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03호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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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책을 펼쳐 읽고 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묶었으며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아이 주변으로는 전구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다. 아이 뒤로는 분홍색 배경 위에 원고지가 펼쳐져 있으며, 그 위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 무언가 관찰하는 아이, 연필 위에 앉아 컵을 귀에 대고 있는 아이, 책 위에 앉아 망원경을 보고 있는 아이 등이 그려져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이 적혀있다. 한 여자아이가 책을 펼쳐 읽고 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묶었으며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아이 주변으로는 전구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다. 아이 뒤로는 분홍색 배경 위에 원고지가 펼쳐져 있으며, 그 위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 무언가 관찰하는 아이, 연필 위에 앉아 컵을 귀에 대고 있는 아이, 책 위에 앉아 망원경을 보고 있는 아이 등이 그려져 있다.

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어린이들에게 있어 책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독서의 즐거움과 한글 손 편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한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 만난 은유 언니에게

2021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이주하 어린이

은유 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주하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하루에 40℃까지 오르내리는 폭염 한가운데 있는데, 시공간을 날아다니는 언니 있는 곳은 어떤 날씨일까 궁금해요.

처음에는 언니의 딸 ‘송은유’에게 편지를 쓸까 했는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조은유’ 언니가 더욱 궁금해졌어요. 언니가 사는 세상은 제가 사는 세상의 시계와는 다르게 무척 빨리 지나간다면서요? 사실 언니가 궁금한 이유는 제 외할아버지가 생각나서랍니다. 제가 엄마 뱃속에서 4개월째 있을 때, 외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그때 엄마는 뱃속에 있는 저와 쌍둥이 동생 주원이에게 슬픈 감정이 전달될까 봐 울음을 꾹 참으셨다고 하셨어요. 이 말씀을 듣고 엄마께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외할아버지는 아실까요?

엄마께서는 외할머니보다 외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하셨대요. 그것도 참 궁금해요. 저는 아빠도 좋지만 엄마랑 마음이 더 잘 통하는데 말이지요. 외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기셨을까, 목소리는 어떠셨을까, 손녀인 제게 어떻게 대해 주실까 정말 정말 알고 싶어요. 가끔 엄마는 외할아버지 사진을 보시며 우세요.

“엄마, 외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주원이와 제가 왔잖아요.” 하지만 이런 말도 소용없었어요. 그래서 슬퍼요. 은유 언니, 혹시 저희 외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꼭 한번 전해주실래요? 저희 엄마와 제가 애타게 찾고 있다고요. 언니가 언니의 딸과 편지를 주고받은 것처럼, 저도 외할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싶어요. 언니 말처럼 편지는 마음의 문을 여는 노크와도 같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언니, 이곳은 코로나로 무척 힘든데, 혹시 언니가 사는 세상에도 전염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2021년 7월 29일 
이주하 올림
※추신: 언니, 남편이 재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유 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주하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하루에 40℃까지 오르내리는 폭염 한가운데 있는데, 시공간을 날아다니는 언니 있는 곳은 어떤 날씨일까 궁금해요.

처음에는 언니의 딸 ‘송은유’에게 편지를 쓸까 했는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조은유’ 언니가 더욱 궁금해졌어요. 언니가 사는 세상은 제가 사는 세상의 시계와는 다르게 무척 빨리 지나간다면서요? 사실 언니가 궁금한 이유는 제 외할아버지가 생각나서랍니다. 제가 엄마 뱃속에서 4개월째 있을 때, 외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그때 엄마는 뱃속에 있는 저와 쌍둥이 동생 주원이에게 슬픈 감정이 전달될까 봐 울음을 꾹 참으셨다고 하셨어요. 이 말씀을 듣고 엄마께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외할아버지는 아실까요?

엄마께서는 외할머니보다 외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하셨대요. 그것도 참 궁금해요. 저는 아빠도 좋지만 엄마랑 마음이 더 잘 통하는데 말이지요. 외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기셨을까, 목소리는 어떠셨을까, 손녀인 제게 어떻게 대해 주실까 정말 정말 알고 싶어요. 가끔 엄마는 외할아버지 사진을 보시며 우세요.

“엄마, 외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주원이와 제가 왔잖아요.” 하지만 이런 말도 소용없었어요. 그래서 슬퍼요. 은유 언니, 혹시 저희 외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꼭 한번 전해주실래요? 저희 엄마와 제가 애타게 찾고 있다고요. 언니가 언니의 딸과 편지를 주고받은 것처럼, 저도 외할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싶어요. 언니 말처럼 편지는 마음의 문을 여는 노크와도 같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언니, 이곳은 코로나로 무척 힘든데, 혹시 언니가 사는 세상에도 전염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2021년 7월 29일 이주하 올림 ※추신: 언니, 남편이 재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도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의 표지. 검은색, 탁한 분홍색, 남색 등 전체적으로 탁한 색상으로 그려진 나뭇잎과 꽃잎들이 표지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다. 가운데에는 여자아이 두 명이 앉아 각자 손에 든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의 여자아이는 단발에 검은 니트를 입고 있으며, 오른쪽의 여자아이는 단발에 체크셔츠, 멜빵바지를 입고 있다. ‘은유’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시공간을 초월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펼쳐지는 이 코끝 찡한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 중이며, 현재 일본, 대만, 태국, 러시아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멈출 수 없는 이야기, 눈치챘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엉 울고 만 결말,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는 당신에게 권하는 책, 내 곁의 존재를 어루만져 보게 한 책…… 등 ‘감동’과 ‘눈물’이 언급되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책은 청소년을 넘어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단숨에 몰입시키며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끌어내었다. 또래 친구에게 추천하는 책, 자녀에게 추천하는 책, 부모에게 권하는 책, 최애작으로 독자들이 손꼽는 이유는 여타 수식을 제거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위로받았다’는 것. 평범한 우리 일상을, 우리 자신을 기적이라 여기게 되는 힘을, 먼 거리에 놓여 다가설 수 없을 것만 같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해 보려는 힘을 이 책 안에서 발견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출처 : 출판사 문학동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서평 중 발췌

『리디아의 정원』의 리디아에게

2021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김다인 어린이

리디아야, 안녕? 나는 10살 김다인이라고 해.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어서 편지를 쓰고 있어. 우리 집 창가에 ‘풍선 덩굴’ 씨앗을 늦은 겨울에 심었는데 여름인 지금까지도 싹이 나지 않아. 너도 씨앗을 심었는데 싹이 나지 않은 적이 있니?

너의 할머니께서 흙과 함께 새싹을 보내주셨을 때 새싹이 죽지 않고 와서 나는 기쁘고 다행이었어. 봉투를 열자 흙과 새싹이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나도 엠마 아주머니와 같이 웃었어. 새싹들이 무엇으로 자라날지 상상해 봤어. 피자에 뿌려 먹을 수 있는 바질, 커다란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 주황색 금잔화, 보라색 라벤더. 내가 상상해 본 것 중에 하나라도 맞는 것이 있니?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새싹들도 옥상에 심었어? 짐 외삼촌께 옥상을 보여드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더러웠던 옥상이 예뻐진 것이 마법 같았어. 

나도 꽃을 좋아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식물에 물을 주는 것을 까먹어. 그래서 항상 물 주는 것은 엄마와 아빠가 하셔. 나는 아주아주 가끔 물을 주고 말이야. 식물을 좋아하는데 물 주는 것을 까먹는다니 웃기지? 그리고, 옥상에 있던 욕조를 화분으로 사용한 것을 봤어. 욕조가 멋진 화분이 되었네! 깡통 같아 보이던 것도 화분이 되었고. 내가 잘 찾았지? 그리고 나무상자를 의자로 쓴 거 맞지?

짐 외삼촌께서 놀라서 이마에 주름이 생긴 채로 옥상 문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어. 깜짝 놀라면서도 예쁘게 바뀐 옥상을 보니 기분이 좋으셨겠지? 그림에는 없지만 짐 외삼촌께서 활짝 웃었을 거라고 생각해. 넌 어느 곳에 있든 너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야! 정말 멋져! 나는 이제부터 식물에게 물 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어. 
꽃에 관한 좋은 소식이 생기면 또 편지 쓸게.

2021. 8. 11.
김다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리디아야, 안녕? 나는 10살 김다인이라고 해.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어서 편지를 쓰고 있어. 우리 집 창가에 ‘풍선 덩굴’ 씨앗을 늦은 겨울에 심었는데 여름인 지금까지도 싹이 나지 않아. 너도 씨앗을 심었는데 싹이 나지 않은 적이 있니?

너의 할머니께서 흙과 함께 새싹을 보내주셨을 때 새싹이 죽지 않고 와서 나는 기쁘고 다행이었어. 봉투를 열자 흙과 새싹이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나도 엠마 아주머니와 같이 웃었어. 새싹들이 무엇으로 자라날지 상상해 봤어. 피자에 뿌려 먹을 수 있는 바질, 커다란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 주황색 금잔화, 보라색 라벤더. 내가 상상해 본 것 중에 하나라도 맞는 것이 있니?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새싹들도 옥상에 심었어? 짐 외삼촌께 옥상을 보여드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더러웠던 옥상이 예뻐진 것이 마법 같았어.

나도 꽃을 좋아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식물에 물을 주는 것을 까먹어. 그래서 항상 물 주는 것은 엄마와 아빠가 하셔. 나는 아주아주 가끔 물을 주고 말이야. 식물을 좋아하는데 물 주는 것을 까먹는다니 웃기지? 그리고, 옥상에 있던 욕조를 화분으로 사용한 것을 봤어. 욕조가 멋진 화분이 되었네! 깡통 같아 보이던 것도 화분이 되었고. 내가 잘 찾았지? 그리고 나무상자를 의자로 쓴 거 맞지?

짐 외삼촌께서 놀라서 이마에 주름이 생긴 채로 옥상 문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어. 깜짝 놀라면서도 예쁘게 바뀐 옥상을 보니 기분이 좋으셨겠지? 그림에는 없지만 짐 외삼촌께서 활짝 웃었을 거라고 생각해. 넌 어느 곳에 있든 너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야! 정말 멋져! 나는 이제부터 식물에게 물 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어.
꽃에 관한 좋은 소식이 생기면 또 편지 쓸게.

2021. 8. 11. 김다인

『리디아의 정원』

도서 『리디아의 정원』의 표지. 왼쪽에 건물로 올라가는 검은 철제 계단이 보이고 계단 위에 여자아이가 서 있다. 아이는 밀짚모자를 쓰고, 파란색 반팔 원피스를 입고 있다. 품에는 머리 위로 높게 치솟은 해바라기 화분을 안고, 모종삽을 치켜들고 있다. 아이 옆에는 검은 고양이가 함께 서 있다. 아이의 뒤로 빽빽하게 들어선 높은 빌딩들이 보인다.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살던 리디아는 할머니와 함께 채소와 꽃을 가꾸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인 소녀. 그러나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고,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에게도 일감이 들어오지 않자, 리디아는 도시에서 빵 가게를 하는 외삼촌 댁으로 보내진다. 외삼촌은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분으로 도대체 웃지를 않지만 빵 가게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리디아는 슬슬 외삼촌을 깜짝 놀라게 할 일을 준비한다. 그것은 바로 빵 가게 옥상을 멋진 꽃밭으로 꾸미는 일! 할머니가 보내주시는 꽃씨를 틈틈이 심고 가꾼 리디아는 가게가 쉬는 독립기념일이 되자 외삼촌에게 꽃으로 뒤덮인 옥상을 보여주고, 외삼촌은 감격해서 꽃으로 장식한 예쁜 케이크를 손수 만들어 답례한다.

『리디아의 정원』은 어린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시절을 지혜와 사랑으로 헤쳐나가는 소녀의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전해주며 독특한 편지글 형식으로 동심이 더욱 맑게 표현되어 있다.

출처 : 출판사 시공주니어 『리디아의 정원』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