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서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 굳이 찾아서 보지 않아도 도심 속 어디에나 설치된 화면 속 화려한 영상들.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만들어진 수많은 전자기기와 콘텐츠들은 사람들을 책에서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싼값에 교재를 구하려는 수험생부터 교양서적을 찾는 일반인까지 중고서점을 찾던 풍경은 지나간 세태가 돼버렸지만, 헌책방은 지역 명물이자 관광명소로 남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좁은 골목과 낡은 책의 가치를 찾아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을 찾아갔다.
배움을 갈구하던 젊은이들이 모이던 그곳,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인천 동구 금곡동 일대는 작은 배가 바닷물이 들어오던 수로를 통해 철교 밑을 드나들었다는 데서 유래해 ‘배다리’라고 불렸다. 근대화 시기, 인천항 개항 이후 일본인들에게 개항장 일대를 빼앗긴 조선인들은 배다리로 모여들었고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후 1960~70년대 배다리는 인천지역 유일의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가난하지만 꿈으로 가득 차 배움을 갈구하던 지역 내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배다리로 향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게 됐고, 중고 서적 역시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면서 50여 곳에 달하던 책방은 서서히 수가 줄어 현재는 아벨서점, 한미서점 등 대여섯 곳의 책방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명소로까지 떠오르게 되었는데,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에 한미서점이 등장했기 때문. 덕분에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올 만큼 인천의 명소로 떠올랐다.
▲ 옛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배다리의 골목길
▲ 배다리 언덕의 코스모스 핀 가을풍경
‘헌책 사고팝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 헌책방
배다리 헌책방 골목을 대표하는 아벨서점 앞에는 ‘헌책 사고팝니다.’라고 적힌 낡은 입간판이 서 있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가게 안 가득 천장까지 높이 쌓인 책들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한 사람이 서있으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통로의 서점 안에는 다락방처럼 아늑한 느낌과 오래된 책에서 나는 그리운 냄새가 공존하고 있다. 아벨서점 우측의 한미서점의 노란 외관은 드라마 ‘도깨비’의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로 섭외돼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1955년에 인근에서 문을 열고 1960년 이곳으로 옮겨온 한미서점의 역사는 어느덧 60년이 넘어섰다.
▲ 드라마 ‘도깨비’에 섭외돼 유명세를 탄 한미서점
▲ 60년이 넘게 배다리를 지켜온 아벨서점
▲ 아벨서점 내부 천장까지 책을 진열한 모습
서점 거리 옆에 자리한 코스모스 숲 위로는 전형적인 ‘골목길’이 펼쳐진다. 좁디좁은 골목길 사이에 녹아있는 우리네 옛이야기들이 머릿속으로 지나가면서 추억을 불러온다. 이제는 고층빌딩이 가득한 대도시가 됐지만, 한적한 골목길은 이곳에 그대로 남아 주민들에겐 생활의 공간이, 방문객들에게는 오래전 풍경을 되살려줄 산책로가 되어준다.
인천시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에 있다. 주민들의 삶터와 일터, 쉼터를 지키고 공동체를 재생해 주거와 문화를 동시에 담아내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배다리에는 새로운 책방과 공방들이 들어서고 젊은 작가들이 찾아오고 있다.
근대화 시기의 목조건물이 가득, 인천 개항장
헌책방 골목을 둘러본 뒤 차량으로 5분가량 이동하면 인천 동구청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자장면으로 유명한 차이나타운이, 우측에는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이 펼쳐진다. 중구청 건물은 1883년 목조건물로 지어진 일본영사관 건물을 지속적으로 증축, 보수한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249호로 등재되어 있다. 일본풍거리에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근대건축물과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기와집 형태에서 벗어나 근대적 건물이 처음으로 들어선 인천이기에, 그 역사적 의미가 깊다.
▲ 차이나타운 입구
▲ 옛분위기 물씬 풍기는 개항장거리
▲ 대한제국 군함 ‘광제호’에 게양했던 태극기
▲ 1800년대 후반 사용됐던 전보기
1800년대 후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금융기관인 일본 제1은행의 인천지점은 현재 인천개항박물관으로 탈바꿈해 격변의 시대 인천에서 벌어진 일들을 증명하는 여러 문화유산을 수집,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다. 대한제국 군함인 ‘광제호’에 게양했던 태극기, 벽걸이형 자석식 전화기, 전보기 등 다양한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 인천개항박물관 전경
나들이 Tip
▶ 배다리 헌책방 골목
▶ 인천 개항장(개항누리길)
-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27번길 80 중구청 일대
- 문의 : 032-760-6480(중구청 관광진흥실)
- 관람료 :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 이용시간 : 박물관 09:00 ~ 18:00(연중무휴)
- 누리집(홈페이지) : http://www.icjg.go.kr/tour/(인천 중구청 문화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