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제 101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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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수놓아진 샤넬 재킷을 입은 모델이 등을 보이고 서 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옆얼굴이 보인다. 머리에는 우리나라 전통 자개 장식 모양을 본떠 만든 핀을 꼽고 있다. 재킷은 검은색에 흰색 글씨가 수놓아져 있고, 글씨는 ‘한글’, ‘서울’, ‘깜봉’ 등이 적혀있다. 그 옆엔 한글 재킷과 한글 하의를 입혀놓은 마네킹이 서 있다. 한글이 수놓아진 샤넬 재킷을 입은 모델이 등을 보이고 서 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옆얼굴이 보인다. 머리에는 우리나라 전통 자개 장식 모양을 본떠 만든 핀을 꼽고 있다. 재킷은 검은색에 흰색 글씨가 수놓아져 있고, 글씨는 ‘한글’, ‘서울’, ‘깜봉’ 등이 적혀있다. 그 옆엔 한글 재킷과 한글 하의를 입혀놓은 마네킹이 서 있다.

소장품 이야기

한글을 사랑한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 ‘샤넬 한글 재킷’

2021년 11월,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샤넬에서 귀한 선물을 보내왔다. 선물은 ‘샤넬 한글 재킷(일명 트위드 재킷)’으로 2015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2015/2016 샤넬 크루즈 쇼’ 패션쇼에서 처음 선보인 후, 2018년 프랑스 국빈 방문 시 김정숙 여사가 착용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된 옷이다. 이 재킷은 2021년 파리 주프랑스문화원에서 개최한 ‘한글실험프로젝트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전시에서 다양한 한글디자인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어 프랑스인들에게 한글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교집합이 된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한글이 문자의 영역을 넘어 예술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칼 라거펠트(1933~2019)가 직접 디자인해서 화제를 모은 이 재킷은 한글과 인연이 깊어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한글이 수놓아진 샤넬 재킷을 입은 모델이 등을 보이고 서 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옆얼굴이 보인다. 머리에는 우리나라 전통 자개 장식 모양을 본떠 만든 핀을 꼽고 있다.▲ 샤넬 2015/16 크루즈 컬렉션 한글 재킷
‘Les mots cachés’
한글 재킷과 한글 하의를 입혀놓은 마네킹이 서 있다.▲ 2021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전시 모습
 

‘패션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칼 라거펠트는 37년간 샤넬의 수장으로서 전 세계 패션계를 장악했다. 라거펠트는 마담 샤넬 사망 후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 올드한 클래식 브랜드로만 여겨진 샤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마담 샤넬의 정신과 샤넬 스타일의 핵심 디자인 요소들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소재와 대담한 재단, 디자인의 허를 찌르는 새로움, 유머와 현대성을 불어넣는 등 자신이 생각한 시대적 혁신 요소들을 조합했다.

그는 2015년 동대문 DDP에서 2015/2016 샤넬 크루즈 쇼를 열었는데, 한국의 전통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옷들을 선보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색동저고리와 조각보 등에서 영감을 얻은 옷들과 함께 ‘샤넬 한글 재킷’도 소개되었다. 그는 DDP 패션쇼 당시 “한글은 정말 아름다운 글자”라고 칭송한 바 있다.

샤넬 한글 재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샤넬을 상징하는 단어와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들로 ‘샤넬’, ‘깜봉’, ‘마드므와젤’, ‘서울’, ‘카멜리아’, ‘코코’, ‘한국’, ‘가브리엘’ 등의 한글 단어들이 수놓아져 있다. 트위드 재킷이라 불리는 이 옷은 과거 양(羊) 산업이 발달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등장한 옷감인데, 2~3가지 색상의 양털로 만든 실을 섞어 촘촘히 짜서 만드는 방식으로 글자 부분이 흰색 실로 두드러지게 만들어졌다.

옷의 컬러는 흰색에서 검정으로 그러데이션(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해가는 농도의 단계) 되어 멀리서 보면 무채색으로 보이지만, 밝은 노랑, 핑크, 연두, 파랑, 주황색 포인트 색이 더해져 기품있는 컬러감과 미감을 보여준다.

한글 재킷을 확대한 사진. 트위드 재킷으로 흰색 글씨가 수놓아져 있어 흰색과 검은색이 그러데이션 됐다. 곳곳에는 분홍색, 노란색, 연두색, 파란색, 주황색의 실이 수놓아져 있어 포인트를 준다.▲ 다양한 색감의 실로 구성된 트위드 재킷 한글 재킷에 수놓아진 한글을 확대한 사진. ‘카멜리아,’ ‘한국’, ‘코코’, 등이 수놓아져 있다. ▲ ‘카멜리아’, ‘한국’, ‘코코’ 등 한글

이 재킷이 한국 언론에 많이 알려진 계기는 2018년 10월 프랑스 국빈 방문 때 김정숙 여사가 한국과 프랑스의 우정을 상징하는 의미로 ‘샤넬 한글 재킷’을 빌려 입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과 친교 일정을 진행하며 “이 옷을 봐주시라. 한-불이 함께할 수 있는 미래와 현재가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말했으며 ‘의상 외교’로도 한몫을 했다.

샤넬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한글에 주목하고 이를 디자인적 요소로 해석해 의상에 구현했다는 것은 문화 콘텐츠 중심의 한류가 패션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한글 글자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서 옷에 직접 보이는 사례를 시작으로 한글이 가진 문자적 유연성이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보이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프랑스 패션과 한글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이 특별한 재킷은 한글박물관에 소장되어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작성자: 김은재(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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