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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6. 제 71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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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 일제로부터 지켜내고자 한옥을 세우다 건축왕 정세권의 혼 담긴 곳, 북촌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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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서포 김만중의 한글 문학 감상하며
    생명력 가득한 산과 바다, 경남 남해

    TV 속 사극에서 귀양 가는 양반의 모습을 그려낼 땐 목에 칼을 차거나
    팔목을 결박당한 채 수레에 끌려 먼 길을 떠나는 모습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조선시대 관료에게 유배는 오가는 과정의 고통보다는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버텨야하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서포 김만중은 그 유명한 장희빈을 비난하다 남해 노도로 유배를 가게 됐고,
    숙종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며 써낸 한글 소설이 바로 <사씨남정기>다.

    한글 소설을 통해 국문학의 개념을 세운 서포 김만중

    조선의 관료이자 학자였던 김만중은 20대 후반에 과거에 급제한 뒤 암행어사, 공조판서, 대사헌 등 국가의 요직을 맡아 권력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던 인물이다. 그러나 당파싸움에서 밀려 평안북도 순천, 경남 남해 등지로 유배를 다녔고, 결국 남해의 노도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는 조선의 사대부들과는 달리 한글로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의 소설을 집필했는데, 실제로 한글로 적은 문학이라야 진정한 국문학이라는 문학관을 가진 선구자였다. 당시 조선의 상류층에서 한글을 언문(諺文)이라 푸대접하던 것을 감안해보면, 한글을 국서(國書)라 칭했던 김만중이 한글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아꼈는지 알 수 있다.

    김만중 유허지 찾아서, 남해 노도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다리 덕분에 배 없이도 찾아갈 수 있는 남해이지만, 노도에 방문하려면 벽련항에서 13인승의 작은 배를 타고 5분여를 들어가야 한다. 6천 원의 저렴한 가격이지만, 하루 4번만 왕복하는 일정이기에 배 시간에 유의하지 않으면 발이 묶일 걱정이 있다.

    김만중 유허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우측에 서 있고, 정면으로는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이어진다▲ 서포 김만중의 유허지로 가는 산길

    풀숲 사이로 세워진 비석에 ‘서포김만중선생유허비’가 한자로 적혀있다▲ 서포김만중선생유허비

    우리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말을 통해 시문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

    - 김만중 <서포만필>

    배에서 내리면 ‘노도 문학의 섬’이라 적힌 건축물이 관람객을 반겨준다. 워낙 작은 섬이기에 차량이 거의 없으며 김만중 유허지를 찾아가려면 직접 발길을 옮겨야 한다. 과거 대부분의 유배지가 오지 중에서도 오지에 처소를 지어놨던 것처럼, 김만중의 거처 또한 섬 안의 야트막한 산 정상까지 올라야한다. 현재는 초옥이 있던 자리에 문학관을 건설하고 있고, 그의 허묘만을 찾아볼 수 있다.

    유배문학 모두 담은 곳, 남해 유배문학관

    노도를 뒤로한 채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면 남해의 유배문학관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유배지에서 지어진 수많은 명작을 연구하고 계승, 발전하고자 2010년 문을 열었다. 과거 유배당한 관료들이 많았던 남해였기에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그의 사위인 소재 이이명, 약천 남구만 등 다양한 문인들이 남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유배 떠나는 길을 재현해놓고 유배지의 생활을 체험하는 4D입체영상 설비도 설치해 다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귀양살이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유배객이 지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사색의 글귀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한 채 감상하게 된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빼앗기고 백척간두에 선 인물들의 삶 속에서 피어난 예술의 향기를 느껴보자.

    남해유배문학관의 전경사진. 앞으로는 서포 김만중의 좌상이 세워져 있다

    유배문학관 내 4D입체영상 체험장의 전경. 초가집의 안에 자리한 것을 형상화해 출입문 안으로 공부상이 설치돼 있고, 그 위에 입체영상 체험기기가 올려져 있다.

    유배지의 초가집을 복원한 모습. 마루 위에 한 선비가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 남해유배문학관의 전경과 전시관

    느리게 걸으며 행복 찾는 남해바래길

    생명력 넘치는 산과 바다가 흐르는 고장 남해를 더 즐기고 싶다면 남해바래길 트래킹을 추천한다. 총 14개의 코스로 이뤄진 바래길을 돌며 척박하지만 아름다운 남해의 산과 바다를 가슴 속에 담아볼 수 있다. ‘바래’라는 말은 남해의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 고둥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토속어이며, 바래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안을 중심으로 남해를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가 이어져 있다.

    남해탐방안내센터의 외관 전경▲ 남해바래길탐방안내센터

    남해 벽련마을의 들판 위로 분홍빛 들꽃이 핀 모습▲ 남해바래길에 조성된 꽃밭

    특히 3코스 구운몽길(계획구간)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와 벽련마을을 시작으로 여러 유배객 문학작품의 바탕이 된 금산, 상주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바쁜 일상 속에서 머리를 비우고 걷는 것조차 어려운 삶이라면,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한반도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바닷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가·이·드

    벽련-노도 배편 정보

    ※ 기상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횟수 벽련출발 노도출발 이용요금(왕복)
    1 09:00 08:30 대인:6,000원
    학생(중·고):2,000원
    소인(만2세~초등) 1,000원
    단체(15명이상) 3,000원
    ※도서민 : 50%할인
    2 12:30 12:00
    3 14:30 14:00
    4 16:30 16:00

    남해유배문학관

    경남 남해군 남해읍 남해대로 2745

    • · 운영시간 : 09:00 ~ 18:00
    • · 관람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 · 월요일 휴무
    • · 주차 무료

    남해바래길탐방안내센터

    경남 남해군 이동면 성남로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