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07호 2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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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벽지와 분홍색 바닥을 배경으로 분홍색 긴 소파에 여섯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는 그림이다. 다들 후드티, 니트, 청바지, 반바지 등 편안한 차림을 하고 있다. 각자 손에는 책을 들고 있으며 서로를 바라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란색 벽지와 분홍색 바닥을 배경으로 분홍색 긴 소파에 여섯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는 그림이다. 다들 후드티, 니트, 청바지, 반바지 등 편안한 차림을 하고 있다. 각자 손에는 책을 들고 있으며 서로를 바라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매체 속 한글 쏙쏙 #필사 #책스타그램 #한글 자막 당신은 한글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나요?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상전들의 명을 받아
한문 소설 등을 한글로 필사하는 여주인공 덕임이 등장한다.
이후 필사를 할 수 있는 책들이 다시금 인기를 끌며 서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으며,
유튜브에서는 필사를 기록하거나 캘리그래피를 선보이는 채널이 증가했다.
특히 MZ세대를 필두로 이전과 다른 한글문화가 파생되고 있다.
개인 SNS에 독서 인증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10분 분량의 ‘웹드라마’ 등을 한글 자막과 함께
감상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글을 즐기는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았다.


인기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글 필사 열풍, 왼손 필사도 등장해

어둑한 책방에 옛 고서들이 잔뜩 쌓여 있다. 분홍색 저고리를 입은 조선 시대 여성이 얇은 붓을 들고 책을 필사하고 있다. 곁에는 먹과 문진이 함께 놓여있다. ▲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한 장면 (출처: MBC)

필사로 검색된 영상 목록이다. 영상 섬네일들은 대부분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사진이다. ‘책을 통째로 베끼어 쓴다고? 대체 왜 하는 것임?’, ‘14일간 필사하면 생기는 긍정적 변화’, ‘필사의 기쁨’ 등이 제목으로 쓰였다. ▲ 필사 영상 목록들 (출처: 유튜브)

정조 이산과 의빈 성씨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한글 필사가 주요 소재 중 하나로 등장한다. 드라마 방영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던 코로나 시기가 맞물려 사람들은 ‘필사’를 새로운 취미 중 하나로 삼았다. 서점에서는 한글 시와 한글 소설, 고전이나 명언집 등을 필사할 수 있는 필사 전문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모바일 메모가 익숙해져 손 글씨가 어색한 사람들을 위한 글씨 연습용 서적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도 필사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검색창에 ‘필사’만 적어도 수많은 영상이 쏟아진다. 가장 많이 보이는 유형으로, 학생들은 효율적인 글쓰기와 학습 방편의 일환으로 필사를 활용했다. 줄글로 수업 내용을 받아 적는 것만이 아니라 교과서 등을 필사하고, 그림도 그려 넣으며 그 과정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또한 텍스트를 더 깊이 읽고 이해하거나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터득하려는 이용자들도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자기 치유나 힐링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유튜브의 필사 문화가 ‘왼손 글쓰기’와 ‘디지털 필사’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와 학습, 정신 수양의 방편으로 필사를 해왔던 전통적인 필사 문화에서 더 나아가 필사를 하나의 한글문화로 받아들이며 그 외연을 넓히고 있었다.


개개인의 기록 저장소 SNS, 나만의 독서 아카이브가 되다

『여행의 기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여러 책이 쌓여 있다. 책 중간중간에 자음 ‘히읗’ 모양의 검은색 책갈피가 끼워져있다. ▲ 인스타그램 속 #책스타그램 (출처: dawn_ch9*)

도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가 놓여있고 그 앞에 책의 제목을 캘리그래피로 작성했다. ▲ 한글 책갈피 (출처: 와디즈 펀딩)

필사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MZ세대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각종 SNS를 통해 ‘독서 인증’ 등의 한글문화를 즐기고 있다. 책의 표지를 촬영해 감상평과 함께 SNS에 올리기도 하고, 감명받은 문장이나 문구, 혹은 짧은 독서록을 작성해 공유하기도 한다. 특히 인스타그램 특유의 ‘감성’과 결합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책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최근 게시물이 430만 건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제목이나 책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 때는 그런 것을 업로드하기도 하며, 독서를 넘어 한글 자체를 즐기는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한글문화는 서점을 진화시키고 있다. 단순한 책 판매처를 넘어 문화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책갈피, 책에 뿌리는 향수, 책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 등을 활용한 한글 제품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 작가 강연이나 토론회가 열리고, 한글과 관련된 전시회를 개최되는 일도 종종 볼 수 있다. 대형 서점 외에도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독립서점들이 강세를 보이며, 독특한 형식의 책을 찾는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한글 자막을 본다고?

분홍색 점퍼를 입은 소녀가 머리에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다. 소녀는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단에 자막으로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라고 적혀있다.

▲ 영상 자체에 ‘한글 자막’이 삽입된 웹드라마 (출처: ‘픽고 PICKGO’ 유튜브 채널)

온라인 세계에서의 한글문화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데, 그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영상 콘텐츠’이다. 현재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집에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영화와 드라마를 감상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웹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웹드라마가 흥행하는 이유는 MZ세대가 공유하는 고민과 소재 중심의 콘텐츠, 그리고 MZ세대의 콘텐츠 시청 습관을 조준한 제작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픽고 PICKGO’는 최근 ‘남 눈치 안 보는 애들 특징’, ‘게으른 완벽주의자 특징’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을 업로드하며 공감을 얻었다.

이 웹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을 하나 꼽자면, 한국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자막이 영상 자체에서 제공된다는 것이다.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 길이에 지하철이나 카페 등 조용하지 않은 환경에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독백과 내레이션을 활용했으며, 정보와 재미의 요소를 속도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한글 자막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이 밖에도 한글 대사를 직접 눈으로 읽으며 듣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한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대의 취향을 반영하며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앞으로는 또 어떤 형태의 한글문화가 등장해 대중들을 사로잡을지 함께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본 기사는 매체 속 한글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기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