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한글날 제정 100주년 좌담

우리가 지켜온 한글, 한글이 열어갈 미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우리 민족은 한글의 소중함을 간절하게 느껴왔다. 우리 말과 글을 기념하고 소중히 여기고 지키기 위해 1926년에는 ‘한글날(가갸날)’을 제정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공기처럼 익숙하게 한글을 읽고 쓰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던 우리 문자는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갔고, 이제 케이(K)-컬처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욱 일상화될 인공지능(AI) 시대에 한글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글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한글의 발전을 위해 힘써온 각계 전문가들이 국립한글박물관에 모였다.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관 고은숙의 진행으로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 김주원 한글학회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이 회의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진행 고은숙(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관)
참석 임성환(국립한글박물관장), 김주원(한글학회장), 최홍식(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쉽게 배우고, 널리 퍼지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 한글의 의미

고은숙(진행)_ 한글날 제정 이후 100년 동안 한글은 우리 일상을 넘어 케이(K)-컬처의 확산과 함께 세계로 그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며, 오늘날 한글의 위상을 높이고 그 변화를 이끈 핵심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주원(한글학회장)_ 훈민정음은 창제 직후부터 전 국민이 사용했던 문자는 아닙니다. 기득권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고, 공문서용으로 채택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1894년 고종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국문’이라는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광복 이후에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과 ‘국어 기본법’을 거치며 지금의 한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한글은 장점이 많은 문자이지만, 오늘날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데는 배우기 쉽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어려운 문자였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배울 수 없었을 것이고, 온 국민이 사용하는 글자가 되기도 어려웠을 테니까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결국 국가의 경제 발전이나 정치의 민주화 등 모든 것의 원동력이 된 것이죠. 한글은 민주적인 글자이며, 그 민주성을 바탕으로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 봅니다.
최홍식(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_ 저는 등산을 좋아하는데요. 최근 북한산에 갔다가 정상에 외국인들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등산을 하며 만난 사람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었고,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답을 하더군요. 그만큼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겠죠.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는 데에는 한글이라는 독자적인 문자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용법 등은 어려운 면이 있지만, 한글이라는 기본 틀이 있어 일단 읽고 쓸 수 있다는 점이 한국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고, 오늘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 것이죠.
임성환(국립한글박물관장)_ 지난 100년 동안 한글은 우리 일상에 자리 잡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를 성장시키고 그 위상과 영역을 세계로 확산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1926년 한글날이 제정될 당시만 해도 일제강점기였지만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며 크게 성장했고, 2000년경부터는 문화적 도약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2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케이(K)-컬처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외국 화장품에서도 우리말을 활용한 브랜드가 등장할 만큼 한글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가 이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성장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한글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문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이 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

고은숙_ 100년의 역사 속,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건이나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주원_ 한글날 100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저는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회 창립’을 꼽고 싶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주시경 선생님을 비롯해 한글을 위해 힘쓴 분들의 업적이 쌓여 있었지만, 1929년에는 학자·교육자, 언론인과 기업인 등 각계 대표들이 모여 조선어사전편찬회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극로 선생님이 이를 조직하면서 사전을 만드는 일을 일부 학자만의 일이 아니라 전 국민의 염원으로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이렇게 시작된 사전 편찬은 이후 『조선말 큰사전』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우리말과 글을 지켜나가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최홍식_ 역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발전이 있을 때는 그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대왕께서 그 시작을 열었고, 약 500년 동안 무시당하던 한글이 자리 잡고 도약하는 계기를 만든 분은 주시경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시경 선생님이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뭉쳐 조선어학회를 만들면서 가갸날 제정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한 인물을 꼽으라면 주시경 선생님, 한 사건을 꼽으라면 일제강점기의 어려운 시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이 큰일을 해낸 ‘조선어학회 사건’을 꼽고 싶습니다.
임성환_ 저도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100년 속에서 가장 기억해야 할 사건으로 ‘조선어학회 사건’을 꼽고 싶습니다. 지식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도 한글의 중요성과 의미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은 한글이 곧 우리 민족의 정신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독립이라고 생각하며 활동하였습니다. 또한, 『조선말 큰사전』을 만들어냄으로써 오늘날 한글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어학회 사건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고 싶고, 국립한글박물관에서도 한글을 지킨 분들을 예우하고 관련 인물 자료를 수집·연구하며, 추모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글의 정신,
미래의 자산이 되다

고은숙_ 케이(K)-컬처의 확산으로 세계인이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단순한 문자 학습을 넘어 한글과 한글문화에 담긴 철학과 정신을 어떻게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을까요?
김주원_ 한국어를 배우다 보면 한글은 자연스럽게 함께 학습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라고 할 때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만큼 한국어와 한글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한글의 철학과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와 한글을 구별해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과 한글이라는 문자를 배우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각의 특성이 있으니까요. 한국어 수업 안에 한글의 창제 원리와 문자 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구성하고, 두 영역을 구분해 가르친다면, 세계인들이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의 원리와 가치까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성환_ 한글의 철학과 정신을 세계인과 공유하려면, 한국어 교육도 단순히 말하고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까지 함께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세종학당이나 한글학교, 해외 대학의 한국어학과 등에서는 주로 한국어 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 지원도 필요해 보입니다. 예컨대, 한글의 제자 원리를 배우다 보면 모음에 담긴 천지인 사상이나 문자에 담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교육에서 한국의 문학과 홍익인간, 선비 정신, 우리의 유교와 불교문화 등으로 학습의 범위가 확장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홍식_ 최근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졸업식에 직접 참석했는데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단순히 재미로 배우는 게 아니라 한국어와 한글을 정말 깊이 있게 알고 싶어서 온 분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도 한국에 가서 한국어를 배울 학생들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하고요.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는 수요가 충분한 만큼, 문자뿐 아니라 한글의 정신과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마련한다면 한국어를 넘어, 한글 안에 담긴 정신까지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게임 방식으로 언어를 배우는 앱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수업과 디지털 학습이 함께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각각의 장점을 살려 한글과 그 안에 담긴 철학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주원 한글학회장이 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주원 한글학회장

고은숙_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한글 정신’은 무엇일까요?
임성환_ 저는 세종대왕께서 말씀하신 ‘편안케 하고자’ 하는 마음, 즉, 한글을 편리하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결국 백성을 평안하게 하고자 했던 ‘편민’의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도 가장 중요한 한글 정신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우리 백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국제화된 오늘날에는 그 대상을 더 넓혀볼 수 있겠습니다. 아직 자신의 문자를 갖지 못한 다른 민족들에게도 한글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알려주는 것이지요. 우리가 과거에 문자가 없어 겪었던 어려움을 돌아본다면, 한글을 나누는 일 역시 오늘날의 ‘편민’의 정신을 실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최홍식_ 저는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한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우리말과 한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간판을 보면 영어로만 쓰여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간판을 볼 때마다 ‘최소한 한글을 병기라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곤 합니다. 상표 자체가 영어로 등록되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경우라도 한글을 함께 적는 식으로 우리 말을 우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한글 정신은 한글과 우리말의 소중함을 스스로 느끼고 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주원_ 저도 간판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젊은 세대는 한글을 당연하게 쓰고 있지만, 정작 한글이 얼마나 소중한 글자인지 깊이 느껴볼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글의 역사를 배우며 선조들이 한글을 지켜온 과정을 알게 되면, 그 소중함이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들 수 있을 텐데 그럴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면 외래어 간판과 같은 문제는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바꿔 나가려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강요받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그 가치를 느낄 때 생기는 것이니까요.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이 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고은숙_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한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한 이때 한글은 정보기술과 어떻게 만나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가치와 자산으로 남게 될까요?
최홍식_ 디지털 시대에 이렇게 잘 맞는 문자를 그 시절에 세종대왕께서 어떻게 고안해 내셨는지 생각할수록 경이롭습니다.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 등 말소리를 문자로, 문자를 말소리로 바꾸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글은 디지털 기술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3년간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훈민정음 제자해를 연구하면서 한글의 과학성을 살펴보고, 그 내용을 담은 누리집, ‘세종 말소리’를 만들었는데요. 앞으로 미래 세대는 이런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한글의 원리와 과학성을 더 쉽게 배우고, 한글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임성환_ 한글은 초성·중성·종성으로 이루어진 조합형 음절 문자로서, 한글은 인공지능(AI)·디지털 시대에 매우 적합한 문자라고 평가됩니다. 글자를 입력하는 자판 인터페이스에서도 한글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이런 점에서, 미래 세대에게 한글은 단순히 읽고 쓰는 문자를 넘어, 그 자체로 자긍심과 경쟁력을 갖게 하는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영어를 잘하는 것이 하나의 경쟁력이었던 것처럼, 이미 한글을 잘 읽고 쓰는 능력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의 관심과 지원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주원_ 관장님 말씀에 제가 조금 보태자면, 현재 인터넷에 있는 자료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어로 된 자료도 충분히 쌓여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생산된 다양한 자료를 입력하기 쉽고 명료한 한글로 많이 남겨둔다면,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정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독자적인 연구를 하거나 기업과 관련된 일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글, 새로운 100년을 향해

고은숙_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앞으로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와 기관의 협력이 중요할 텐데요. 국립한글박물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 기관이 각자의 고유한 기능을 넘어 협력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임성환_ 세 기관은 각자의 전문영역을 기반으로 유물과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한글 관련 연구와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함께 좌담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지난번에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양주에 가서 풍양 조씨 한산군파 묘역의 오래된 한글 비석을 함께 살펴보기도 했지요. 이처럼 유물을 발굴 및 조사·연구하고 수집하는 일부터 공동 연구와 세미나까지, 각 기관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하고 자료를 공유한다면, 한글 관련 연구와 전시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주원_ 한글학회는 기본적으로 학자들이 모인 연구단체인 만큼 연구뿐 아니라, 한글 전용이나 우리말을 지키는 실천적인 활동, 어문 관련 사업과 운동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기관마다 잘할 수 있는 분야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일을 함께 추진하려면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번 주시경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주시경 선생의 저서 『말의 소리』를 읽으며 직접 베껴보는 사업에서도 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제공해 주는 등 협조해 주셨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각 기관이 가진 전문성과 자료를 서로 나누고 잘 활용한다면 한글을 연구하고 알리는 사업을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홍식_ 저는 세 기관이 함께 고민해 볼 협력 과제로 ‘문해력 저하’ 문제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유튜브 같은 짧은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시간이 늘고, 책을 직접 읽으며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고 생각하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글박물관이나 국가기관은 물론, 우리 말과 글을 연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문해력을 다시 키울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문해력을 높이려면 사람들이 다시 책을 붙잡게 하고,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하는 교육도 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김주원 한글학회장이 훈민정음이 적힌 벽을 배경으로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김주원 한글학회장

고은숙_ 마지막으로,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또 2028년 재개관을 앞둔 국립한글박물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주원_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니, 그 이름만으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한글을 마음껏 쓰고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한데요. 이는 목숨을 바쳐 한글을 지켜오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그분들의 노력을 되새길 수 있는 100주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아가서는, 한글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는 홍보와 교육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합니다.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우리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이요. 이번 좌담을 통해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뜻깊었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관장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홍식_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우리는 한글을 지켜왔고, 그런 한글이 이제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뜻깊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저로서는 한글박물관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정말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이라,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국립한글박물관도 꼭 가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2028년에 재개관도 앞두고 있는데, 제2막을 여는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한글의 가치와 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임성환_ 1926년 ‘가갸날’로 시작된 한글날이 올해로 제정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글을 기념하고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한글날이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 자체가 한글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지난 100년을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글이 앞으로의 100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한글이 세계로 확산되고 디지털·인공지능(AI)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2028년 재개관을 앞둔 국립한글박물관도 이러한 변화를 담아 새롭게 나아가려 합니다. 전시를 예로 들면 이전에는 한글의 창제와 보급, 역사적 변천을 중심으로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한글이 개인과 산업,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관람객이 오래 머무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능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새로운 100년의 출발점으로 삼아, 한글의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박물관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