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시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100년전 어린이들은 어떤 동화를 읽었을까?
어릴 적 이부자리를 펼쳐놓고 할머니에게 듣던 흥미진진한 전래 동화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전래 동화는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 동화인데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이기에 크게 조명 받지 못했다. 이에 국립한글박물관은 전래 동화를 새롭게 쓰고 발전시켜온 지난 100여 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획전시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를 전시 중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래 동화가 지닌 가치를 재조명하고 싶다는 국립한글박물관 김미미 학예연구사를 만나봤다.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국립한글박물관 온라인 소식지 독자 여러분. 저는 지난 2014년 박물관이 개관하면서부터 함께하고 있는 김미미 학예연구사입니다. 대학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뒤 연구와 논문도 항상 한글에 관한 주제를 선정할 정도로 우리글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후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학예사로 입사하여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국립한글박물관의 학예사들은 주로 전시운영과와 연구운영과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전시운영과는 전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박물관 내 유물과 소장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연구운영과는 한글뿐 아니라 한글문화 전반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한글 교육과 관련된 직종, 다양한 글꼴에 관한 직종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학예사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시운영과에 속한 학예연구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전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막한 기획전시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의 기획의도는 무엇인가요?
이번 기획전시는 한글 전래 동화 100년의 역사를 보여주고 우리 전래 동화의 특징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총망라한 전시라고 보시면 알맞을 것 같아요. 나아가 전래 동화 안에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슬기가 어떻게 담겨져 왔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전래 동화는 창작, 번역 동화와는 다르게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던 이야기인 데다 아주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이야기들이에요. 그렇기에 우리 민족의 뿌리와 근간이 되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한글박물관에서는 동화에 대해 접근할 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형태가 바로 전래 동화라고 판단했습니다.
▲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기획전시관 입구
▲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기획전시관 내부
전시를 준비하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전래 동화에 대해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전시를 준비하면서 놀라웠던 점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우리가 제목조차 몰랐던 전래 동화가 너무나 많다는 점입니다. 전래 동화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읽게 된 동화만 천 편이 넘어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전래 동화들이 있음에도 남아있는 자료는 거의 없어요. 생각해보면 가정에서 아이가 어릴 적 구입했던 동화책은 아이가 성장한 뒤 이사하거나, 집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버리는 물건이기도 하잖아요. 여기에 1988년 한글 맞춤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도서관,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 보관하던 책자들도 모두 폐기하게 됐죠. 이런 실정이다 보니 조사를 진행할수록 전래 동화가 지닌 가치를 재조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핵가족화되면서 전래 동화 구전의 대가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며 매일 밤 이부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듣던 시대는 지나가 버린 것이죠.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전래 동화가 이에 대처해 어떻게 각색되고 재보급 되는지 알리고, 옛이야기 문화를 이어갈 새로운 문화전승자의 역할을 하는 전래 동화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시켜드릴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전시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전시에는 동화책, 음원, 민담집 등 총 188건 207점의 전래 동화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는 1부 ‘한글 전래 동화의 발자취’, 2부 ‘한글 전래 동화의 글쓰기’, 3부 ‘한글 전래 동화, 더불어 사는 삶 이야기’ 등 총 3부로 구성돼 있고요.
먼저 1부는 한글 전래 동화 100년사를 돌아보는 곳이에요. 전래 동화가 구전된 것은 시기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됐지만, 아이들의 바라는 동화적 형태로 기재된 것은 1913년부터라 보고 있습니다. 최남선 작가가 어린이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를 간행한 것이죠. 창간호에 실린 전래 동화 《바보온달이》는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2부에는 전래 동화의 글쓰기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소개하고요, 3부에는 전래 동화 속 다양한 주제를 효, 사랑, 모험 등 8가지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 1부 ‘한글 전래 동화의 발자취’ 전시장
▲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기획전시를 체험하는 관람객
▲ 전시 해설을 하는 김미미 학예연구사
이번 전시에서 가장 특징적인 면을 꼽으신다면?
현재 전시 중인 희귀 작품은 디지털화가 완료되어 누구나 원문을 쉽게 읽어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내에 비치된 터치형 컴퓨터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전래 동화를 골라 살펴볼 수 있죠. 그간 다른 전시에서도 원문을 디지털화 한 적은 많지만, 대부분 옛 한글로 제작된 도서들이라 읽기 어려운 면이 컸어요. 하지만 전래 동화는 아이들이 볼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도서이다 보니 오래된 책자라도 비교적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녹음된 동화를 들어볼 수 있는 체험 코너
▲ 디지털화를 통해 원문 그대로 볼 수 있는 전래 동화
또,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방문했을 때 단순히 동화를 읽어보는 것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체험 공간을 만들었어요. 1970~1980년대 유행했던 동화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다시 들어볼 수 있고, 인형극 영화 《흥부와 놀부》(1967)도 전시장에서 계속 상영하고 있습니다. 인형극 영화는 실제 전시장 내에서 아이들이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전래 동화만의 매력을 말씀해주신다면?
전래 동화는 교과서와 달리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하지 마라’고 말하지 않아요. 단지 남의 것을 훔치면 벌을 받고, 남을 도와주면 은혜를 갚는다는 점을 이야기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죠.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돼요. 아이들이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전래 동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910년대 최남선 작가는 좋은 옛이야기가 모두 파묻혀버릴 것을 우려해 ‘옛이야기 모집운동’을 시작했어요. 한 편당 20~50전의 상금을 걸어 좋은 옛이야기가 파묻히지 않도록 수집하고 기록했죠. 100년이 흐른 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저희도 같은 고민을 계속하게 됐습니다. 전래 동화가 점점 잊혀가는 옛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재생산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전시정보>
전시 : 기획특별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 한글 전래 동화 100년’
기간 : 2017. 8. 8(화) ~ 2018. 2. 18(일)
장소 :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