시관을 미리 만나보자.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전시관 초입의 빛나는 길은 『훈민정음』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33장(66면)으로 이뤄진 『훈민정음』은 글자가 없었던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빛을 상징한다. 특히 조형물 끝에 『훈민정음』 합자해의 글귀인 ‘소리가 있으나 글자는 없어 글로 통하기 어렵더니 ··· 우리나라 오랜 역사에 어둠을 밝히셨도다’라는 문구는 전시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종이가 누렇게 바랐으며 군데군데 얼룩이 져 있다. 한자가 빼곡하게 세로쓰기 되어있으며, 중간에 되, 섭 등의 한글이 간혹 적혀있다. ▲ 훈민정음 정인지 서문 ‘천지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다. … 중국의 글자를 빌려 쓰고 있으나 이는 모난 자루가 둥근 구멍에 맞지 않는 것과 같다.’
- 『훈민정음』 정인지서문 - 

첫번째 공간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 우리 선조들은 어떤 문자 생활을 했을까?’라는 의문으로 출발한다. 우리말과 중국말이 다른데, 중국말을 적기 위해 만든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적으려고 하니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훈민정음』정인지서문은 지적한다. 전시는 선조들이 이두(吏讀), 구결(口訣), 향찰(鄕札) 등 한자를 활용한 표기 체계를 만들었지만, 한자를 배우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는 답답함과 어려움 가운데 있었음을 보여준다.

내 이를 딱하게 여겨 / 스물 여덟 자를 만드니

세종은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을 딱하게 여기며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했다. 이렇듯 한글은 한자와 다른 우리만의 문자를 주장한 자주정신, 백성들의 삶에 실질적인 쓸모가 있는 글자를 창제하고자 한 실용정신,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이 없기를 바라는 애민정신까지 세종의 통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물이다. 많은 대신의 반대와 정치적 위험 속에서도 1443년 세종은 쉰에 가까운 나이에 새로운 문자를 세상에 내놓는다. 두번째 공간 ‘내 이를 딱하게 여겨’에서는 세종을 상징하는 어보(御寶)와 한글 창제에 관한 세종의 일대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세종이 완성한 새로운 글자는 점, 선, 원의 단순한 형태로 구성돼 있으며, 단 스물여덟 개의 글자를 조합해서 우리말에 존재하는 소리를 전부 쓸 수 있었다. 세번째 공간 ‘스물 여덟 자를 만드니’에서는 새 글자에 대한 해설서인 『훈민정음』의 모든 것과 한글 창제 초기에 간행된 책을 통해 세종의 한글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세종은 글자가 우리말을 온전히 적는 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짓도록 하고, 『동국정운』을 통해 한글로 한자의 발음을 정리했으며,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통해 한글 표기를 실험했다.

노랗게 바란 책이 펼쳐져 있다. 책에는 한글과 한자가 혼용되어 적혀있다. 모든 글자는 세로로 나뉜 줄을 따라 세로쓰기 되어있다.▲ 용비어천가 오래된 책이 펼쳐져 있다. 책에는 한글이 적혀있으며, 지금을 볼 수 없는 아래아 등도 사용됐다. 글자는 모두 세로쓰기 되어있다.▲ 월인천강지곡

쉽게 익혀 / 사람마다

네번째 공간 ‘쉽게 익혀’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쉽게 전파하기 위해 국가와 기관이 주도로 간행한 한글 자료들이 망라된다. 유교를 바탕으로 한 나라였지만 오랜 시간 민간에 널리 뿌리내렸던 불교의 서적들을 언해 사업의 첫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임진왜란이라는 큰 전쟁을 겪은 후에는 의학, 무예, 농업 등과 관련된 실용서가 활발하게 간행됐고 제도, 법률, 명령 등을 많은 백성이 알기 쉽도록 한글로 더욱 자주 알리게 됐다.

노랗게 바란 종이에 삐뚤빼뚤하고 서툰 붓글씨가 적혀있다. 오른쪽부터 ‘상풍의’, ‘긔후평안하오신 문안’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 정조한글편지첩

흔히 한글은 낮은 계층의 사람들만 썼던 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자료들에서는 ‘정조(正祖)가 외숙모에게 쓴 한글 편지’와 ‘한 양반이 외거 노비 기축이에게 보낸 한글 편지’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으로 한글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다섯번째 공간 ‘사람마다’에서는 이처럼 손글씨로 생산된 한글 자료의 멋을 느끼고, 한글이 쓰인 다량의 민속자료를 통해 한글의 확산세를 느낄 수 있다.

날로 씀에 /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옛 고서로, 세로 원고지에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다. 글씨는 너무 작아 알아볼 수 없다.▲ 고종칙령

한글이 만들어진 지 약 450년이 흐른 1894년 고종(高宗)은 한글을 공식적인 나라의 글로 선포한다. 한글을 국문(國文)으로 삼고 공적 영역에서도 쓰도록 한 것이다. 이후 한글 표기법 제정, 한글 사전 편찬, 한글 교육 교재 개발 등 한글 연구와 교육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면서 한글은 고난 속에 놓인다. 여섯번째 공간 ‘날로 씀에’에서는 조선어학회를 비롯한 한글 연구자들, 민간단체와 언론, 문인들이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해 펼친 노력들을 이야기해준다.

누렇게 바란 종이에 자음, 모음 및 각 글자를 뜻하는 점자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상단에는 한자로 ‘훈맹정음’이 적혀있다. ▲ 훈맹정음

마지막 일곱번째 공간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에서는 현대의 한글을 조명한다. 모든 사람들이 널리 한글을 사용하길 원했던 과거 세종대왕의 바람처럼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관심사를 가진 일반인, 언어적 배경이 다른 외국인·이주민·새터민,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시·청각 장애인 등의 한글 사용을 소개한다. 또한 현대에 들어 한글을 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제정된 맞춤법과 표준어, 가로·세로쓰기, 모아·풀어쓰기, 서체 개발 등에 대한 주요 사건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유물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현대 한글의 변화와 가치를 돌아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해 온 살아 있는 존재인 ‘한글’, 그리고 『훈민정음』 속 세종의 위대한 문자 계획이 담긴 국립한글박물관의 상설전시는 오는 1월 21일 공개된다. 새롭게 선보이는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을 함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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