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2017. 8.

엄마와 아이가 소통하며 다시 쓰는 고전 작품 여름방학 교육,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

여름방학의 위력일까?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 교육이 진행된 8월의 박물관은 로비부터 전시실까지 관람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더위를 뚫고 박물관을 찾아준 고마운 발걸음 사이로 1층의 강의실에는 교육을 앞두고 학부모와 아이들이 차례차례 입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앞쪽에 마련된 매트 위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았고, 《춘향전》의 이야기가 담긴 화면이 움직이며 교육이 시작됐다.

고전 소설 《춘향전》과 《홍길동전》과 친해지기!

국립한글박물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8월 1일부터 10일까지 고전 소설 《춘향전》과 《홍길동전》을 재미있게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초등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인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를 각 4차례씩 총 8회 개최했다. 이번 교육은 모두에게 익숙한 고전 소설의 줄거리를 듣고 박물관 전시실을 관람하며 한글 소설의 유래와 종류에 대해 학습한 뒤,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창작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1~2학년생을 동반한 가족은 《홍길동전》에, 초등학교 3~4학년을 동반한 가족은 《춘향전》 교육에 참석했다. 지난 8월 2일에는 박물관 1층의 강의실에서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 : 춘향전> 교육이 진행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전 소설로 이름이 높은 《춘향전》은 그간 드라마, 영화 등은 물론 만화, 개그 프로그램의 소제 등 수많은 분야에서 각색·제작됐다. 심지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춘향전》을 소제로 창작발레를 만들 정도이니, 단순한 고을을 넘어 문화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에 박물관은 학부모와 초등학생 자녀가 함께 모여 대화하며 춘향전을 재해석해볼 수 있는 여름방학 교육행사를 마련했다. 아이들은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춘향이의 사랑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해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춘향전 구연 동화 ▲ 《춘향전》 구연 동화

귀를 기울여 판소리 사랑가를 들어보는 아이들 ▲ 귀를 기울여 판소리 <사랑가>를 들어보는 아이들

《춘향전》이 수많은 이본(異本)으로 재탄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교육의 첫 번째 순서는 《춘향전》의 줄거리를 담은 구연 동화였다. 담당 강사는 앞에서 《춘향전》의 줄거리를 담은 삽화 그림판, 장구, 부채 등의 소품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초등학교 3~4학년이니만큼 《춘향전》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강사의 실감나는 연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했다.

이어 아이들과 학부모는 두 개 조로 나눠 한글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인 ‘한글이 걸어 온 길’을 탐방했다. 강사의 자세한 설명 아래 훈민정음의 창제원리,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한글로 만들어진 고서적, 정조의 한글 편지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이와 함께 근대 시기 유행했던 딱지본 소설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며 100번 가까이 간행된 《춘향전》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다시 강의실로 돌아온 뒤에는 《춘향전》을 다각면에서 접근한 여러 작품들이 소개됐다. 과거 조선시대의 판소리부터 한글소설을 거쳐 소리극, 영화, 드라마에 더해 대중가요로까지 다시 탄생한 작품들을 열거하며 단순히 한 작품으로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보는 창작의 즐거움을 느껴 볼 것을 추천했다. 성춘향, 이몽룡, 월매, 변학도 등 네 명의 인물 중 자신이 내가 생각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알아보는 시간가진 후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본격적인 《춘향전》의 각색 작업에 돌입했다.

내가 생각하는 등장인물의 성격 ▲ 내가 생각하는 등장인물의 성격

우리 가족이 각색하는 2017 행복을 전해주는 춘향전 ▲ 우리 가족이 각색하는 <2017 행복을 전해주는 춘향전>

부모님과 함께 다시 쓰는 《춘향전》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여 분. 엄마와 열띤 토론을 시작한 아이들은 모두들 마감이 임박한 작가가 돼 춘향전의 이본을 만들어나갔다. ‘만남-이별-위기-약속’의 네 단계로 나눈 등장인물들의 선택지를 스스로에 대입해 자신만의 답변을 설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행복을 전해주는 춘향전’을 만들었다.

이날 새롭게 쓴 《춘향전》을 발표한 초등학교 3학년 최지우 어린이는 성춘향과 이몽룡의 결혼 과정에서 반대와 찬성을 번복하는 월매의 모습을 그리며 ‘변덕 월매전’이란 재치 있는 이름의 《춘향전》을 창작했다. 이외에도 아이들은 ‘후회전’, ‘만이위약’ 등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을 창조해냈다.

이본 춘향전 이야기 나누기

이본 춘향전 이야기 나누기

이본 춘향전 이야기 나누기

▲ 이본 《춘향전》 이야기 나누기

이날 강사로 나선 길홍묘 선생님은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는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고전 작품을 아이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며 “아이들이 훗날 자라났을 때 부모님과 함께 《춘향전》을 새롭게 만들었던 일을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녀들과 교육에 참석한 한나영 씨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려고 한글박물관의 교육에 참석하게 된 것인데, 오히려 같이 수업을 듣게 될 만큼 《춘향전》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알게 돼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춘향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여서 좋았다.’, ‘이해하기 쉬운 상세한 설명으로 훌륭한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내용이 매우 다채롭고 강연 내용이 흥미로웠다.’등 다양한 의견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