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2017. 9.

한글 타이포그래피 연구회 한글아씨, 한글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시각문화,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연구하고, 전시를 개최하는 서울여자대학교 소모임 한글아씨, 한글을 연구하고 글꼴 디자인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한글아씨를 찾았다.

전통의 토대 위에 새로운 탑을 쌓아가는 것. 한글 글꼴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한글을 소재로 이제까지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일이다. 누구보다 어려운 일들을 여상스럽게 해내는 그녀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서울여자대학교의 타이포그래피 소학회 ‘한글아씨’를 찾아갔다.

한글을 매개로 만들어가는 인연 타이포그래피 소학회

푸르른 녹음을 자랑하는 학교답게 서울여자대학교 건물 사이사이에는 잔디밭과 나무들이 울창했다. 타이포그래피 소학회 작업실이 위치한 조형예술관에서 임아연 회장(17기, 3학년), 최지원 학생(16기, 3학년), 강민경(14기, 졸업) 씨 등 세 명의 ‘한글아씨’를 만났다.

Q. ‘한글아씨’에 대하여 소개 부탁드려요.

한글아씨 소학회 ▲ ‘한글아씨’ 소학회
임아연 ‘한글아씨’는 한글을 사랑하는 학생들의 소모임이에요. 한글 글꼴을 깊이 있게 연구해 한글 창제 정신을 널리 알리고, 그 원리가 생활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최지원 ‘한글아씨’는 ‘한글, 아이디어, 씨앗’의 줄임말이에요
강민경 ‘한글아씨’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학생연합회 ‘한울’을 비롯해 각 대학 소모임들과 교류하고 함께 전시해요

봄이 오고 캠퍼스에 활기가 돌면 서울여대 시각디자인학과의 타이포그래피 소학회 ‘한글아씨’도 함께 분주해진다. 소학회 설명회를 통해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입 회원을 받아야하고 회장도 새롭게 선출해야 하며, 한 해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 또한 이 때다. 지난 1999년 시작된 소학회는 올해로 17년째 운영되고 있다. 17기 회장을 맡아 학회를 이끌어가는 임아연 회장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자랑스레 설명했다.

임아연 타이포그래피는 시각디자인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분야에요. 이 중에서도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는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특화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고요. 한글과 한글 글꼴을 디자인하는 데 관심 있는 친구들이 깊이 있는 활동을 찾아 ‘한글아씨’의 문을 두드립니다.

소학회 활동은 1주일에 한 번 만남의 자리를 갖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자 자유로운 시간대를 공유하고, 그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할 수 있는 날을 잡아 교내 조형예술관 작업실에서 모인다. 올해 들어서는 작업복 만들기, 엽서 만들기, 플리 마켓 참가하기 등 한 달에 한 가지 이상의 목표를 정해 매주 추진해왔다. ‘한글아씨’란 이름을 걸고 만날 때에는 선후배 관계가 아닌 동등한 디자이너로서 자리해 서로의 작업물을 개선하고 보완할 점을 토론한다. 최근에는 9월에 예정된 ‘한글아씨’의 대표 전시회 ‘서울 여자, 취미는 한글’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

Q. ‘서울 여자, 취미는 한글’ 전시를 소개해주세요.

임아연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 전시는 ‘한글아씨’를 중심으로 한글 디자인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함께 뜻을 모아 마련한 자체 전시회로 지난 2014년 시작돼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합니다.
강민경 2014년에는 제가 소학회 회장이었고, 직접 이름을 붙인 전시회라 애착이 많이 가요. 학문적으로, 고차원적으로 접근하기보단 취미처럼 재미있게 한글을 즐겨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전시회죠.

‘취미처럼 즐기는 한글’이란 말처럼 ‘한글아씨’는 누구보다 즐겁게 한글의 새로운 갈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애초에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전은 매년 정기 개최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전시회가 아님에도 후배들은 선배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작품을 만들던 날들을 기억해 서울여대만의 전통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합정의 한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회가 큰 호응을 얻어 앙코르 전시를 진행했을 정도다.

실제로 ‘한글아씨’의 전시회는 교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값비싼 전시관 대관료인데, 올해에는 교내 에이스사업에서 일정금액을 지원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임아연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 전시회’를 통해 ‘한글아씨’는 계속해서 노를 저어나갈 수 있어요. 전시회 이후에는 ‘전시가 좋았다’, ‘매거진에 참여해 달라’. ‘다른 전시를 같이 하자’ 등 다양한 반응이 생겨나거든요. 어느덧 ‘한글아씨’를 대표하는 전시로 자리 잡은거죠.

▲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 전시

▲ ‘한글아씨’ 모임 구성원

공모전, 기획전시, 한글박물관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 참여해

이외에도 ‘한글아씨’는 세종대왕 기념사업회의 ‘한글글꼴공모전’에 꾸준히 출품해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 기획전시에 참여해오고 있다. 그 외에 소소마켓, 창동 플리마켓, 잡지 제작 등 교내외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글에 대한 스스로의 열정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전시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을 개최한 이후 그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한글아씨’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 속에서 학생들은 교수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저마다의 자양분이 되고 ‘한글아씨’만의 연대감을 만들어준다.

최지원 지난 광복절에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글모꼬지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모양자에 대입한 놀이를 통해 100명의 아이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임아연 ‘한글아씨’라는 소학회는 굉장히 튼튼하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하며 저희들 스스로 ‘한글아씨’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어요. 마치 매끄럽게 쌓아올린 건축물 같죠. 항상 관심이 가고 든든하고 믿음이 가는 울타리에요.

한글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운명

Q. ‘한글아씨’에게 한글은 어떤 의미 일까요?

대화에 참여한 한글아씨 구성원 ▲ 대화에 참여한 ‘한글아씨’ 구성원
강민경 “한글은 ‘운명’이에요. 가끔은 밉기도 하지만, 결국엔 받아들여야 하는 제 삶인 거죠.”
최지원 “처음 입학했을 때에는 한글로 글꼴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한글은 ‘공기’처럼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 가치를 잘 몰랐던 거죠. 학년이 올라갈수록 모르고 살아왔던 한글의 가치가 새삼 크게 다가와요.”
임아연 “이제는 한글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볼 때 ‘호기심’이 앞서요. 예전에는 글자를 보면 그저 글자로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어떻게 만든 걸까?’,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한글은 언제나 제게 자극을 주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에요.”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누군가에겐 공기처럼 소중하고, 또 누군가에겐 운명이 되는 한글. 한글을 매개체로 배우고 소통하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한글의 소중함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