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제 96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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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무늬가 곳곳에 그려진 한지 느낌의 배경이다. 그 위에 펼쳐져 있는 유물 『한글공부』 사진이 합성되어 있다. 『한글공부』는 빛이 바래 누렇게 변했으며, 오른쪽 페이지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이, 왼쪽 페이지에는 간단한 한글 단어들이 세로쓰기로 적혀있다.

소장품 이야기

학생계몽대용 한글공부

일제강점기,
한글을 보급하고 대중을 일깨워 나라를 되찾고자 하다

1919년 3·1운동 이후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주시경의 제자들은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자 1921년 ‘조선어연구회’를 창립하고 1931년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바꾸어 우리말글의 규범을 제정하였다. 어려운 시련 속에서도 우리말과 글의 체계를 세우고 보급하여 한글의 중요성을 알렸다.

『한글공부』 내지 사진. 한글공부는 빛이 바래 누렇게 변했으며, 오른쪽 페이지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이, 왼쪽 페이지에는 간단한 한글 단어들이 세로쓰기로 적혀있다.

▲ 「한글공부」, 1933년,
동아일보사에서 한글 보급을 위해 사용한 교재,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시대: 1933년 / 수량: 1건 1점 / 크기: 18.9x13.1×0.5)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한글을 연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에게 한글을 보급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조선어학회와 동아일보사는 1931년부터 1934년까지 4회에 걸쳐 한글 보급 운동을 전개하였는데, ‘브나로드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운동을 시행하는 사람들은 주로 고등보통학교와 전문학교 학생으로 세 개의 조직으로 나뉘어 활동하였다. 학생계몽대는 고등보통학교 4, 5학년으로 이루어져 일반인들에게 한글과 산수를 가르쳤으며 학생강연대는 전문학교 학생 이상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의 활동 내역 등은 학생기자대의 원고로 기록되어 신문사로 보내졌다.

이 중 학생계몽대에서 한글 강습 교재로 사용한 「한글공부」는 일제강점기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윤재(李允宰, 1888~1943)가 집필하였다. 한글 자‧모음과 단어, 짧은 문장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문장을 익힌 후에는 시조를 읊고 지리 및 역사 이야기를 읽게 하여 민족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문맹 퇴치 선전 내용이 담긴 동아일보 신문. 1928년대 신문으로 한자와 한글이 혼용되어 작성됐다. 오른쪽에는 큰 글씨로 제목이 적혀있으며 제목 대부분은 한자로 이루어졌다. 왼쪽에 기사 내용이 작은 글씨로 세로쓰기 되어있다. 기사 내용 왼편에는 넓은 종이 안에 한글 자음과 모음, 그리고 한글 기초를 배울 수 있도록 ‘가갸 거겨’ 등의 간단한 글자가 적혀있다. 그 왼쪽엔 한글 배우기를 독려하는 문구와 함께 발행주체인 ‘동아일보사’가 적혀있다. 문맹 퇴치 선전 기사
                1928.3.27.동아일보
                라디오를 통해 2,300만이 넘는 애독자들에게 배부하기로 되어있었으니 이 교재로 배운다면 눈을 뜨고 광명한 세상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글 보급 운동을 홍보하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이 대규모로 동원되었는데 자전거, 인력거, 전차뿐만 아니라 비행기까지 동원되어 서울 및 인천 곳곳에 선전물을 뿌렸으며, 라디오를 통해 2,300만 명에게 교재를 보급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한글 보급 운동이 활성화되자 조선총독부는 1935년부터 한글 강습회를 전면 금지시켰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고 다시 우리말과 글로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한글을 보존·확산시켜 나라를 되찾는 데 기반이 되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한글공부」를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성자: 신하영(연구교육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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