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제 94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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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 전시장 입구 전경. 책장에 책이 꽂혀진 것처럼 꾸며져 있다. 책모양 패널에는 ‘친구들아, 잘 있었니?’, ‘HI, There! How’s It Going? Hangeul Children’s Stories in Testbooks’, ‘2021.5.13. - 10.10.’이 적혀있다. 입구 왼편에는 익살스럽게 생긴 호랑이가 책 속에서 막 뛰어나올 것 같은 그림과 함께 전시 제목 ‘친구들아, 잘 있었니?’가 적혀있다. 입구 너머로 전시장이 보인다.

기획 기사

어릴 적 교과서에서 만난 동화와의 ‘반가운 조우’
‘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 전시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 속 이야기나 그림을 마주하면
마치 오랜 친구와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런 추억의 페이지들을
한 장 한 장 넘겨볼 수 있는 특별 전시를 마련했다.
바로 ‘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 전시다.
우리들에게 바른 가치관과 심성을 길러 준 동화를
다시 만나는 타임머신 여행, 함께 떠나보자.

더불어 사는 사람살이의 지혜

옛 동화에서 우선시했던 것은 ‘더불어 사는 사람살이의 지혜’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가족을 만나고, 이웃과 친구 등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자매 간의 우애는 사람 된 도리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긴 덕목이었다. 1부 전시에서는 이런 ‘더불어 사는 사람살이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동화들, ‘의좋은 형제’, ‘금을 버린 형과 아우’, ‘흥부와 놀부’, ‘효녀 심청’, ‘효녀 샛별’, ‘짧아진 바지’ 등을 소개한다.

전시장은 입구부터 톡톡 튀는 인상을 준다.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입구를 들어서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에 등장하는 친구들이 영상 속에서 춤을 추며 반겨준다. 신나는 배경음악과 함께 영상을 감상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교과서 한글 동화를 탐색해 볼 차례다. 커다란 책장 안을 거니는 듯한 다양한 책 모양의 조형물을 지나면 앞서 말한 6개의 동화별 개별 코너가 등장한다. 이곳에서는 동화의 소재가 된 실존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동화의 유래를 찾아 옛 문헌의 기록들을 거슬러 올라간다.

코너별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동화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고, 영상과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이나 역사서 등, 고서에 등장하는 동화의 유래 등 자세하고 흥미로운 자료들이 가득하니 꼭 꼼꼼히 둘러보자. 참고로 이곳에는 이 동화들이 표현된 영상 매체도 시청할 수 있는데,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영화, ‘심청전’(1937)과 비디오 테이프 속 ‘흥부와 놀부’(1988년)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벽면 일부 모습. 책 모양으로 만들어진 패널들이 설치되어 커다란 책꽂이를 연상시킨다. ‘고운 꿈 아름답게’, ‘서로서로 도우며’, ‘넓은 세상 많은 이야기’, ‘따뜻하고 너그럽게’ 등의 문장이 패널에 적혀있다. 왼쪽 전시장 벽면에는 전래동화의 내용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보따리를 맨 남성 두 명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거나, 다리 위에서 앉아있는 모습이다. 노란색으로 꾸며진 진열대에는 전시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엔 유물에 대한 소개가 적혀있다.

옛 국어 교과서. 연두색 표지에 아이들이 이삭을 줍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국어’, ‘2-2’ 제목이 적혀있으며 하단에 희미하게 ‘서울교육대학도서관’ 도장이 찍혀있다. 책의 모서리는 낡아서 색이 바랬다. 옛 국어 교과서 내용 중 일부. 누렇게 바란 책에는 ‘까닭을 알 수 없었습니다. 다시 밤이 되자, 형님과 동생은 몰래 논으로 가서, 볏단을 또 나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 저쪽에서 누가 오고 있습니다.’ 등의 옛이야기가 적혀있다. 이야기 아래에는 한밤중에 흰색 한복을 입고 각자 볏짐을 들고 있는 남성 두 명이 마주 보고 서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 국어 2-2(1964년,국립한글박물관)

1부의 전시실을 잘 살펴봤다면 이제 복습의 시간이다. 바로 앞서 본 동화에 대한 문제풀이! ‘만약 형과 아우가 금덩이를 하나만 주웠다면 어떻게 하였을까요?’, ‘아우는 왜 형이 자기보다 곡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왕자의 궁전에서 샛별은 무엇을 가지고 싶다고 했을까요?’ 등의 질문에 답을 해볼 준비가 됐다면 옆으로 푯말을 옮겨 확인해 보자. 정답은 현장에서 만나보길 추천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참여형 전시물. 갈색 배경에 다채로운 모양의 구멍이 뚫려있으며 각각 전래동화에 대한 질문이 적혀있다. 왼쪽 상단에는 ‘금을 버린 형과 아우’의 제목이 뚫린 도형 모양을 따라 적혀있으며, 도형 안에는 ‘만약 형과 아우가 금덩이를 하나만 주웠다면 어떻게 하였을까요?’ 질문이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효녀 샛별’ 제목과 함께 ‘왕자의 궁전에서 샛별은 무엇을 가지고 싶다고 했을까요?’ 질문이 적혀있다. 오른쪽 하단에는 ‘의좋은 형제’ 제목과 ‘아우는 왜 형이 자기보다 곡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질문이 적혀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한 손이 질문 패널을 옆으로 밀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참여형 전시물. ‘짧아진 바지’와 관련된 질문인 ‘선비는 왜 무릎이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나요?’가 적혀있으며 그 아래에는 한 손이 패널을 옆으로 밀고 있다. 패널을 밀면서 드러난 또 다른 패널에는 ‘부자의 딸들은 서로 미루어서, 부자의 바지는 그대로 있었습니다.’가 적혀있다.

문제풀이를 지나면 중앙에 거대한 동화책이 있고, 주변으로 책 모양의 의자가 있는 독특한 공간이 나온다. 책에서는 ‘나무 그늘을 산 젊은이’, ‘누렁 소와 검정 소’, ‘오성과 한음’ 등 세 가지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과 한글로 펼쳐진다. 그리고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준다. 동화책 주변에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 풀이도 나오는데, ‘혀 밑에 죽을 말 있다’, ‘말이 씨가 된다’, ‘내가 한 말은 남에게 물어 보랬다’ 등이 그 예다.

또한 1부 전시 끝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정교과서인 ‘바둑이와 철수(국어 1-1)’를 비롯해 제1차 교육과정(1945.4.~1963.2.)부터 제7차 교육과정(1997.12.~2007.2.)까지의 변천사를 조망한다. 이곳에서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도 살펴볼 수 있는데, 한글 맞춤법은 조선어학회가 우리말을 우리글로 일관되게 적는 토대를 마련한 이후 몇 번의 개정을 거쳐 1988년 문교부 고시에 의해 한글 표기법의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벽면이 책 속 이야기와 문장이 적힌 패널들로 꾸며진 전시장 한가운데 커다란 책 모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책이 펼쳐져 있는 모양이며, 그 안에 전래동화 영상이 비쳐 재생되고 있다. 주황색으로 칠해진 벽면에 유리 진열장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 여러 전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하얀색 진열대가 놓여있으며, 그 위에 전시와 관련해 참여형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소망이 이루어지는 세상의 친구들

진열대 위로 여러 뱀 가면, 호랑이 가마 덮개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 유물은 유리로 덮여 있다. 벽면에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전래동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부 전시장 전경. 전시장 벽 세 면이 모두 전래동화 영상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가운데 공간에는 진열대가 놓여있으며, 관련된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2부에서는 교과서의 한글 동화에 등장한 뱀과 까치, 호랑이와 토끼의 성격을 이들에 대한 옛사람들의 인식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묘지 둘레석의 십이지신상이나 민속극의 ‘뱀 신 가면’을 보면 뱀은 기괴하게 보여 피하고 싶은 동물인 동시에 신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뱀을 해친 사람이 화를 입는 교과서의 동화 ‘은혜 갚은 까치(쓰기 5-1, 1991 수록)’에서 드러난다.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맹수이자 신령스러운 수호신이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 호랑이에 대한 기록은 ‘태종실록 3권(1402)’의 기사와 프랑스 신문 ‘르 프티 저널(Le Petit Journal, 1909.12.)’의 삽화에서 찾아볼 수 있고, ‘호랑이 무늬 베갯모’와 ‘호랑이 무늬 가마 덮개’에는 호랑이의 기백이 나쁜 기운을 쫓아준다는 믿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호랑이는 현실에서는 가장 무섭고 강한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옛이야기에서는 어리석은 존재로 뒤집어진다. ‘읽기 3-1(1995)’에 실린 옛이야기 ‘토끼의 재판’에서 말이다. 이야기에서는 영리한 토끼가 악독한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반전을 발견할 수 있다. 1920년대에 펼쳐진 전래동화 모집 운동으로 수집된 ‘토끼의재판’이 오늘날 교과서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 구전되던 옛이야기가 한글로 정착되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다듬어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2부 전시장에서는 동화 속 세상을 환상적인 영상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데, 동물들뿐 아니라 도깨비와 산신령과 같이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이 전시장을 생동감 있게 꾸민다. 삼면에 다양하게 펼쳐지는 영상의 감상 포인트는 세 면에서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찾는 것이다. 나무꾼이 도끼질을 하다가 도끼를 빠뜨리고 산신령이 나타나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호랑이와 까치 같은 동물 친구들이 쉴 틈 없이 화면들에서 살아 움직인다. 시간이 없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의 재미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도깨비는 노랫소리에 신나 춤을 추다가 혹을 떼가더니 속았다며 엉뚱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말하기·듣기 2-1(2004)’의 ‘혹부리 영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신령 이야기는 ‘국어 2-1(1963)’, ‘말하기·듣기 2-1(1997)’에 소개됐다.

전시를 모두 돌아본 후 출구에서는 동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동무』(한충, 1927)’의 서문에 적혀있는 말로 아래와 같다.

전시장 출구 벽면에 새겨진 문구. 하얀색 벽에 구릿빛으로 책 모양 테두리가 그려져 있으며 그 안에 ‘동화란 것은/ 봄 동산의 꽃같이 어여쁘고/ 장래에 많은 희망을 가진/ 어린이들의/ 유일한 동무로,/ 낙원이요,/ 보감이요,/ 지침인 동시에 겸하여/ 그네들에게 가장 없지 못할/ 문학이었습니다./ 한충, 『우리 동무』(1927)의 서문에서’가 적혀있다.

“동화란 것은
봄 동산의 꽃같이 어여쁘고
장래에 많은 희망을 가진
어린이들의
유일한 동무요,
낙원이요, 보감이요,
지침인 동시에 겸하여
그네들에게 가장 없지 못할
문학이었습니다.”

‘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 전시에서 조우할 수 있는 동화들은 어린 시절 우리에게 흥미롭게 다가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안겨주었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우리 자녀들 역시 이 동화를 보며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성인으로 커나갈 것이다. ‘추억’과 ‘교훈’을 동시에 안겨 줄 이번 전시에 자녀들과 함께 꼭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관람 인원을 1시간당 100명으로 제한한다. 또한 관람 시 일회용 위생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오는 10월 10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를 관람하려면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에서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해야 하며(www.hangeul.go.kr), 잔여 인원에 한해 현장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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