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토대 위에 새로운 탑을 쌓아가는 것. 한글 글꼴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한글을 소재로 이제까지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일이다. 누구보다 어려운 일들을 여상스럽게 해내는 그녀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서울여자대학교의 타이포그래피 소학회 ‘한글아씨’를 찾아갔다.
한글을 매개로 만들어가는 인연 타이포그래피 소학회
Q. ‘한글아씨’에 대하여 소개 부탁드려요.
봄이 오고 캠퍼스에 활기가 돌면 서울여대 시각디자인학과의 타이포그래피 소학회 ‘한글아씨’도 함께 분주해진다. 소학회 설명회를 통해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입 회원을 받아야하고 회장도 새롭게 선출해야 하며, 한 해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 또한 이 때다. 지난 1999년 시작된 소학회는 올해로 17년째 운영되고 있다. 17기 회장을 맡아 학회를 이끌어가는 임아연 회장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자랑스레 설명했다.
소학회 활동은 1주일에 한 번 만남의 자리를 갖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자 자유로운 시간대를 공유하고, 그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할 수 있는 날을 잡아 교내 조형예술관 작업실에서 모인다. 올해 들어서는 작업복 만들기, 엽서 만들기, 플리 마켓 참가하기 등 한 달에 한 가지 이상의 목표를 정해 매주 추진해왔다. ‘한글아씨’란 이름을 걸고 만날 때에는 선후배 관계가 아닌 동등한 디자이너로서 자리해 서로의 작업물을 개선하고 보완할 점을 토론한다. 최근에는 9월에 예정된 ‘한글아씨’의 대표 전시회 ‘서울 여자, 취미는 한글’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
Q. ‘서울 여자, 취미는 한글’ 전시를 소개해주세요.
‘취미처럼 즐기는 한글’이란 말처럼 ‘한글아씨’는 누구보다 즐겁게 한글의 새로운 갈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애초에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전은 매년 정기 개최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전시회가 아님에도 후배들은 선배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작품을 만들던 날들을 기억해 서울여대만의 전통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합정의 한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회가 큰 호응을 얻어 앙코르 전시를 진행했을 정도다.
실제로 ‘한글아씨’의 전시회는 교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값비싼 전시관 대관료인데, 올해에는 교내 에이스사업에서 일정금액을 지원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 전시
▲ ‘한글아씨’ 모임 구성원
공모전, 기획전시, 한글박물관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 참여해
이외에도 ‘한글아씨’는 세종대왕 기념사업회의 ‘한글글꼴공모전’에 꾸준히 출품해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 기획전시에 참여해오고 있다. 그 외에 소소마켓, 창동 플리마켓, 잡지 제작 등 교내외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글에 대한 스스로의 열정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전시 ‘서울여자, 취미는 한글’을 개최한 이후 그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한글아씨’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 속에서 학생들은 교수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저마다의 자양분이 되고 ‘한글아씨’만의 연대감을 만들어준다.
한글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운명
Q. ‘한글아씨’에게 한글은 어떤 의미 일까요?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누군가에겐 공기처럼 소중하고, 또 누군가에겐 운명이 되는 한글. 한글을 매개체로 배우고 소통하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한글의 소중함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