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2017. 6.

도심 속에서 찾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기획전시 연계교육 <도시 공간 속 한글의 가능성>

창밖으로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저녁 시간, 삼삼오오 한글박물관의 강의실로 모여든 30여 명의 수강생들은 차분히 자리에 앉아 강의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뒤 한글박물관에서 다시 문을 연 기획전시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의 연계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것. 이미 전시관 불이 꺼진 늦은 시간에도 강의실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차 있었다.

시각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한글 타이포그래피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한글 디자인의 발전상을 알리기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기획전시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의 전시연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교육으로는 4월 7일 특별강연 <디자이너 세종의 한글 디자인>, 5월 13일과 20일 참여형 워크숍 <내가 세종이라면?>, 5월 24일 <도시 공간 속 한글의 가능성>이 진행됐으며, 지난 5월 24일에는 마지막 교육인 <도시 공간 속 한글의 가능성> 특별강연이 열려 120여 명의 수강생들이 박물관 강의실을 찾았다.

이날 교육에는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이자 시각 디자이너인 김경선 교수가 강사로 나서 자신이 직접 바라본 도시 공간 속 한글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한글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듯 앳된 얼굴의 대학생부터 희끗한 흰머리의 할머니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여든 수강생들은 강의가 시작되자 김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한글박물관은 저녁 시간을 내 박물관을 찾아준 수강생들이 허기를 느끼지 않고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떡과 다과를 준비했다.

지난 5월까지 진행된 기획전시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시장 ▲ 지난 5월까지 진행된 기획전시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시장

강연에 귀를 기울이는 수강생들 ▲ 강연에 귀를 기울이는 수강생들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부터 도심 속 한글 활용상까지

강의는 활자 인쇄의 역사를 소개하며 시작됐다. 15세기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해 대중화시킨 일화와 함께 ‘서체(폰트, 종류와 크기가 동일한 활자)’의 대중화와 발전상을 알아보았다. 종이에 인쇄된 글을 보던 시대를 지나 모니터와 스마트폰 속에 수많은 폰트가 자유자재로 출력되는 현대에 이르면서 시각 디자인의 중심축에 글자를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래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김경선 교수가 2000년대 들어 직접 제작·전시한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이기 시작하자 수강생들은 눈을 빛내며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도 이런 열기에 화답하듯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주안점, 느낀 점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강연에 집중하는 수강생들 ▲ 강연에 집중하는 수강생들

김경선 교수가 디자인한 ‘한글가온길’의 한글 조형물 ▲ 김경선 교수가 디자인한 ‘한글가온길’의 한글 조형물

이어 도심 속에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한글 타이포그래피들이 사진자료를 통해 소개됐다. 자동차 도로 한편에 누군가 붙여놓은 대부업체 광고 속 폰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낙원 악기상가 간판의 모습 등을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도시 공간의 한글 활용상을 보여주며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한글 디자인의 양상을 보여줬다.

낙원 악기상가를 상징하던 간판의 예전 모습 ▲ 낙원 악기상가를 상징하던 간판의 예전 모습

현재의 낙원 악기상가 간판 ▲ 현재의 낙원 악기상가 간판

“왜 알파벳 디자인을 선호하나요?” 질의응답 시간 이어져

강의를 마칠 무렵, 이미 밤이 깊은 시간이었지만 수강생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도심 속 타이포그래피를 살펴보며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문화임에도 한글 대신 알파벳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져 나온 것. 이에 김 교수는 수강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해주었고, “젊은 디자이너들이 용기 있게 나서서 기존 시각 디자인 업계의 불합리한 점들을 타파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연에 참석한 김수영 씨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 한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는데, 전시와 함께 연계교육까지 들을 수 있어 무척 유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열정적으로 강의를 진행했던 김경선 교수는 “늦은 밤 시간인데도 직장 일을 마치고 찾아와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열정에 놀랐다.”며, “한글박물관이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한글과 한글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