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공감
특집기사1

국립한글박물관 재개관을 기다리며

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

홍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 프로필 사진이다.
금년 한글날은 한글날을 제정한지 100돌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그래서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한 여러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에서 ‘일구이륙 무한이륙’이란 주제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불의의 화재로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실에서 하지 못하고 다른 장소를 빌어 전시를 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보면서 위로를 느낀다.
그래도 조만간 다시 재개관할 것이니 안타까움을 버리고 재개관할 때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 정부에 국립한글박물관 설립을 제안하고 개관위원장까지 지내면서 안타까운 점도 많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국립한글박물관이 너무 규모가 작다는 점이었다. 여느 대학박물관보다도 규모가 작아서, 불의의 화재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더 규모가 큰 국립한글박물관이 건축되기를 희망했지만, 여러 여건으로 재건축하는 형식이 되어 아쉬움만 남았다. 그러나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야 하므로 이제는 재개관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재개관될 때, 관람객들이 국립한글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그 자세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국립한글박물관이라고 하면 한글에 대한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그곳의 한글 관련 유물을 바라보면서 우리 선조들과 대화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국어와 한글의 역사적 향기를 맛보는 곳이다. 그 국어와 한글의 역사적 향기가 내 몸에 스며들 때, 우리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이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이며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책에서도, 만화에서도, 어른들의 말씀에서도, 그리고 텔레비전에서조차도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산 경험을 얻을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우리 어문생활의 역사 그 자체이다. 그 어문 생활 속의 역사 속에 그 가운데에 서 있는 나! 이것은 곧 나의 우주다. 나의 우주는 우리 말과 한글을 통해 문화를 창조하고 전달하며 축적하여 문화를 발전시키는 주인공이다. 그래서 국립한글박물관에 가서 그 유물들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에 가거들랑, 그곳에서 보이지 않는 우리의 선조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자.

“이 유물(또는 문헌)은 이름이 무엇이지요?”
“왜 만들었지요?”
“무엇으로 만들었지요?”
“언제 만들었지요?”
“사용한 사람은 누구지요?”
“언제 없어졌지요?”
“왜 없어졌지요?”
“이 대신 무엇이 새로 만들어졌지요?”
“그 이름도 바뀌었나요?” 등등

이렇게 계속 물어 보면 그 문화 유산들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 선조들께서는 여러분들에게 그것을 자상하게 설명해 줄 것이다. 큰 소리가 아닌 보이지 않는 음성으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온갖 몸짓을 하면서 그 이야기는 마치 우리가 어렸을 때 할머니나 할아버지께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리고도 선조들의 음성이 들리지 않거들랑, 다시 한번 물어 보라. 우리 선조들의 한글 문화유산을 요모조모 살펴 보면서. 그래도 잘 모르겠거든, 우리 선조들이 이러한 사실을 기록해 놓은 책은 없느냐고 물어 보자. 대답이 없으면, 박물관에서는 연구관에게 물어 보아서, 그리고 유적지에서는 설명을 적어 놓은 안내문을 자세히 살펴 알아 보자. 그리고 집에 와서는 책을 뒤져서 더 자세히 알아 보자.
그렇게 선조들과 우리 말과 글에 대해 대화하는 자리이기에, 국립한글박물관을 찾게 되면, 우리는 그곳의 유물들을 보고 갑자기 숙연해지게 된다. 그 유물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모든 삶의 모습이, 지혜가, 아름다움이, 그리고 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져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이 한글로 써서 남겨 놓은 모든 기록들을 통해 우리의 선조들을 직접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한글 문화유산을 볼 때마다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지금 우리의 삶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잃어 버렸던 역사의 향기를 맛보는 것이다. 그 역사의 향기가 내 몸에 스며들 때, 우리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이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이며,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이야기 줄거리를 글자로 꾸며 놓은 소설을 읽을 때, 그것을 만화로 그려 놓은 것을 볼 때, 그것을 영화로 만들어 놓았을 때, 그리고 그것을 연극으로 꾸며 놓았을 때, 아니면 그러한 사실을 직접 경험하였을 때,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우리의 가슴에 와 닿을 때는 어느 경우일까? 이것은 누구에게나 물어 보아도 직접 경험한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직접경험이요, 다른 것들은 간접경험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책으로 읽을 때, 그리고 텔레비전으로 볼 때 등은 모두 간접경험인 것이지만,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직접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직접경험인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겪는 경험은 기적적인 경험이다. 왜냐하면 과거에 지나간 우리말과 글들을 통해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지나간 역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타임머신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이 경험밖에 없을 것이다. 직접 경험을 통하여 역사를 배우고, 이렇게 알게 된 역사를 통해서 새로운 나와 우리의 삶을 창조해 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국립한글박물관을 찾는 본래의 목적이다. 그래서 국립한글박물관이 재개관되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2028년 10월 재개관 예정인 국립한글박물관의 조감도다.

▲ 2028년 10월 재개관 예정인 국립한글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