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1.1. 제 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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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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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버금상): 황채은 어린이

바보 의사 선생님께
바보 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의 커다랗고, 따뜻한 손을 잡아보고 싶은 동신초등학교 2학년 황채은이라고 해요. 

저를 모르실 선생님을 위해 제 소개를 먼저 해드릴게요.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으며 똑똑 박사를 꿈꾸는 여학생이에요. 동물에 관심이 많아 책들 중에서도 동물 책을 보고 또 보며 동물에 관한 지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랍니다.

사실 제 꿈은 동물학자였는데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꿈이 바뀌었어요. 동물을 알아가고 관찰하는 게 재밌기만 했다가 선생님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치료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저도 동물들 중 주인 없어 떠돌아다니는 불쌍한 동물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 동네에는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가 많은 편이거든요. 보호받지 못하고 떠돌며 배고파 울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집에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아오르지만 호랑이 같은 엄마 얼굴이 떠올라 야옹야옹 외쳐보고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어 너무 속상해요.

선생님은 부자도 아니면서 가진 걸 모두 가난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쓰셨는데 그걸 보며 선생님이 왜 바보라고 불리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 선생님께 바보라는 별명보다 수호천사라는 별명을 더 붙여주고 싶어요. 모든 걸 베푸는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바보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도움을 받은 다난한 사람에게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님 같은 수호천사였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도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치료해주는 동물들의 수호천사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복음병원을 세우신 것처럼 저는 동물들을 위한 동물병원을 세우고 싶어요. 북쪽에 두고 온 가족들로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텐데도 늘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시는 모습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미소를 느낄 수 있었어요. 선생님을 보며 나눔이 주는 큰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었어요. 저도 맛있는 간식을 다 먹고 싶지만 불쌍한 길고양이를 위해 항상 조금씩 남겨두곤 하거든요. 길고양이가 제가 주는 간식을 맛있게 먹을 때면 제가 먹을 때의 기쁨보다 백배는 더 기분이 좋아져요. 괜히 입이 씰룩씰룩 거리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니까요.

선생님, 전 앞으로도 동물에 관한 책들을 더 많이 읽고 동물 척척박사가 될 거예요. 그래야 이다음에 선생님처럼 훌륭한 수의사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제가 선생님처럼 멋진 병원을 만들 수 있게 선생님도 응원해주세요! 멋진 황채은 수의사 선생님이 되어 다시 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봐 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20년 8월 13일 
황채은 올림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보 의사 선생님께
바보 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의 커다랗고, 따뜻한 손을 잡아보고 싶은 동신초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 황채은이라고 해요.

저를 모르실 선생님을 위해 제 소개를 먼저 해드릴게요.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으며 똑똑 박사를 꿈꾸는 여학생이에요. 동물에 관심이 많아 책들 중에서도 동물 책을 보고 또 보며 동물에 관한 지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랍니다.

사실 제 꿈은 동물학자였는데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꿈이 바뀌었어요. 동물을 알아가고 관찰하는 게 재밌기만 했다가 선생님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치료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저도 동물들 중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불쌍한 동물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 동네에는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가 많은 편이거든요. 보호받지 못하고 떠돌며 배고파 울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집에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아오르지만 호랑이 같은 엄마 얼굴이 떠올라 야옹야옹만 외쳐보고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어 너무 속상해요.

선생님은 부자도 아니면서 가진 걸 모두 가난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쓰셨는데 그걸 보며 선생님이 왜 바보라고 불리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 선생님께 바보라는 별명보다 수호천사라는 별명을 더 붙여주고 싶어요. 모든 걸 베푸는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바보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도움을 받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님 같은 수호천사였을 테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치료해주는 동물들의 수호천사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복음병원을 세우신 것처럼 저는 동물들을 위한 동물병원을 세우고 싶어요. 북쪽에 두고 온 가족들로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텐데도 늘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시는 모습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미소를 느낄 수 있었어요. 선생님을 보며 나눔이 주는 큰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었어요. 저도 맛있는 간식을 다 먹고 싶지만 불쌍한 길고양이를 위해 항상 조금씩 남겨두곤 하거든요. 길고양이가 제가 주는 간식을 맛있게 먹을 때면 제가 먹을 때의 기쁨보다 백배는 더 기분이 좋아져요. 괜히 입이 씰룩씰룩 거리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니깐요.

선생님, 전 앞으로도 동물에 관한 책들을 더 많이 읽고 동물 척척박사가 될 거예요. 그래야 이다음에 선생님처럼 훌륭한 수의사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제가 선생님처럼 멋진 병원을 만들 수 있게 선생님도 응원해주세요! 멋진 황채은 수의사 선생님이 되어 다시 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봐 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20년 8월 13일 황채은 올림

<바보의사 장기려>
도서 《바보의사 장기려》의 표지. 흑백사진으로 촬영된 장기려 선생의 생전 모습을 우하단에 두었고, 가운데에는 빨간 동그라미 안에 ‘바보 의사 장기려’라 제목이 적혀 있다. 위에는 장기려가 환자들을 진찰하는 모습의 삽화가 그려져 있으며, 아래에는 장기려가 휠체어에 탄 할머니를 돌보는 모습이 삽화로 그려져 있다.

위인전은 언제나 부모들이 아이에게 읽히고 싶어 하는 품목입니다.
아이에게 꿈을 심어주고 위인을 닮고 싶어 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요. ‘통 큰 인물 이야기’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가 감동을 받은 위인으로부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물까지 모두 담고 있습니다.

그중 한 권인 <바보의사 장기려>는 한평생 무소유의 삶을 살며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해 준 장기려 의사 선생님을 담은 책입니다. 의료 활동과 사회봉사 활동을 펼쳐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출처 : 한국톨스토이 <바보의사 장기려> 서평 중 발췌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버금상): 장석하 어린이

절대 나쁜 어린이가 아닌 건우에게
건우야 안녕? 나는 부산에 사는 과정초등학교 3학년 장석하라고 해. 나는 <나쁜 어린이 표>라는 책을 읽고 네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어. 왜냐하면, 하나뿐인 내 사촌 동생 이름이 ‘노건우’이거든. 그리고 우리는 공통점이 있어. 나도 반장선거에 나가서 여덟 표나 받았는데 한 표 차이로 아쉽게 떨어졌어. 그래서 너와 나는 뭔가 통한다고 생각했어.

건우야, 네가 실수로 화분을 깨뜨려서, 처음으로 나쁜 어린이 표를 받았을 때 정말 속상했지? 나도 너처럼 억울하게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어. 쉬는 시간에 어떤 아이가 앞도 안 보고 내 뒤에서 계산을 올라오다가 나와 부딪혔어. 그런데 그 아이는 울면서 선생님께 달려가 내가 때렸다고 말을 한 거야. 나는 너무 억울해서 그 아이를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어. 왜냐하면 억울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때리는 행동은 진짜로 나쁜 행동이기 때문이야.

네가 나쁜 어린이 표 스티커를 찢어서 변기에 버린 걸 선생님께 들켰을 때,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조마조마했어. 하지만 선생님께서 나쁜 선생님 표를 가져가시면서 비밀로 하자고 하셔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어.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치?

건우야, 네가 나쁜 어린이 표를 많이 받긴 했지만, 나는 네가 나쁜 어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욕을 하거나 친구를 때리는 행동은 나쁘지만, 수업 시간에 조금 늦거나 준비물을 못 챙겨온 게 나쁜 행동은 아니잖아? 또 발표를 잘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게 착하다는 뜻은 아니야. 내 생각에는 나쁜 행동은 꼭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나쁜 어린이 표를 받았다고 해서 스스로 나쁜 어린이라고 생각하지 마.

아 참! 그리고 건우야, 반장이 안 된 거 너무 속상해하지 마! 우리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보자. 내년에는 꼭 반장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럼 여름 방학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 안녕~

2020년 8월 4일 너의 친구 석하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절대 나쁜 어린이가 아닌 건우에게
건우야 안녕? 나는 부산에 사는 과정초 3학년 장석하라고 해. 나는 <나쁜 어린이 표>라는 책을 읽고 네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어. 왜냐하면 하나뿐인 내 사촌 동생 이름이 ‘노건우’이거든. 그리고 우리는 공통점이 있어. 나도 반장선거에 나가서 여덟 표나 받았는데 한 표 차이로 아쉽게 떨어졌어. 그래서 너와 나는 뭔가 통한다고 생각했어.

건우야, 네가 실수로 화분을 깨뜨려서, 처음으로 나쁜 어린이 표를 받았을 때 정말 속상했지? 나도 너처럼 억울하게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어. 쉬는 시간에 어떤 아이가 앞도 안 보고 내 뒤에서 계단을 올라오다가 나와 부딪혔어. 그런데 그 아이는 울면서 선생님께 달려가 내가 때렸다고 말을 한 거야. 나는 너무 억울해서 그 아이를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어. 왜냐하면 억울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때리는 행동은 진짜로 나쁜 행동이기 때문이야.

네가 나쁜 어린이 표 스티커를 찢어서 변기에 버린 걸 선생님께 들켰을 때,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조마조마했어. 하지만 선생님께서 나쁜 선생님 표를 가져가시면서 비밀로 하자고 하셔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어.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치?

건우야, 네가 나쁜 어린이 표를 많이 받긴 했지만, 나는 네가 나쁜 어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욕을 하거나 친구를 때리는 행동은 나쁘지만, 수업 시간에 조금 늦거나 준비물을 못 챙겨온 게 나쁜 행동은 아니잖아? 또 발표를 잘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게 착하다는 뜻은 아니야. 내 생각에는 나쁜 행동은 꼭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나쁜 어린이 표를 받았다고 해서 스스로 나쁜 어린이라고 생각하지 마.

아 참! 그리고 건우야, 반장이 안 된 거 너무 속상해하지 마! 우리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보자. 내년에는 꼭 반장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럼 여름 방학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 안녕~

2020년 8월 4일 너의 친구 석하가

<나쁜 어린이 표>
도서 《나쁜 어린이 표》의 표지. 청바지를 입고 청록색 점퍼를 입은 소년이 입을 삐죽 내민 채 오른발을 하늘로 차올리고 있다. 삽화 하단에는 학교 교문과 담벼락, 건물이 그려져 있다.

3학년이 된 건우는 반장선거에서도 떨어지고 ‘착한 어린이 표’를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나쁜 어린이 표’를 받게 됩니다. 건우는 결과만 보는 선생님이 야속할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 책상에 있던 노란 스티커 뭉치를 찢어 화장실에 버립니다. 그리고 두려운 마음에 화장실에 숨게 됩니다.

<나쁜 어린이 표>는 아이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스티커를 통해 아이들을 규제하려는 선생님과 착한 어린이가 되고 싶지만 번번이 나쁜 어린이로 몰리게 되는 건우의 이야기입니다. 수첩에다 ‘나쁜 선생님 표’를 매기기 시작하는 건우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출처 : 웅진주니어 <나쁜 어린이 표> 서평 중 발췌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2020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 버금상): 최지은 어린이

<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를 읽고
안녕, 레베카? 나는 지은이라고 해. 너의 이야기를 읽고 네 마음을 달래 주려고 이 편지를 쓰게 되었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백인들의 집안일을 해야 하는 너희 엄마와 함께 겪었던 힘든 이야기들을 읽고,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어. 너희 집터에 새로운 집을 세우려고 네 친구 나니와 친구 가족들, 그리고 심지어 너희 가족들까지 내쫒으려고 하다니...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우리 집 터에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 네가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 나는 네가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 달콤한 거짓말에 넘어간 나니네 부모님 때문에 나니와 헤어지게 되어 무척 외로웠을 것 같아. 나는 같은 장소에 있는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 때에도 정말 외롭다고 느껴지거든. 하지만 나니네 부모님과 다르게 달콤한 거짓말에도 넘어가지 않은 네 할머니와 아빠는 오늘보다는 내일을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이신가 봐!

나쁜 백인들은 편리한 곳에 살면서도 일은 절대로 안 하는 것 같아. 보모에게 일만 시키고 텔레비전을 보는걸 보면 알 수 있지, 보모 아주머니를 떠올리면 깜짝 놀랐던 이야기가 떠올라. 보모 아주머니께서 예쁜 포장지와 리본을 그냥 버려야 한다는 말을 하셨을 때 난 깜짝 놀랐거든. 나는 포장지를 모아서 새로운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 ‘그 아까운 포장지를 다 버리다니!’ 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내가 가장 화났던 부분은 백인 아주머니의 아이가 보모인 너희 엄마(성함이 ‘마르타’이시더라)께 버릇없이 군거야! 반말을 쓰는데 그건 네 엄마를 무시한 거잖아. 어른에게 그렇게 버릇없이 구는 아이는 처음 봤어. 내가 옆에 있었다면 “너 말조심해!”라고 얘기했을 거야. 아마도 네 이야기에 나오는 나쁜 백인들은 굉장히 지독했나 봐. 네 오빠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총을 쏘고, 주민들을 내 쫒아서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또 어른에게도 버릇없이 행동하다니! 정말 옳지 않은 행동이야. 나도 속이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화가 났다니깐!

하지만 레베카, 그중에서도 좋은 백인은 있을 것 같아. 네가 만난 마술사 아저씨처럼 말이야. 우리 엄마께선 사람들이 ‘나쁜 나라’라고 부르는 나라에도 분명히 착한 사람과 천재도 있을 거라고 하셨거든. 그 말은 진짜 같아. 그러니 너도 백인들을 모두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아! 네가 가장 아끼는 인형 ‘베티’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야. 이름이 ‘나니’라며? 친구의 이름으로 인형의 이름을 붙이다니! 네 친구 나니가 정말 좋아하겠다. 내 인형에도 내 친구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좋겠다. 나니가 너희 동네에 돌아와서 다행이야. 너와 나니가 인형을 사이좋게 가지고 노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쁜 백인들이 다시는 너희 둘을 갈라놓지 않길 바랄게. 그럼 안녕~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지은이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를 읽고
안녕, 레베카? 나는 지은이라고 해. 너의 이야기를 읽고 네 마음을 달래 주려고 이 편지를 쓰게 되었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백인들의 집안일을 해야 하는 너희 엄마와 함께 겪었던 힘든 이야기들을 읽고,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어. 너희 집터에 새로운 집을 세우려고 네 친구 나니와 친구 가족들, 그리고 심지어 너네 가족들까지 내쫒으려고 하다니...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우리 집 터에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 네가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 나는 네가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 달콤한 거짓말에 넘어간 나니네 부모님 때문에 나니와 헤어지게 되어 무척 외로웠을 것 같아. 나는 같은 장소에 있는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 때에도 정말 외롭다고 느껴지거든. 하지만 나니네 부모님과 다르게 달콤한 거짓말에도 넘어가지 않은 네 할머니와 아빠는 오늘보다는 내일을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이신가 봐!

나쁜 백인들은 편리한 곳에 살면서도 일은 절대로 안 하는 것 같아. 보모에게 일만 시키고 텔레비전을 보는걸 보면 알 수 있지, 보모 아주머니를 떠올리면 깜짝 놀랐던 이야기가 떠올라. 보모 아주머니께서 예쁜 포장지와 리본을 그냥 버려야 한다는 말을 하셨을 때 난 깜짝 놀랐거든. 나는 포장지를 모아서 새로운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 ‘그 아까운 포장지를 다 버리다니!’ 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내가 가장 화났던 부분은 백인 아주머니의 아이가 보모인 너희 엄마(성함이 ‘마르타’이시더라)께 버릇없이 군거야! 반말을 쓰는데 그건 네 엄마를 무시한 거잖아. 어른에게 그렇게 버릇없이 구는 아이는 처음 봤어. 내가 옆에 있었다면 “너 말조심해!”라고 얘기했을 거야. 아마도 네 이야기에 나오는 나쁜 백인들은 굉장히 지독했나 봐. 네 오빠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총을 쏘고, 주민들을 내 쫒아서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또 어른에게도 버릇없이 행동하다니! 정말 옳지 않은 행동이야. 나도 속이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화가 났다니깐!

하지만 레베카, 그중에서도 좋은 백인은 있을 것 같아. 네가 만난 마술사 아저씨처럼 말이야. 우리 엄마께선 사람들이 ‘나쁜 나라’라고 부르는 나라에도 분명히 착한 사람과 천재도 있을 거라고 하셨거든. 그 말은 진짜 같아. 그러니 너도 백인들을 모두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아! 네가 가장 아끼는 인형 ‘베티’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야. 이름이 ‘나니’라며? 친구의 이름으로 인형의 이름을 붙이다니! 네 친구 나니가 정말 좋아하겠다. 내 인형에도 내 친구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좋겠다. 나니가 너희 동네에 돌아와서 다행이야. 너와 나니가 인형을 사이좋게 가지고 노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쁜 백인들이 다시는 너희 둘을 갈라놓지 않길 바랄게. 그럼 안녕~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지은이가

<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
도서 《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의 표지.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나무를 배경으로 왼쪽 하단에 흑인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그 위쪽으로는 낡은 집들이 10채 가량 그려져 있다.

<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는 어린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백 인종 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집을 철거당하게 될 위기에 처한 레베카 가족과 마을 주민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가족애와 연대를 통하여 부당한 정책에 저항하여 권리와 평화를 되찾게 됩니다.

레베카와 가족들이 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거주 마을이 철거될 위기에 놓입니다. 백인들의 주택단지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말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지역으로 강제 이주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어느 날, 레베카는 엄마가 가정부로 일하는 백인의 집에 찾아갔다가 마치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백인들의 삶을 엿보게 되는데….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무게감 있는 소재를 아홉 살 레베카의 이야기 속에 녹여 낸 작품입니다. 아홉 살 소녀가 보고 느낀 소박하면서도 상징적인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작품 속 인물들의 아픔과 상처에 같이 공감하게 합니다.

출처 : 웅진씽크빅 <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