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 김반석 작가가 비스듬히 서서 웃고 있다. 목에는 무지개색 목도리를 둘렀다.

반갑습니다 한글을 시각화하는
글그림 미술가 김반석 작가

한글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그림으로 그려진 한글은 어떤 모습일까?
한글 ‘글그림’으로 한글을 시각화해 표현하는 미술가가 있다.
반갑습니다 3월호에서 거람 김반석 작가를 만나본다.

언어가 가진 이미지와 상징을
한글로 시각화하는 ‘글그림’

인터뷰어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울산에서 한글 글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람 김반석입니다.

인터뷰어

한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글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글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회색 모자를 쓰고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김반석 작가가 웃으며 정면을 보고 서 있다. 양손은 가지런히 모은 모습이다. 그 뒤로는 김반석 작가의 작품이 보인다.

글그림이란 말을 2000년에 제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맞춤법으로는 ‘글과 그림’이지만, 글도 되고 그림도 되기에 ‘과’를 빼버리고 ‘글그림’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미학적으로 말씀드리면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또는 상징을 한글로 시각화하는 미술 표현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미술사를 놓고 보면 1930년경 런던에서 ‘language@art’라는 잡지가 발행되어 언어와 시각예술을 접목하는 그림 표현 방법이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그림을 전공하시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비전공자로서 미술가의 꿈을 키우게 되신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인터뷰이

고등학교 졸업 후 저는 은행에 취업했고 외환 위기(IMF) 시기인 1998년까지 근무하다 24년 일한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 후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전국의 많은 선지자님을 찾아가 답을 구했는데요. 그 결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오래 하면서 그것으로 이웃과 나누며 사는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이 미술이었고, 고향에서 시작하기 위해 이곳 울산 치술령 자락 길가에 조그만 작업실 겸 전시장을 마련한 뒤 나만의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3년을 외길로 달리다 보니 ‘명인’이란 칭호를 얻기도 하네요.

인터뷰어

특별히 ‘한글’을 그림 소재로 선택하신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세계에서 가장 새롭고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 서예 모필의 미감을 기본으로 한글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한글은 소리를 시각화한 유일한 글씨이며 그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반석 작가의 작품 ‘사랑’의 사진이다. 황토색 배경에 사랑이라는 글자가 그림처럼 적혀있다. ▲ <사랑>

또한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 글씨에 시각적 상징(천, 지, 인)을 담았다 하셨기에 미술 표현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제 글그림 <사랑>을 예로 들면 ‘ㅅ’은 어머니, ‘ㅏ’는 아이, ‘ㄹ’은 길, ‘ㅏ’는 샘가에 자라는 나무, ‘ㅇ’은 샘으로 표현해 물을 찾는 아이에게 샘으로 가는 길을 일러주는 엄마의 깊은 사랑을 상징화했습니다.

인터뷰어

처음으로 그리신 글그림 작품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인터뷰이

첫 작품은 <꿈>입니다. 꿈은 살아가는 이유이고, 살아있는 모든 이들의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을 담아 ‘나무새가 날 때까지 꿈은 계속된다’라는 글귀를 넣었습니다.

김반석 작가의 작품 ‘꿈’의 사진이다.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파란색, 청록색이 한 줄로 그려진 배경 위에 꿈이라는 글자가 그림처럼 적혀있다. ▲ <꿈>

한글은
‘생각 놀이’의 벗

인터뷰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나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이

첫 번째는 <황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그림을 향한 제 발걸음이 마치 우직한 황소의 힘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추천 작품은 <멋>인데요.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선비의 삶에서 발현되는 멋. 그것을 우리 미학으로 품고 싶었습니다.

김반석 작가의 작품 ‘황소’의 사진이다. 황토색 배경 위에 황소라는 글자가 황소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김반석 작가의 작품 ‘멋’이다. 파랗고 붉게 칠해진 배경 위에 멋이라는 글자가 갓을 쓴 선비가 팔을 벌리고 있는 그림처럼 적혀있다.

▲ <황소> / <멋>

마지막으로 <사는 거>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새는 높이를 경쟁하지 않고, 나무는 높이를 비교하지 않고, 달은 모양을 불평하지 않듯 그런 자연을 본받아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봤습니다.

김반석 작가의 작품 ‘사는 거’다. 흙바닥 같은 배경 위에 사는 거 라는 글자가 나무와 파란 새, 노란 달, 우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 <사는 거>

인터뷰어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꾸준히 글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그리고 매년 한글날 즈음에는 글그림 전시를 통해 한글의 창의성과 예술적 확장성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인터뷰어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저에게 한글은 벗입니다. 글그림은 그 벗과 함께 자신의 본모습을 찾는 ‘생각 놀이’인 거죠. 한글로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며 ‘새로움을 향한 끊임없는 여행’을 오래 함께 할 생각 놀이의 벗이라고 여깁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김반석 작가)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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