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제63호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글 나누기 1

한글날이
10월 9일인 이유는?

글. 김미미 학예연구사

  • 프린터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에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 네이버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한글날 노래>

최현배 작사, 박태현 작곡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넉 자는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
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도다 …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와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현재 한글날(10월 9일)은 삼일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5대 국경일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과연 10월 9일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 날을 한글날로 정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훈민정음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훈민정음과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를 가진 ‘훈민정음(訓民正音)’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나는 1443년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의 문자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문자에 대해 풀이하여 1446년에 간행한 책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중 한글날은 책으로서의 ≪훈민정음≫(해례본)이 반포된 것을 기념하여 정해진 것이다.

문자로서의 훈민정음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지었는데 ……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 …… 是謂訓民正音)
-<세종실록>, 1443년(세종 25년) 12월 30일 기사

책으로서의 ≪훈민정음≫(해례본)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 어제(御製)에 …
(是月 訓民正音成 御製曰 …)
- <세종실록> , 1446년(세종 28년) 9월 29일 기사

1926년, 한글의 새로운 빛 ‘가갸날’

1926년 11월 조선어연구회는 훈민정음 반포 8회갑(480년)을 기념하여 식도원(食道園)이라는 요릿집에서 ‘가갸날’ 축하회를 열었다. 조선어연구회는 국어학자 주시경(周時經, 1876-1914)의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연구 모임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현 한글학회). 축하회가 열린 11월 4일은 ≪훈민정음≫(해례본)의 완성을 기록한 <세종실록> 의 날짜(음력 9월 29일)를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었다. ‘가갸날’이라는 이름은 당시 한글 교육에 널리 사용되었던 한글 반절표 첫 행(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옛글가)의 처음 두 글자를 딴 것으로 보인다.

 

<한글>의 새로운 빗 오늘이 ≪가갸날≫
우리 글을 세상에 처음으로 발표/영원히 영원히 이 날을 긔념하자

금 사일은 음력 구월 이십구 일로 이 날은 지금으로부터 사백팔십 년 전인 세종(世宗) 이십구 년에 세계에 자랑될 만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처음 제뎡 발표한 귀엽고 아름다운 날이라 …

-<동아일보>, 1926년 11월 4일, 5면

 

이후 1927년 조선어연구회의 잡지 ≪한글≫이 간행되고 ‘한글’이라는 명칭이 점차 세력을 얻어가면서 1928년부터 ‘가갸날’은 ‘한글날’로 바뀌게 되었다. 또한 음력 날짜를 기준으로 하여 기념일이 매해 달라지는 것에 불편함이 있어 1931년부터는 한글날을 양력 10월 29일로 고정하였고, 1934년에는 양력 환산의 오류를 바로잡아 양력 10월 28일로 개정하였다.

1926년 11월 4일‘가갸날’ 기념(음력 9월 29일)

1928년11월 12일‘가갸날’을 ‘한글날’로 바꿈

1931년10월 29일한글날을 양력 10월 29일로 정함

1934년10월 28일한글날을 양력 10월 28일로 고침

1940년, ‘한글날’은 10월 9일

 

1940년 여름, 훈민정음 창제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한 ≪훈민정음≫(해례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책의 말미에는 ≪훈민정음≫(해례본)의 간행 시점이 1446년(세종 28년) 9월 상한(上澣)임이 기록되어 있다. 상한은 상순(上旬)과 같은 말로 한 달 가운데 1일에서 10일까지를 이르는 말이다. 이 기록에 따라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게 되었다. 이 ≪훈민정음≫(해례본)의 기록에 따라 정해진 날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446년 9월 상한, 자헌대부 예조판서 집현전 대제학 지춘추관사 세자우빈객 정인지는 두 손 모아 머리 숙이고 삼가 씀.(正統十一年九月上澣資憲大夫禮曹判書集賢殿大提學
知春秋館事世子右賓客臣鄭麟趾拜手稽首謹書)

-≪훈민정음≫(해례본), <정인지서문>, 1446년(세종 28년) 9월 상한

 

해방 후, 국경일이 되기까지

1940년에 10월 9일로 수정된 한글날은 해방 후인 1945년부터 다시 기념되기 시작하였다. 일제의 집회 금지법으로 1944년까지 열리지 못했던 한글날 기념행사는 1945년 10월 9일 서울 천도교당에서 천여 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 이듬해인 1946년에는 훈민정음 반포 500돌을 기념하여 한글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었고, 2만여 명이 덕수궁에 모여 성대한 기념행사를 치렀다.

이후 1949년에는 한글날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기념하기 위해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였다가, 1990년 공휴일이 많아 경제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한글날에 대한 국민의 의식과 태도가 가벼워질 것을 염려한 여러 단체들은 한글날을 기념일이 아닌 국경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2005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으로써 한글날은 국경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2012년에는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1946년10월임시 공휴일 지정(미군정청)

1949년6월  법정 공휴일 지정

1982년5월  법정 기념일 지정

1990년 11월법정 공휴일 제외(1991년부터 적용)

2005년 12월법정 국경일 지정(2006년부터 적용)

2012년 11월 법정 공휴일 재지정(2013년부터 적용)

 

돌아오는 2018년 10월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72돌을 기념하는 날이다. 1926년 당시 ‘가갸날’을 만들어 한글을 기념하고자 한 뜻은 한글이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문자가 아닌,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잇는 소중한 문화 자산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지나 오늘날 국경일로 기념되고 있는 한글날은 우리 국민, 더 나아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아끼는 외국인들에게 한글이 우리 생활과 문화 곳곳에 미치고 있는 이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