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제 98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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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유리창으로 된 실내 정원 중앙에 사오리가 있다. 사오리는 밝은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세로로 하얀 줄무늬가 들어간 남색 원피스를 입고 있으며 사오리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또한 오른손 검지를 가로로 편 채, 왼손 검지와 엄지로 오른손 검지 끝을 쥐는 수화를 하고 있다. 그녀 뒤로는 초록빛 대나무와 풀이 우거져있다.

반갑습니다

“한글은 ‘도전하는 삶’의 길을 열어주는 열쇠와 같아요”

수어 아티스트 후지모토 사오리

한국의 문화와 한글을 사랑해 일본에서 날아온 후지모토 사오리.
그는 방송인으로서는 물론, 우리에게 낯설 수 있는
수어 아티스트라는 직업으로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농인과 청인 사이, 한국과 일본문화 간 가교가 되길 자청하는
그의 열정 어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분홍색 배경에 파란색 방패가 그려져 있고 방패 속에는 왕관을 쓴 파란 지구가 새겨져 있다. 그 앞에 분홍색 축구 유니폼을 입은 사오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엄지, 검지, 새끼손가락을 편 손 모양을 하고 미소짓고 있다. 그녀의 분홍색 유니폼에는 파란색으로 ‘452’, ‘FC월드클라쓰’가 적혀있으며 그녀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하얀 양말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다.▲SBS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 사진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수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후지모토 사오리입니다. 반갑습니다. 한국에 온 지는 3년이 됐으며, 최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FC월드클라쓰(외국인 연합팀)’에 소속되어 등 번호 452번의 공격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Q. 처음 한글과 한국어 수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6년에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해외연수를 통해 한국에 처음 오게 됐어요. 한국의 자매학교 학생들과 교류를 했는데 당시 한국 학생들은 일본어로 열심히 대화하고, 일본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그런데 저는 한국어를 하나도 몰라 정말 부끄러웠죠. 그래서 꼭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또 당시 한국 학생들이 케이팝을 알려주었는데요. 그 매력에 푹 빠져 나중에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한국의 예술인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한글과 한국문화를 공부했습니다.

사람이 가득 찬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관객석에 선 사오리가 양손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그녀는 빨간색 털모자를 쓰고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또한 두툼한 패딩을 입고 있으며 목에 커다란 이름표를 걸고 있다. 이 사진 옆에는 사오리가 받은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홍보대사 위촉장이 합성되어있다.▲평창 동계올림픽 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한 사오리 / 홍보대사 위촉장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홍보대사로 활동했는데, 패럴림픽 선수들이 경기에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저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마침 현장에서 한국 수어를 하는 것을 보았고, 그때 수어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외국인인 제가 한국 수어를 배우면 좀 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국 수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Q.2018년부터 ‘한글’팀에 속해 공연 활동을 선보였습니다. 팀명을 한글로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 명의 외국인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 남성 흑인으로 짙은 주황색 저고리를 입고 있다. 그는 손을 들어 브이를 하고 있으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가운데 남성은 검은색 저고리를 입고있으며 손을 들어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있다. 왼쪽 여성은 남색 저고리와 빨간색 치마를 입고 있으며 손을 들어 엄지, 검지, 새끼손가락을 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들 뒤로 ‘다문화가정 학생 이중언어 재능 발굴을 위한 제7회 전국이중언어말하기대회’가 적혀있다.▲프로젝트 공연팀 ‘한글’

공연팀의 이름인 ‘한글’은 ‘한국문화를 알리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줄임말입니다. 음악으로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구성된 다국적 외국인 프로젝트 공연팀이며, 2017년 10월 9일 한글날에 KBS라디오 생방송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저는 2018년 10월부터 이 팀에 합류했어요. 한글 팀은 음악으로 전 세계 농인·청인 모두와 공감, 소통하기 위해 1절은 한국어, 2절은 자국어로 노래를 부르는데요.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한국 수어로도 함께 공연해요.

Q.평소 한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외국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한글의 매력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글의 매력은 세종대왕이 백성 모두가 문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이것이 저에게는 아주 큰 매력으로 와닿았습니다. 더불어 한글은 누가 발명했는지, 언제 반포되었는지가 명확하고 이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글자이며, 이를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한글은 손글씨를 닮은 필기체가 다양한데요. 외국인 입장에서는 알아보기 어려울 때가 있긴 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욱더 멋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공연을 할 때나 의미 있는 날에는 한글이 프린트된 의상을 착용해요.

Q.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온 케이팝 수어 영상이 화제입니다. 이 영상의 기획 의도를 설명 부탁드립니다.

하얀색 배경 앞에 검은색 옷을 입은 사오리가 수어로 노래를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양손 모두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펼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화면 상단에는 ‘네가 뭐라던 누가 뭐라던’, ‘I don’t give a uhh I don’t give a uhh I don’t give a uhh’와 일본어 문장이 적혀있다.▲후지모토 사오리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ON’ 수어 영상 캡처본
하얀 배경 앞에 흰색 반팔을 입은 후지모토 사오리가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그녀는 짧은 단발머리를 파마했으며 머리를 반으로 묶었다. 그녀의 왼쪽에는 ‘또 하나의 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가 적혀있고 큰 글자로 ‘BTS ON’이 적혀있다. 또한 그 아래 일본어와 함께 ‘different type of sound’가 적혀있다.▲‘ON’ 수어 영상의 섬네일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처럼 철학과 메시지가 담겨있는 음악들을 수어로 창작해서 표현한다면 전 세계 농인과 청인이 함께 노래를 즐기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방탄소년단의 ‘ON’이라는 노래는 어떤 고통과 시련이 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저에게 딱 맞는 곡이었어요. 이 곡을 첫 영상으로 제작한 건 그 때문입니다.

또한 유튜브 영상 섬네일에 “또 하나의 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라는 문구를 표기했는데요. ‘또 하나의 소리’란 농인과 청인이 함께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소리를 말해요. 청인이란 청각 장애를 갖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농인의 콘텐츠는 시각의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어서 청인들이 농인 콘텐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수어를 바탕으로 음악을 보이게 한다면 전 세계 농인과 청인의 벽을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해 제 콘텐츠를 ‘또 하나의 소리’라고 표현했어요.

Q. 지난해 574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공연하셨는데요, 당시 어떤 내용의 공연을 펼쳤는지 궁금합니다. 그밖에 다양한 수어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넓은 돌 마당이 펼쳐져 있으며 저 멀리 우리나라 궁이 보인다. 뒤로는 청량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 돌 마당에는 하얀색 한복을 입은 여성이 서 있다. 이 사진 오른쪽 하단에는 수어로 노래를 표현하고 있는 사오리가 합성되어있다. 사오리는 양 검지와 엄지를 펼치고 검지 끝이 서로를 마주 보게 자세를 취하고 있다.▲ 574돌 한글날 경축 행사에서 수어 공연을 펼치는 후지모토 사오리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574돌 한글날 경축 행사에 온라인홍보대사로 위촉되었는데요. 생방송으로 진행된 경축 행사의 가상합창단에 수어 아티스트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가상합창단에는 한글 팀과 국악 신동 김태연, 그리고 한글을 사랑하는 전 세계의 116명이 함께 참여했는데요. 88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곡인 ‘손에 손잡고’ 가사를 한국 수어로 재해석하고 창작해 한글로 하나가 된 세계를 표현했어요.

‘제14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에 참여한 사오리가 무대 우에서 수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빨간색 체크무늬 저고리에 하얀색 치마를 입고 있다. 사오리 뒤로는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으며 전자 피아노를 치고 있는 한글 팀 멤버가 화면에 비친다.▲‘제14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에
한글 팀으로 참가해 공연을 펼친
후지모토 사오리
‘한마음 걷기축제’ 무대 위에 서 있는 한글 팀. 맨 왼쪽의 남성은 회색 저고리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으며 마이크를 든 채 무언가 말하고 있다. 중앙의 남성은 흑인으로 검은색 저고리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다. 오른쪽 여성은 후지모토 사오리로 빨간색 체크무늬 저고리에 하얀색 치마를 입고 서 있다. 역시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다. 한글팀 뒤로 노란색 배경에 낙엽과 코스모스가 그려진 커다란 패널이 세워져 있으며 가운데 ‘제9회 세계인이 함께하는 정부합동 고충상담 한마음 걷기축제’가 적혀있다.▲‘한마음 걷기 축제’에 참가한 한글 팀
 
 

기억에 남는 공연은 ‘제14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 초청 공연이에요. 농인들 앞에서 수어로 한글을 보여주는 첫 공연이었는데요. 혹시나 ‘내 역할에 대해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어떤 평가를 할까?’ 하는 기대도 있었어요. 다행히도 공연을 보신 농인과 청인분들이 춤도 추시고 즐거워하셨어요. 이때 많은 격려를 받고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는 말을 들은 게 기억에 남아요.

또한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홍보대사 활동으로 ‘한마음 걷기 축제’ 공연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3천여 명 앞에서 특별공연을 했을 때가 잊히지 않는데요. 앞자리의 있던 어린 친구가 제가 하는 수어를 따라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제게 공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기뻤고, 감동했습니다.

Q. 한글이 일본의 문자(히라가나·가타카나)에 비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글이 히라가나·가타카나와 다른 점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어요. 첫 번째는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나눌 수 있는 음운 문자라는 거예요. 한글은 풀어쓰는 것이 아니라 뭉쳐서 음절을 한 덩어리로 쓸 수 있어서 히라가나·가타카나와 같은 다른 동양권 문자보다 디지털 시대에 사용하기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둘째로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문자 모양이 단순하며 비슷하게 생긴 글자들은 소리가 유사하게 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모양을 보면 소리를 상상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ㄱ(예사소리)-ㄲ(된소리)-ㅋ(거센소리)’을 처음 봤을 때 소리를 상상할 수 있어서 배우기 쉽다고 느꼈어요.

Q. ‘한국 수어’와 ‘한글’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좁은 독서실 칸막이 책상에 노트와 종이, 펜 등이 가득 차 있다. 노트에는 한국어와 한글을 공부한 흔적이 보인다. 노트 앞에는 노트북이 펼쳐져 있고 인터넷 강의가 한창인 화면이 보인다. 책상 벽면에는 노란색 메모지가 여러 개 붙어 있다. 책상 위에 독서대와 책, 종이 등이 놓여있다. 독서대에 놓인 책은 문제집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으며, 종이에는 빼곡하게 한글이 적혀있다. 그 외에도 책상 위에 필기구와 지우개, 노트북과 이어폰 등이 보인다.

▲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공부한 흔적

어떤 문자든지 배우면 그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요. 또 문자를 아는 만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죠. 제가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한글과 한국 수어 모두 제가 인생의 주도권을 가지고 도전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열쇠인 것 같아요.

Q.향후 한글과 관련해 활동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검은색 배경에 동그란 카메라 앵글이 있고 그 안에 공연을 펼치는 무리들이 있다. 무대는 TV와 난해한 구조의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공연을 펼치는 화면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수어를 하고있는 사오리가 세 명 합성되어있다. 사오리가 합성된 화면을 동그랗게 한국어와 영어가 둘러싸고 있다. 한국어는 ‘나는 너에 대해 관심없어’, ‘너를 볼 이유도 없어’, ‘나에게 과장 하지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어떨까?’가 적혀있다. 영어는 ‘I’m not interested in you’, ‘I have no reason to see you’, ‘Stop exaggeration everything’, ‘what would it be like if you couldn’t hear?’가 적혀있다.▲‘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후지모토 사오리의 수어 예술

한글은 과학적이면서 누구나 쉽고 평등하게 쓸 수 있는 문자인데요. 한글은 위대하지만, 그 한글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더 큰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수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철학과 메시지가 들어 있는 노래를 한국 수어로 재해석할 예정이에요. 또한 가사가 없는 연주곡은 한국어와 한글로 작사하여 전 세계 농인과 청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이처럼 한국어를 형상화하는 일을 통해 한글과 한국 수어를 더욱 널리 알리게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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