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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4. 제 69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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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 시각장애인의 빛, 《훈맹정음》 향취 가득한 섬 교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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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시각장애인의 빛,
    《훈맹정음》향취 가득한 섬 교동도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조선인들은 조선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배워야 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조선어, 일본어, 조선 점자, 일본 점자까지 총 네 개의 언어를 배워야 했는데,
    당시 환경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송암 박두성은 시각장애인의 배움과
    독립적인 삶을 위해 한글 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을 창안하고 이를 가꾸는 것에 평생의 노력을 기울였다.
    강화도 서쪽의 교동도와 인천시에는 그를 기리는 흔적이 보존돼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교동대교 건너편 신비의 섬, 교동도

    강화도 서북쪽에 위치한 교동도는 3천여 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섬으로,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본래 교동도는 세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꾸준한 간척작업이 이뤄져 본래 크기의 4~5배까지 확장됐다. 약 5km 너비의 강화만을 넘어서면 곧바로 북한 땅이기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교동도를 방문할 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본래 강화도와 오가던 교통수단이라곤 매시간 1회씩 운영되는 배편이 유일했으나, 교동대교가 놓인 뒤 갑작스레 육지와 연결됐다. 이에 교동도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장터의 모습이 화제를 모으며 유명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무엇보다 맹인들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이 교동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뒤 이곳에서 점자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교동 대교와 교동도를 담은 전경 사진

    시각장애인 위해 평생 바친 송암 박두성

    《훈맹정음》은 《훈민정음》을 기반으로 제작된 점자이며, 여섯 개의 점을 사용해 조합식을 만들어낸 약속기호다. 박두성은 1913년 제생원 맹아부(현 국립 서울 맹학교) 교사로 부임하여 시각 장애인 교육을 시작했는데, 당시 사용하던 사점형 점자보다 육점형 점자가 훨씬 편리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제자들과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해 1920년부터 1926년까지 6년여간 12개의 점자안을 개발하고 연구했으며, 이를 비교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훈맹정음》이다.

    교동도 내 한적한 숲 속에는 교동도 첫 교회였던 교동교회 상용리 옛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박두성 생가가 자리했던 터전으로, 생가는 본래 예배당의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박두성이 다니던 예배당은 현재 300m 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전해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인천시는 그의 생가를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멘트와 나무문으로 지어진 교동교회 옛 예배당의 모습▲ 박두성 선생이 다니던 교동교회 상용리 옛 예배당

    자리를 이전해 벽돌로 견고하게 세운 교동교회▲ 자리를 이전한 현재의 교동교회

    인천 남구에 위치한 송암 박두성 기념관

    강화도에 들어간 뒤 다시 대교를 건너 방문해야 하는 교동도의 접근성 탓인지, 인천시는 교동도가 아닌 인천 남구에 송암 박두성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 2층에는 점자 도서관이 마련돼 있어 지역 내 시각장애인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기념관에는 박두성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유품과 점자 관련 물품이 전시돼 있다.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알기는 5분이면 족하고, 읽기는 반나절에 지나지 않으며, 4~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소. 어서 바삐 점자를 배워야 원하는 대로 글을 읽게 되는 것이오.

    - 송암 박두성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줄 점자에 대해 성실히 배울 것을 주문했던 박두성의 문구와 함께 생전 사용하던 옷장, 서랍장, 식기구 등의 유물을 비롯해 점자 발달사, 한글점자의 우수성, 점자서적 제작 과정 등이 기념관에 보존돼 있다.

    박두성 기념관에 전시된 점자서적 제작용 장비들

    박두성 기념관에 전시된 한글점자 쓰기 체험용 디지털 기기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교동시장은 꼭 방문할 것!

    한글문화적으로 깊은 의미를 지닌 교동도지만 이외에도 섬 전체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섬 중심부에 위치한 교동시장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등장한 뒤 전국적인 인기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대룡시장은 본래 한국전쟁 당시 피난 왔던 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돌아가지 못하게 되면서 고향의 시장을 본떠 만든 골목시장이다. 50~60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는 자그마한 건물들과 간판 사이로 얄팍하게 난 골목길은 그 어릴 적 동네 장터를 연상케 한다.

    “어서오시게, 대룡시장”이란 글귀를 뒤로 한 채 시장 나들이에 나서면 나도 모르게 호떡이며 꽈배기 같은 주전부리를 맛보게 된다. 육지의 급박한 발전에 관심 없는 양 변치 않는 맛의 쌍화차를 판매하는 교동 다방, 옛 교복을 입고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교동 스튜디오 등이 시장 내 필수 방문 코스로 손꼽힌다.

    70년대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교동 다방 바깥 풍경

    교동은혜농장이라 적힌 옛 간판 아래로 역대 대통령 후보들의 포스터가 벽에 붙여져 있다

    교동스튜디오의 전경 사진

    작은 크기의 교동극장 앞에 오래된 자전거가 서 있다

    ▲ 수십 년 전의 모습 간직한 대룡시장의 정겨운 풍경들

    봄날의 향긋함을 느껴볼 산책 코스를 원한다면 화개산에 올라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정상까지 그리 높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근처 산책로를 걸어도 되니 말이다. 특히 이곳에는 조선후기부터 사용된 한증막 시설이 보존돼 있다. 황토와 돌을 이용해 만든 옛 한증막은 선조들이 병환과 피로를 어떻게 다스리고 치료해왔는지 알아볼 수 있다.

    여·행·가·이·드

    송암 박두성 생가터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 516번지

    송암 박두성 기념관

    인천광역시 남구 한나루로길 357번길 105-19번지

    • · 운영시간 : 09:00 ~ 17:00, 주중 운영
    • · 관람료 및 주차 무료

    대룡시장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일대 골목

    • · 무료 주차장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