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공감
반갑습니다

문자, 그 너머의 삶을 노래하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김하진 작가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행위라고 합니다. 모를 때는 그저 스치는 풍경이었던 것들이 알고 나니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는 의미인데요. 세종대왕 나신 날이었던 지난 5월 15일, 국립극장에서는 나이 팔십 줄에 한글을 배우며 삶을 한층 선명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막을 올렸습니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의 김하진 작가를 만나 칠곡 문해학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가시나, 를 쓰기 좋은
한글로 찾은 내 삶의 보물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의 작가 김하진입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양한 이유로 배움의 때를 놓쳤지만 뒤늦은 나이에 문해학교에 다니며 한글을 배우고, 시까지 쓰게 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들이 직접 쓰신 시를 에피소드별로 엮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극의 주 배경인 팔복리에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찾아온 PD를 만나며, 글을 배우기 전엔 몰랐던 인생을 보물찾기하듯 찾아가는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풀어낸 작품입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포스터 사진이다. 상단에 보라색으로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제목이 크게 배치되어 있고,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 극본상, 연출상’ 수상 소식이 적혀있다. 하단에는 뮤지컬 캐스팅, 공연 기간(2026.05.15.~06.28), 장소(국립극장 하늘극장) 등이 적혀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예고편 장면 중 하나다. 상단에는 ‘한글과 사랑에 빠진’이라는 문구가 오려 붙인 글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네 명의 여성 주인공이 서 있다.
김하진 작가 사진이다. 회색 상의를 입은 김하진 작가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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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바로가기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을 수상했습니다. 3관왕을 차지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좋은 소재와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이 작품이 최대한 많은 분들께 닿았으면, 그리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대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품이 큰 상을 받게 되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게 되었어요. 바람이 이루어졌다는 안도감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시를 전국구로 자랑할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기쁩니다.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 수상 기념 이미지다. 검은색 배경 위에 금색 글씨로 ‘WINNER’가 크게 적혀 있으며,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포스터가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하단에는 공연 장면 사진과 함께 연출·극본·작품상 수상 등 총 3개 부문 수상 내역이 소개되어 있다.

▲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관왕을 수상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상을 수상한 김하진 작가의 모습이다. 김하진 작가는 꽃다발을 들고 무대 위에서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상을 수상한 김하진 작가
(출처: 한국뮤지컬어워즈 유튜브 채널)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 수상 기념 이미지다. 검은색 배경 위에 금색 글씨로 ‘WINNER’가 크게 적혀 있으며,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포스터가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하단에는 공연 장면 사진과 함께 연출·극본·작품상 수상 등 총 3개 부문 수상 내역이 소개되어 있다.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상을 수상한 김하진 작가의 모습이다. 김하진 작가는 꽃다발을 들고 무대 위에서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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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칠곡 문해학교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작품을 각색하시게 된 계기와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창작자를 지원해 주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공모전에 선정되었는데, 마침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님께서 원작인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 듦>을 뮤지컬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작품이라고 하시면서요. 시기와 인연이 딱 맞아떨어져서 운 좋게 제가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거죠.

본격적인 대본 작업 전 원작을 먼저 공부했는데, 배움에 이토록 열정적이고 설레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어요. 작품 속의 ‘배움에는 때가 없다’는 문장이 관객분들에게 위로와 도전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실제 문해학교 할머니들이 쓰신 시 20여 편이 작품 속 노래의 가사로 사용되었는데요. 할머니들의 시를 그대로 가사로 옮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극은 다큐멘터리와 에세이가 원작이기 때문에 이미 리얼리티가 충분합니다. 뮤지컬로 각색할 때 이 리얼리티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굳이 뮤지컬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저에게는 이 이야기가 ‘뮤지컬’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게 중요했는데요.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시가 넘버(노래)가 되면 사실성과 장르의 특성을 모두 살릴 수 있겠더라고요. 꾸미지 않은 투박한 시가 그대로 무대 위에서 불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요. 할머니들의 인생이 무대 위에서 노래가 된다는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라 믿었습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배우가 무대 중앙에서 서서 관객을 향해 시를 발표하고 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배우가 팔을 높이 들어 올린 채 힘차게 자신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 홀로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시를 낭독하고 있다.

▲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중 각자의 시를 발표하는 장면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배우가 무대 중앙에서 서서 관객을 향해 시를 발표하고 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배우가 팔을 높이 들어 올린 채 힘차게 자신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 홀로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시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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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서 한글의 특징, 혹은 한글을 배우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넘버나 대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갈아엎은 흙처럼 까무잡잡하고 노동의 고달픔 배인
나이 든 손 주름진 손에 쥔 낡은 몽땅 연필이
사각사각 소리 내어 종이 위에 춤춘다.

-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넘버 ‘우리는 가시나’ 중
이 가사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온 석구 PD가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으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공부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다 닳아 버렸어도 끝까지 쓸모를 다하는 몽땅 연필에 비유해 종이 위에서 춤을 춘다고 표현했는데요. 원작 에세이를 읽으며 할머니들을 떠올렸을 때, 외람되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그려졌어요. 문해학교 촬영에 회의적이던 석구 PD의 마음이 열리는 장면이 필요했는데, 이런 사랑스러움이 그 열쇠가 되어줬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한글을 배우며 설레고 행복해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잘 담기기를 바라며 지은 가사이기도 합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무대 위에 선 네 명의 할머니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며 느낀 기쁨과 성취를 노래하고 있으며, 각자 손에 종이를 들거나 서로 어깨를 기대며 함께 서 있다.

▲ 한글을 배운 기쁨을 노래하는 학생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문해학교 학생들을 촬영하는 석구 PD 역의 배우 모습이다. 카메라가 설치된 삼각대 앞에서 촬영 장비를 조작하며 무대 위 인물들을 기록하고 있다.

▲ 문해학교 학생들을 촬영하는 석구 PD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무대 위에 선 네 명의 할머니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며 느낀 기쁨과 성취를 노래하고 있으며, 각자 손에 종이를 들거나 서로 어깨를 기대며 함께 서 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문해학교 학생들을 촬영하는 석구 PD 역의 배우 모습이다. 카메라가 설치된 삼각대 앞에서 촬영 장비를 조작하며 무대 위 인물들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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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시나' 공연 영상 바로가기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사투리 대사들도 많습니다. 사투리 대사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사투리는 굉장히 직관적인 언어라서 표준어로 길게 설명해야 할 말도 짧고 강하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말의 리듬이나 억양에서 오는 대사의 말맛도 있고요. 캐릭터를 더 맛있게 표현하기 위해선 사투리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극 중 할머니들은 몸에 밴 언어를 툭 던지는 분들이기 때문에 사투리야말로 그분들의 삶과 정서를 가장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는 언어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극 중에서 대사로, 혹은 즉흥적으로 나오는 사투리들은 극의 리얼리티를 높여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기도 합니다.
일상의 감도를 높이는
한글의 힘

노년 학습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한글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노년의 학습자들에게 한글은 단순한 문자를 넘어, 자신의 마음과 삶을 직접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입니다. 보통 말로 전달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글로 정리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글은 '나'를 글로 기록하게 하는 수단이 아닐까 싶어요. 내 이름 석 자를 적고, 정류장에 쓰인 버스 노선을 읽고, 마음을 담은 편지를 가족들에게 남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의 감각이 크게 달라지니까요. 또, 한글은 배우는 구조 자체가 비교적 직관적이고 원리가 명확해 성취감을 빠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되니, 틀리게 적더라도 뜻은 충분히 전달되잖아요.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네 명의 할머니 학생이 같은 교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밝게 웃고 있다.

▲ 전국 시 낭송 대회에서 교복을 입은 문해학교 학생들

그렇다면 한글을 배운다는 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힘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순한 지식 이상의 용기와 자유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을 모르던 시절, 할머니들께서는 늘 세상과 어딘지 모르게 단절되어 있다는 감각 속에서 살아오셨다고 해요. 혹시라도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불안해하고, 작은 일 하나도 늘 긴장하며 지내야 했던 거죠. 한 번은 제가 중국 여행을 갔을 때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한 적이 있었어요. 중국어를 할 줄도, 읽을 줄도 모르니까 갑자기 가슴이 콩닥거리고 불안을 넘어 무서워지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글을 모른다는 건 평생 이런 불안함을 안고 사는 것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체감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 속 한글 학습은 단순히 문자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에요.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가는 일인 거죠.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영란이 손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은 영란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문해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책거리를 여는 공연 장면이다. 교실을 꾸민 무대 세트 앞에서 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나누고 있다.

▲ 책거리를 하는 문해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영란이 손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문해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책거리를 여는 공연 장면이다. 교실을 꾸민 무대 세트 앞에서 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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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등장인물들처럼 여전히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합니다. 이분들의 한글 학습을 위해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직도 많은 어르신들이 ‘이 나이에 뭘 배우냐’라는 시선이나, 글을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배움을 망설이신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움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어요.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이실 때, 그것을 대단하고 특별한 결심처럼 여기기보다는 편하게 응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속도보다 중요한 건 계속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니까요.

사회적으로는 문해 교육이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문화와 삶을 연결하는 교육으로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글을 배우며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것을 경험하시거든요. 단순히 읽고 쓰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더 큰 의미를 찾으시는 거죠. 그런 배움의 기회가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팔복리 문해학교의 한글 선생님이 두 손을 내밀며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뒤편 칠판에는 ‘팔복리 문해학교’와 ‘단원’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 팔복리 문해학교의 한글 선생님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문해학교 학생인 춘심은 종이를 들고 자신이 쓴 시를 읽고 있으며, 옆에서는 석구 PD가 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 꿈을 담은 시를 낭송하는 춘심과 그 모습을 촬영하는 석구 PD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팔복리 문해학교의 한글 선생님이 두 손을 내밀며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뒤편 칠판에는 ‘팔복리 문해학교’와 ‘단원’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이다. 문해학교 학생인 춘심은 종이를 들고 자신이 쓴 시를 읽고 있으며, 옆에서는 석구 PD가 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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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언어의 리듬과 소리가 중요한 장르입니다. 한글이 음악과 만났을 때는 어떤 매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뮤지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노래 속 ‘가사’가 서사와 함께 ‘대사’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작곡가님으로부터 ‘말하듯이 곡을 써라’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음악 안에서도 말의 결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조언의 의미를 생각하며 작업하니, 물음표와 느낌표, 말줄임표들이 음악 속에 녹아들어 정말 대사처럼 들리더라고요. 그 과정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특히 한글은 모음과 자음의 조합으로 소리 자체가 풍부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음악과 만났을 때 그 감정의 결을 더 섬세하게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받아 본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너무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개념이었거든요.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창작을 하는 저에겐, 특히나 1개 국어만 하는 저에게는 더더욱 떼려야 뗄 수 없는 창작 수단이라는 게 새삼 실감 납니다. 대본 작업을 하다 보면 가끔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면 꼭 단어로 테트리스를 하는 느낌이 들어요. 블록 하나가 바뀌면 판 전체가 달라지듯, 한글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깊어지기도 하고, 가벼워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잖아요. 특히 가사를 쓸 때는 흔히 말하는 ‘라임’을 맞춰야 하는데, 저는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그 안에서 한글의 가능성을 계속 발견하게 되거든요. 한글은 끝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언어 같습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영상 보러 가기

<사진 제공: 라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