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제 102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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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전시장 벽에 한글 자음과 모음 모양으로 조각된 나무 조형물이 걸려있다. 그 옆엔 ‘스물여덟 자에서 스물네 자가 된 한글의 변화’라고 적힌 전시 소개 패널이 빛나고 있다. 어두운 전시장 벽에 한글 자음과 모음 모양으로 조각된 나무 조형물이 걸려있다. 그 옆엔 ‘스물여덟 자에서 스물네 자가 된 한글의 변화’라고 적힌 전시 소개 패널이 빛나고 있다.

박물관아 놀자

천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한글 여행
여러분을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으로 초대합니다

오랜 개편 끝에 지난 1월 21일 국립한글박물관의 상설전시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글박물관은 이번 개편을 통해 노후화된 전시장 시설과 로비 공간을 전체적으로 개선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새롭게 변신한 상설전시관의 모습이
궁금할 관람객을 위해 새 옷을 입은 상설전시관을 소개한다.

훈민정음의 머리말을 따라가는 전시 여정

어두운 전시 공간 안에 밝게 빛나는 아크릴판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아크릴판에는 훈민정음의 내용이 원본과 똑같이 적혀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을 주제로 『훈민정음』 중 ‘나랏말싸미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새’로 시작하는 서문의 문장을 통시적으로 재해석해 상설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전시장은 △1부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2부 내 이를 딱하게 여겨 △3부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4부 쉽게 익혀 △5부 사람마다 △6부 날로 씀에 △7부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총 7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훈민정음』이 활용된 설치물이 보인다. 이는 『훈민정음』을 아크릴 모형으로 제작한 것으로, 어두운 공간에서 밝게 빛나는 전시물은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빛나는 길처럼 설치된 조형물은 문자가 없어 어두웠던 시대를 밝히며 나타난 한글을 상징한다.

동그랗게 조성된 전시 공간 중앙에 두 개의 커다란 기둥이 놓여있고, 기둥 사이에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저 멀리 전시를 구경하고 있는 관람객의 뒷모습이 보인다. 푸른 빛이 도는 전시장 벽면에 한글과 관련된 유물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전시 유물과 더불어 유물을 설명하는 태블릿 pc와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긴 전시 공간에 전시 유물이 두 줄로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유물들은 대부분 책이며, 유물마다 개별로 유리 진열장이 씌워져 있다.

관람객은 이를 시작으로 『훈민정음』을 따라 한글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다. 또한 전시는 시간 순서에 따라 구성되어 있어 한글이 없던 시절의 문자 문화 기록부터 현대의 한글문화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

한글과 관련된 문화재급 자료가 가득

훈민정음해례본과 훈민정음언해본이 나란히 펼쳐져 있다. 두 유물 모두 종이가 낡아 누렇게 변색하였다.▲『훈민정음해례본』과 『훈민정음언해본』 훈맹정음이 놓여있고, 그 옆에는 훈맹정음과 관련된 사진과 해설이 놓여있다.▲ 훈맹정음 한글 금속활자들이 판 위에 가지런하게 나열되어 있다. 하단에는 금속활자와 관련된 설명이 적혀있다.▲ 한글 금속 활자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유물은 총 191건 1,104점으로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유물들도 있다. 한글의 창제 배경과 원리, 실제 사용 예시를 기록한 『훈민정음해례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쓴 ‘말모이 원고’, 박두성이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만든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이 있다. 서적 외에도 지난 2021년 6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출토된 15세기 ‘한글 금속 활자’를 만나볼 수 있으며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인 ‘송기주 타자기’도 볼 수 있다. 다만 한글 금속 활자는 4월 3일 이후 조사기관으로 돌아가니 그전에 방문해야만 실물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이 흰색으로 밝게 꾸며져 있다. 전시 공간 한쪽에는 앉아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뒤쪽 벽면에는 한글 유물과 관련한 내용들이 걸려있다.▲ 7부 전시공간

이 밖에도 제사상 차리는 법을 한글로 익힐 수 있도록 만든 놀이판인 ‘습례국’,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폼 목록, 과부 정씨가 어사또에게 올린 한글 청원문, 한글로 윷 점의 내용을 적은 『윷점책』 등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도 관람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유물뿐만 아니라 7부에서는 기억해둘 만한 한글 유물 관련 사실들을 소개해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관람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디어의 활용,
현대적 기술이 어우러진 전시

어두운 공간에 커다란 인터렉티브 북이 설치되어 있다. 책 모양을 그대로 본 따 만든 인터렉티브 북에만 환한 불이 들어오고 있다.▲ 인터렉티브북
 
전시장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으로 전시 유물과 관련된 콘텐츠가 화면에 뜬다. 화면에는 옛 한글 유물로 점을 치는 방법이 나와 있다.▲ 관람객이 직접 화면을 눌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영상
박물관 로비에 설치된 미디어 조형물이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이며 한 면에는 한글과 관련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전시장 밖에 설치된 미디어 조형물
 

비록 과거 역사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전시장 곳곳에는 현대적 기술이 한껏 활용되었다. 관람객은 상설전시관 곳곳에서 직접 화면을 눌러 체험할 수 있는 설치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직접 길흉을 점쳐볼 수 있고, 정조가 쓴 한글 편지의 내용을 해석해볼 수 있으며, 조선 시대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글 글씨를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인터렉티브북을 활용해 세종의 일대기와 한글 창제원리를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다.

영상 매체를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전시는 세 벽면과 바닥을 화면으로 활용해 영상을 재생하는 실감 영상과 북한이탈주민, 청각장애인, 외국인 등의 한글 사용 이야기를 전해주는 영상으로 생동감을 제공한다. 전시장 밖에도 상설전시와 관련된 미디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전시의 여운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사용해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QR코드를 찍으면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람객이 전시를 마음껏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는 오랜 시간 우리의 삶에 깊게 스며든 한글을 조명하며 한글에 담긴 세종대왕의 문자 계획과 참된 가치를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상설전시관을 방문해 한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 인터뷰

미디어 조형물 양옆에 록시 님과 전인아 님이 서 있다. 왼쪽의 록시 님은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으며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오른쪽의 전인아 님은 검은 재킷에 빨간색 가방을 메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둘 다 양손으로 미니 하트를 만들고 있다.

유물을 시간 순서에 따라 나열한 상설 전시를 통해 한글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책을 직접 보고 그 시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록시(Roxy) 님(좌)

상설전시관을 개편하기 전에도 방문했었는데요. 예전과 다르게 한글에 관한 책들을 쭉 나열해 놓은 부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처음 전시장을 입장할 때의 공간이 너무 예뻐서 기억에 남는데요. 바닥에 한글이 비치고, 어두운 공간에 빛나는 아크릴 패널을 설치해둔 것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전인아 님(우)

상설전시장 입구를 배경으로 이시현 님이 서 있다. 이시현 님은 쇄골까지 오는 머리에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있으며,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예전부터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방문했습니다. 전시가 역사의 순서에 따라 잘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자료도 많아서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알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일제강점기 때 한글로 쓰인 문학 작품들과 광복이 된 후에야 발행된 황순원의 소설을 보며 감동했어요. 이시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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