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2017. 11.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 국립한글박물관 연구교육과장 이승재

한글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글자 가운데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알 수 있는 글자는 한글, 즉 훈민정음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훈민정음은 글자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글자에 대한 상세한 사용법을 담은 설명서인 훈민정음해례본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유네스코에서는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선정했다.

한문으로 된 훈민정음해례본을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해설서

훈민정음해례본은 위대한 기록 유산이지만 어려운 한문으로 작성되어 있으며 내용 또한 조선 세종 시절 국가 이념으로 작용했던 성리학, 글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음운학과 문자학, 문장을 유려하게 표현하기 위한 한문학적 지식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훈민정음해례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일반인은 물론 전공자에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까지 훈민정음해례본에 대한 많은 연구에도 기준이 될 만한 하나의 통일된 해석이 마련되지 못했다.

더불어 우리는 평소에 훈민정음이 매우 과학적이고 우수한 글자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글자가 어떤 면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지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는 매우 체계적이기에 배우기는 쉬우나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매우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 훈민정음은 자음 5자와 모음 3자의 단위 요소를 조합해 현대 한글을 기준으로 약 10,000자 이상의 음절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체계적인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한글은 현재도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형의 원리’를 비롯하여 ‘가획의 원리’, ‘모아쓰기 원칙’ 등 여러 기본 원리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체계적이고 확장성이 큰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학습하는 것은 창의력 발달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는 문화 민족으로서의 우리를 찾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 창의력 발달을 위해서도 널리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원본인 훈민정음해례본 상태로 널리 알리기는 어렵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도 백성들이 글자를 쉽게 익혀 널리 쓰게 하기 위하여 만드신 것이라 하셨듯 훈민정음해례본의 내용 역시 여러 사람이 두루 알게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핵심적 내용을 정리하여 쉽게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2017년 6월 20일 훈민정음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과 교육 현장에서 기준으로 삼을 만한 핵심적인 내용, 학계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검증돼 표준 해석이라고 삼을만한 내용들을 모아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를 발간하였다.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는 크게 ‘훈민정음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해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와 ‘훈민정음의 자모 순서’를 다루고 마지막으로 ‘훈민정음의 자모 명칭’을 살펴보는 4가지 순서로 구성돼 있다.

해설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훈민정음학회, 전국국어교사모임 등에 의견을 구하였으며 2017년 5월 국회에서 ‘훈민정음 대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의견을 수렴한 후 가장 보편적이고 이견이 없는 내용을 추려 책을 만들었으며 다양한 활용을 위해 인쇄본과 온라인본을 함께 만들어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http://www.hangeul.go.kr) 배포 중에 있다.

특히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는 훈민정음해례본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표와 삽화, 사진을 제작, 활용하였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영어본도 함께 제작하였다. 지난 8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렸던 재미한국학교협의회에서도 재외동포와 현지 미국인들에게 한글본과 함께 영어본을 배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 ▲ 국문

A guide to Hunminjeongeum ▲ 영문

초등학생 위한 쉬운 훈민정음 해설서도 제작 예정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훈민정음에 관련된 내용은 초등학교 3-4학년 교과 과정에 처음 등장한다. 이번에 제작한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기에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에 대한 교육이 창의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초등학생들이 쉽게 배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현재 초등학생을 위한 《훈민정음 해설서》를 기획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직접 읽고 학습을 할 수도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와 교사를 위한 활동지와 교사용 지도서도 함께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인쇄 형태의 책보다는 동영상이나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한 멀티미디어 온라인 학습지 형태로 만들어 학생들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국립한글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할 예정이다.

훈민정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창제 원리에 담겨 있는 철저한 체계성과 확장성이다. 이것이야말로 다가오는 미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창의성의 원동력이고 자라나는 우리 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주어야 하는 값진 유산일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의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가 미래를 위한 한글 교육의 발판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