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공감
기획 전시2

점자,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한글

길 위의 점자블록, 엘리베이터 버튼의 점자숫자, 캔과 패키지에 표시된 각종 상품의 점자 등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점자를 마주하지만, 그 작은 점들이 품은 시간과 뜻까지 헤아려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송암전자도서관이 함께 마련한 공동기획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은 한글 점자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기념하며, 점자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이어받은 또 하나의 문자이자 소통의 언어로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였습니다.

기획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가로형 포스터. 여러 색의 원을 격자 형태로 배치하고 점자를 활용해 전시 제목과 ‘FROM DOTS TO THE WORLD 100 YEARS OF KOREAN BRAILLE’ 등의 문구를 표현했다. 전시는 2026년 10월 7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시각장애인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맹정음』

1888년 인천 강화에서 태어난 송암 박두성 선생은 1913년 제생원(1913년 설립된 시각장애인 등을 교육하는 특수교육기관) 맹아부 교사로 부임하며 시각장애인 교육에 헌신하기 시작했습니다.
1946년 박두성이 작성한 「훈맹정음의 유래」 초고본이다. 붉은색 원고지에 훈맹정음을 만들게 된 배경과 ‘배우기 쉬워야’, ‘점수효가 적어야’,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등의 조건을 푸른색 글씨로 손수 적었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자료다.

▲ 박두성, 『훈맹정음의 유래』 초고본, 1946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당시 일본어 점자로 공부해야 했던 학생들을 안타깝게 여겨 오랜 연구 끝에 배우기 쉽고 헷갈리지 않는 6점식 한글 점자를 고안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26년 11월 4일 예순세 개의 점자로 이루어진 『훈맹정음』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이는 새로운 표기 방식의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장애인에게 배움과 읽기, 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길을 열어준 문자 혁신이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여섯 개의 점은 지난 100년 동안 시각장애인의 학습과 일상, 그리고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문자로 자리해 왔습니다.
1946년 박두성이 작성한 「훈맹정음의 유래」 초고본이다. 붉은색 원고지에 훈맹정음을 만들게 된 배경과 ‘배우기 쉬워야’, ‘점수효가 적어야’,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등의 조건을 푸른색 글씨로 손수 적었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자료다.

▲ 박두성, 『훈맹정음의 유래』 초고본, 1946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박두성 선생은 제자들과 함께 한글의 원리를 깊이 연구하며 '배우기 쉬울 것, 점의 수가 적을 것, 서로 헷갈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준 아래 6점식 훈맹정음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 인물의 업적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에서 비롯된 절실한 고민과 실천의 시간을 함께 조명하고자 하였습니다.

모두가 읽을 권리에서 시작된 이야기

전시는 ‘읽을 수 있나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문자는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꾸는 권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점자를 단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한 문자로 한정하지 않고, 누구나 배우고 읽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읽을 권리’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면 여섯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점자가 어떻게 배움과 소통의 길을 넓혀 왔는지, 또 어떻게 삶과 세상을 잇는 중요한 문자가 되었는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국가등록유산 『훈맹정음』(1926) 을 비롯해 점자와 시각장애인 교육의 역사를 보여 주는 자료들, 그리고 국내외 점자 관련 유물을 통해 점자가 걸어온 길을 넓고 입체적으로 펼쳐 보입니다. 특히 프랑스 점자 자료와 시각장애인 교육 관련 자료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한글 점자의 의미를 한국 근현대사의 맥락 안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문자사라는 보다 넓은 흐름 속에서 그 가치를 해석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작은 점은 한 나라의 문자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축적해 온 읽기의 역사와 만날 수 있습니다.
1926년 박두성이 만든 『훈맹정음』. 한글 자모와 점자를 대응해 정리한 훈맹정음표가 있다.
1926년 박두성이 만든 『훈맹정음』. ‘모든 표 략자 쓰는 법’이라는 제목 아래 한글과 점자를 함께 표기한 설명이 담겨 있다.

▲ 박두성, 『훈맹정음』, 1926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1926년 박두성이 만든 『훈맹정음』. 한글 자모와 점자를 대응해 정리한 훈맹정음표가 있다.
1926년 박두성이 만든 『훈맹정음』. ‘모든 표 략자 쓰는 법’이라는 제목 아래 한글과 점자를 함께 표기한 설명이 담겨 있다.

▲ 박두성, 『훈맹정음』, 1926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손끝으로, 마음으로 만나는 전시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접근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장애와 비장애, 시각과 촉각의 경계를 넘어 보다 많은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준비하였습니다. 주요 전시자료를 촉각모형으로 제작하여 전시품의 형태와 구조를 손끝의 감각을 통해 체감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보는 전시’에서 ‘손으로 만나고 감각으로 이해하는 전시’로 ‘읽는 전시’에서 함께 ‘느끼는 전시’로 확장하였습니다.
촉각 체험물은 시각장애를 가진 관람객에게는 실질적인 정보 접근의 통로가 되고, 비장애 관람객에게는 점자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접근성 해설, 보조 콘텐츠가 더해지며 특정 대상만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배우고 공감하는 ‘모두의 전시’로 확장하였습니다. 보는 방식이 달라도, 읽는 감각이 달라도, 문자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전시를 통해 전하려고 하였습니다. 
왼쪽에는 1985년에 제작된 점자 타자기 ‘미니피히트’가, 오른쪽에는 미니피히트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모형이 나란히 놓여 있다.

▲ (왼쪽) 미니피히트, 1985, 개인소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공
(오른쪽) 미니피히트 모형제작(CNC 가공)

왼쪽에는 점자를 찍는 데 사용한 족답식 제판기가 있으며, 제판기의 일부를 파란색 원과 화살표로 표시해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에는 제판기 촉각 모형제작이 있다.

▲ (왼쪽) 족답식 제판기, 연대미상, 송암전자도서관 소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공
(오른쪽) 제판기 촉각 모형제작(CNC 가공)

왼쪽에는 1985년에 제작된 점자 타자기 ‘미니피히트’가, 오른쪽에는 미니피히트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모형이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에는 점자를 찍는 데 사용한 족답식 제판기가 있으며, 제판기의 일부를 파란색 원과 화살표로 표시해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에는 제판기 촉각 모형제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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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점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한글 점자가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여섯 개의 점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배움과 소통의 길을 넓히고, 시각장애인이 삶과 세상을 잇는 중요한 문자가 되어 왔습니다. <점에서 세상으로> 전시는 한글 점자의 탄생에서부터 100년을 이어 온 점자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또한 훈맹정음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세상을 함께 읽어 갈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획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무빙 포스터. 전시는 2026년 10월 7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 전시 기간 2026. 10. 7.(수)~2027. 2. 14.(일)
  • 전시 장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
  • 공동 주최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

<작성: 이진희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