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한글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매년 한글날 즈음에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대학생 동아리 연합회가 있다. 하나, 혹은 크다는 의미를 가진 ‘한’에 울타리를 뜻하는 ‘울’이 합쳐져 ‘한울’이다. 한글 사랑의 커다란 울타리 속에서 한글에 뜻을 품은 젊은이들이 매년 한글 글꼴과 디자인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창조해내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한울전> 개막식에 찾아가보았다.
한울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7년을 맞이하게 된 대학생 한글 타이포그래피 연합회로 8개 대학 80여 명의 대학생들이 모인 한글 글꼴 동아리 모임이다. 한글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이끌어나가는 대학생 한글 디자인 운동의 중심으로서 다양한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매년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건국대 ‘소모임’, 단국대 ‘방과후’, 서울여대 ‘한글아씨’, 숙명여대 ‘아밀라아제’, 이화여대 ‘꽃’, 연세대 ‘콜로폰’, 한양대 ‘온앤오프’, SADI ‘9rid’가 그 주인공이다.
<한울전 - 재활용 : 익숙한 것들의 낯선 전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대학생 타이포그래피 연합회 ‘한울’의 연례전시 <한울전 - 재활용 : 익숙한 것들의 낯선 전시>를 지난 10월 14일 토요일부터 17일 화요일까지 박물관 별관 건물에서 공동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한글 글꼴 발전을 위해 힘쓰는 젊은이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한글 디자이너를 양성하고자 한글박물관에서 무료로 전시 공간을 제공하였다.
▲ 자신의 작품 ‘범람하는 ㅁㅁㅁ속의 우리’에 대해 설명하는 김단비 회장
▲ 저마다의 학교에서 준비한 작품을 설명하는 학생들
올해 <한울전>은 ‘재활용’을 주제로 일상 속에서 이에 대한 콘셉트를 해석할 때 어떤 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 다양성을 살펴보는 전시로, 잊히기 쉬운 요소들을 한글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새로운 관점으로 실험하자는 목표를 잡고 전시를 준비해왔다. 이날 전시에 참가한 8개 대학 학생들은 전시관을 8개의 공간으로 나눠 주제에 맞게 각자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한울을 이끄는 김단비(SADI ·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회장은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할 때에는 초성 · 중성 · 종성에 따라 조형이 달라진다.”며, “여기에 더해 문단 자체의 자간, 행간 등도 조절하면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부회장(이화여대 · 시각디자인)은 “한글의 조형성이 다른 문자와는 다르기에 어떤 느낌을 줘야 조금 더 한글 같은 디자인이 나올지 연구하기도 한다.”고 밝히면서 “이외에도 한글박물관과 함께 한글 타이포그래피 홍보 캠페인, 서체 저작권 관련 캠페인, 한글놀이 등을 함께 진행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숙명여대 ‘아밀라아제’의 ‘낯선 일상’
▲ 서울여대 ‘한글아씨’의 ‘연상기억’
▲ 단국대 ‘방과후’의 ‘스쳐보는 이야기들’
한울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동아리들의 연합회이기에 캠페인, 전시, 도록출판 등 모든 활동에 따른 경비를 회원 스스로 갹출한다. 일반적으로 전시관을 일주일 가량 대관하는데 3~5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기에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나 용돈을 아껴 동아리 활동에 사용하는 현실이다. 이에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울전>을 후원해 전시관을 무료로 제공했다.
한글박물관의 유호선 글꼴교류협력팀장은 “대학생들의 한글을 활용한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곧 한글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라며, “한글 글꼴 창작에 힘쓰는 후속세대를 양성하고 도움을 주고자 한글박물관에서 어떻게든 지원해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글 타이포그래피 연합회 한울
한글 타이포그래피 연합회 한울을 소개합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하는 한울전이 국립한글박물관의 전시관에서 개최하게 돼 무척 기뻐요. 대학생으로서 학업은 물론 아르바이트, 취업준비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해 여기까지 온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요. 이제 17년의 역사를 넘어서 한울이 20년, 더 길게는 40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연합회가 되길 바랍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 중에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은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 중에서도 ‘한글’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모인 연합회에요. 수세기의 역사를 가진 다른 문자들에 비해 한글의 역사는 짧은 편이고, 그렇기에 더욱 한글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 그 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자긍심을 갖고 활동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