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1.1. 제 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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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한글 전쟁터의 소녀에게도,
핀란드 청년에게도 ‘소통 창구’가 된 한글

한류 문화 열풍과 경제 성장으로 인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더욱이, 이제는 그 영향력이 날로 커져 한글을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는 소녀들의 절박함을 전달하는 수단이자
코로나로 가로막힌 소통의 벽을 이어주는 한글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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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며 한글 피켓을 든 전쟁터의 소녀들


‘이제 그만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는 한글을 적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전쟁터의 소녀들의 모습 9장을 모야 편집한 화면.▲ ‘이제 그만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는 한글을 적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전쟁터의 소녀들
(출처: JTBC 뉴스)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한글을 사용하는 모습. ‘눈꽃이 떨어져요 또 조금씩 멀어져요 보고싶다(보고싶다),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밤을 더 새워 널 보게될까(널 보게될까)라고 아이와 같은 필체로 적어놓았다. 그 위로는 ’#방탄때문에_한글배웠다‘는 해시태그를 잔뜩 늘어놓았다.▲ 한글을 배운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들
(출처: JTBC 뉴스)
 

지난 가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교전이 발발해 대수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무고한 희생자가 늘어갔다. 이에 그곳의 소녀들은 ‘이제 그만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는 한글을 적어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소녀들이 두 나라의 말도, 영어도 아닌 한글로 호소한 배경에는 방탄소년단(BTS)의 영향력이 뻗어있다. 영상뿐 아니라 전쟁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호소하는 이들의 한글 메시지는 가수의 트위터 계정을 비롯해 그들의 팬들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 이유는 바로 BTS의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국어가 ‘공용어’처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불안함에 떨고 있는 소녀들은 국제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BTS 팬, 아미의 결집력에 호소한 것이다. 그 염원이 통한 것일까.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정부와 미국 국무부는 공동성명을 내고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알고, 사용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렇듯 비극이 되풀이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한국,
그 사랑을 잇는 한글

핀란드인 빌푸가 서재를 배경으로 ‘고마워’라고 적은 A4용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글 공부’에 푹 빠졌다는 핀란드인 빌푸
(출처: 빌푸 SNS)

SNS에 한글 해시태그가 가득한 핀란드인 빌푸. 최근 한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빌푸는 3년 전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이라는 방송에 우연히 출연하며 한국 문화에 빠졌다. 당시 그가 보여준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은 물론, 각종 한식을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인기를 끌면서 ‘먹방 요정’, ‘거요미’(거인+귀요미)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핀란드에 돌아간 뒤에도 ‘무민 캐릭터’를 홍보하거나 소셜 미디어 해시태그 등을 통해 한글을 꾸준히 올리면서 한글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빌푸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더 한글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배우며 “한글은 나와 한국인을 이어주고, 한국을 더 깊게 이해하게 해주는 연결 고리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글은 ‘맛있다’라고 한다. 그는 “한국과 핀란드 모두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고,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한 것이 닮았죠. 우리가 서로의 다름과 비슷함을 잇고 이해하는 데 긍정적인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밝히며 지속적으로 한국과 핀란드를 잇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온라인캠프 한글학교’에 참여한 외국인 가족. 부모님과 딸, 아들이 함께 테이블에 모여 노트북을 응시하며 한글을 배우고 있다.▲‘온라인 캠프, 한글학교’에 참여한 가족의 모습 (출처: YTN 뉴스)

이들 외에도 유럽의 학생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캠프, 한글학교’를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글학교’에는 한국계 유럽인들도 많았지만, 일반 유럽인인 학생들도 참여했으며 유럽 내 17개국 43개 한글학교의 학생과 선생님들이 함께했다. 유럽에서 생활하며, 상대적으로 한글이 낯선 동포 학생들을 위해 한글 캠프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에 대응해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 화상채팅 등의 온라인 캠프를 진행한 것이다.

이처럼 한글은 ‘뛰어난 언어’의 의미를 넘어, 세계인을 이어주는 화합의 도구가 되어주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한글로 하나 되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본 기사는 세계 속 한글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기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