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제 101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전체메뉴
어두운 전시장 안에 노란 저고리와 빨간 한복 치마를 입은 마네킹이 전시되어 있다. 그 뒤로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유물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전시장 뒤쪽 벽면은 스크린으로 활용되어 만화가 비치고 있다. 어두운 전시장 안에 노란 저고리와 빨간 한복 치마를 입은 마네킹이 전시되어 있다. 그 뒤로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유물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전시장 뒤쪽 벽면은 스크린으로 활용되어 만화가 비치고 있다.

이달의 박물관

여성들의 삶이 담긴 한글 기록,
‘내방가사’를 만나러 오세요

기획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개막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12월 23일부터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기획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내방가사는 조선 시대 여성의 문화를 다루는 전시에서 종종 소개되곤 했지만,
여성이 남긴 한글 기록이라는 점이 본격적으로 다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대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풍부하게 담아낸 전시 소식을 전한다.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여성들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기획전시

전시장에 전시된 유물을 서주연 학예연구사가 설명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서서 함께 유물을 바라보고 있다.▲ 여성의 자부심을 적은 <쌍벽가>

내방가사란 4음보 운율의 시조로, 조선시대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한글로 자신의 삶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을 적극적으로 기록한 문학이다. 이러한 내방가사를 주제로 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전시는 1794년에 창작된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 편의 내방가사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총 172건 260점의 자료도 함께 전시되며, 오는 4월 1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서주연 학예연구사가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서 학예연구사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몸을 틀어 유물 쪽을 바라보며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 학예연구사 뒤로는 유물을 설명하는 패널이 보인다.▲ 유물을 소개 중인 서주연 학예연구사

전시 기획자인 서주연 학예연구사는 23일 열린 전시 설명회에서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고,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욕망이 극대화된 작품이 내방가사이기에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의미로 제목을 ‘이내말삼 드러보소’로 지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또한 그는 전시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동안 내방가사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문학성이 낮다는 편견 때문이며, 문학성이 낮다고 평가된 이유는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자료가 가득!
기획전시 살펴보기

전시장 벽면이 모두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전시장 가운데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의자 역시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벽면에는 전시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전시장 벽면이 진한 주황색, 청록색, 분홍색 등으로 칠해져 있다. 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부스마다 유물이 진열되어 있다.

▲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전시장 내부

매우 낡은 책으로 갈색으로 빛이 바랬다. 책에는 ‘화전가’라고 제목이 적혀있고 시조가 빼곡하게 한글로 적혀있다. 글은 모두 세로쓰기 되어있다.▲ <덴동어미화전가>
(소장처: 경북대학교 도서관)

전시는 1부 ‘내방 안에서’, 2부 ‘세상 밖으로’, 3부 ‘소망을 담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는 내방이라는 공간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다채로운 삶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어머니의 육아 자랑,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시누이와 올케의 갈등 등 꾸밈없는 여성들의 모습과 그들이 느낀 감정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개화기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근대 여성들이 이전과 다르게 어떤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관람객은 남녀평등과 여성의 교육을 주장하는 <해방가>와 <위모사>,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여성들의 역사교육 교과서 역할을 했던 <한양가> 등에서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3부는 가족이 잘 되길 바라는 여성의 소망을 담은 내방가사 작품과 함께 현재까지도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특히 3부에서는 문학성의 최고조를 보여주는 <덴동어미화전가>를 전시실 벽면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덴동어미화전가>는 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어머니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우 낡은 긴 두루마리이다. 모서리 군데군데가 헤져있다. 두루마리에는 세로쓰기로 시조가 쓰여있다.▲ <헌수가>

두루마리가 일부분만 펼쳐져 있다. 누렇게 빛이 바랬으며, 모서리가 헤져있다. 두루마리에 시조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 <잊지 못할 내딸이라>

내방가사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12편의 내방가사 작품이 최초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중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의 <헌수가>는 그 내용을 적은 유물의 길이가 무려 14m로 현전하는 내방가사 중 길이가 가장 길다. 이외에도 고향을 떠나 만주로 가는 여성의 심정을 다룬 <원별여사향가>, 내방가사에서 매우 드물게 남성을 화자로 하는 <계녀통론>, 먼저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잊지 못할 내 딸이라> 역시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최초 공개 자료 목록>

연번 제목
1 <손녀사랑가>
2 <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
3 <잊지 못할 내딸이라>
4 <귀녀가라>
5 <사친애넘친자탄가>
6 <신행가>
7 <생조감구가>
8 <원별취회가>
9 <꽃노래>
10 <원별여사향가라>
11 <천일사향가>
12 <헌수가>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내방가사의 기록 유산적 가치

내방가사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한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드러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게다가 낭독과 필사라는 독특한 문화로 전승되고 있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문학 장르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 여성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기록물이기에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은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해 2019년부터 협력해오고 있다.

기획전시실 입구 사진. 입구는 민트색 벽으로 꾸며져 있다. 입구 왼편에는 전시의 제목인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가 적힌 흰색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입구 안으로는 전시장이 보인다.

시대가 변하고, 여성들의 관심사는 더 다채로워졌지만, 내방가사를 통한 여성들의 소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각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다면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에 방문해 가사 속에 적힌 진솔한 이야기를 음미해보길 추천한다.

상단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