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제 96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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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책을 펼쳐 읽고 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묶었으며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아이 주변으로는 전구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다. 아이 뒤로는 분홍색 배경 위에 원고지가 펼쳐져 있으며, 그 위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 무언가 관찰하는 아이, 연필 위에 앉아 컵을 귀에 대고 있는 아이, 책 위에 앉아 망원경을 보고 있는 아이 등이 그려져 있다.

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무궁무진하다.
수많은 책 속 인물을 통해 우리가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독서의 즐거움은 물론,
책 속 인물에게 직접 한글 손 편지를 쓰는 재미를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과 함께 해당 도서들을 소개한다.

<‘악당의 무게’의 악당에게>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버금상): 이새벽 어린이

(부산)사직초등학교 5학년 4반 이새벽
악당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쓴 이새벽이라고 해.
사실 너는 비록 들개이지만, 하늘나라에 가 있으니 내가 쓴 글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내가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면 만약에 너에게 도착한다 해도 나의 마음만 이해해도 충분해.

사실 이 편지를 쓰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해보았어. 내가 악당 같은 들개가 되면 어땠을지, 너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등등 떠올려 보기도 했어.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뒷목을 탁! 치는 어떤 것이 떠올랐어. 너는 포악하기로 소문이 난 들개였어. 하지만 사람들은 네가 왜 공격을 했는지, 무엇을 원해서 또는 무엇 때문에 공격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인명 피해로 계속 증오하고 총까지 쏘았지. 나는 이때 생각이 떠올랐어. 너는 나쁜 행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전염병 같아. 너를 계속 싫어하고 잡고 싶다고 생각한 황 사장이 현상금을 걸어 다른 사람들까지도 너를 잡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나쁜 생각은 전염병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퍼지는 것 같아.

지금은 귀엽게 생긴 강아지들을 많이 키워. 미안하지만 버려진 들개들은 잘 키우려 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어. 단순히 눈과 마음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너처럼 색다른 방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주고 교감을 쌓는 개가 좋은 것 같아.

악당아 하늘나라에서는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견이 되고 싶겠지만 나는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개가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너를 계속 응원할게. 안녕!

2020.8.9.
이새벽 올림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사직초등학교 5학년 4반 이새벽 악당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쓴 이새벽이라고 해.
사실 너는 비록 들개이지만, 하늘나라에 가 있으니 내가 쓴 글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내가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면 만약에 너에게 도착한다 해도 나의 마음만 이해해도 충분해.

사실 이 편지를 쓰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해보았어. 내가 악당 같은 들개가 되면 어땠을지, 너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등등 떠올려 보기도 했어.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뒷목을 탁! 치는 어떤 것이 떠올랐어. 너는 포악하기로 소문이 난 들개였어. 하지만 사람들은 네가 왜 공격을 했는지, 무엇을 원해서 또는 무엇 때문에 공격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인명 피해로 계속 증오하고 총까지 쏘았지. 나는 이때 생각이 떠올랐어. 너는 나쁜 행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전염병 같아. 너를 계속 싫어하고 잡고 싶다고 생각한 황 사장이 현상금을 걸어 다른 사람들까지도 너를 잡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나쁜 생각은 전염병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퍼지는 것 같아.

지금은 귀엽게 생긴 강아지들을 많이 키워. 미안하지만 버려진 들개들은 잘 키우려 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어. 단순히 눈과 마음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너처럼 색다른 방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주고 교감을 쌓는 개가 좋은 것 같아.

악당아 하늘나라에서는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견이 되고 싶겠지만 나는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개가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너를 계속 응원할게. 안녕!

2020.8.9. 이새벽 올림

<악당의 무게>
도서 《악당의 무게》의 표지. 연한 옥빛 배경 위로 들개의 옆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들개는 누런색의 털을 가졌고,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다. 들개 앞에는 들개를 마주 보고 있는 한 아이가 작게 그려져 있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들개를 바라보고 있다. 아이가 서 있는 길에는 앙상한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다.

작가는 실제로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 차가운 눈빛의 들개를 마주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일까. 정말 위협적인 존재는 자신과 다른 존재는 잠재적인 문제아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 작품은 사람의 생명만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생명의 존재를 가벼이 취급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진짜 악당은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끔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세상에는 각자의 자리가 있으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고 지켜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자라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는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출처 : 휴먼어린이 <악당의 무게> 서평 중 발췌



To. 개돌이

2020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 버금상): 이가을 어린이

개돌아! 안녕?
난 가을이라고 해.
나도 네 주인 준우가 너를 키우는 것처럼 강아지를 키워~
그래서 그런지 너랑 준우랑 말이 통하는 게 약간 공감이 돼. 왜냐하면 나도 우리 초코가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을 때가 있거든. 초코가 누구냐고? 초코는 우리 집 강아지야.
언제 초코가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냐면, 내가 밥을 먹고 있을 때 식탁 옆에 앉아서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꼭 ‘누나~ 나도 한 입만~’하는 것 같아.
뭔지 알지? 너도 그런 적 있었을 것 같아.

또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어.
내가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신발을 막 신고 있는데, 초코가 나한테 와가지고 내 발 위에 자기 발을 딱 올리고서 ‘누나, 제발 나도 데리고 가. 응?’ 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야. 근데 그게 너무너무 귀여워서 그냥 두고 나갈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엄마한테 부탁해서 같이 차를 타고 학교에 간 적도 있어. 너도 이런 적 한번은 있지?

근데 너, 요즘도 준우를 따라 학교에 가고 있니?
계속 같이 갔다면 이제 선생님도 널 예뻐하시겠다. 그렇지? 아니면 계속 혼내시다가 미운 정이 드셨을 수도 있어. 어떤 면에서든 정이 들어서 네가 학교에 안 가면 선생님께서도 허전하실 거야.
그리고 준우에게 이렇게 묻겠지.
“준우야, 오늘은 니네 개 안 왔냐? 니네 개 어디 갔냐?” 하고 말이야. 그래도 계속해서 학교에 따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지?

개돌이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꽤 재밌을 것 같아. 왜냐하면 겨울에는 썰매를 탈 만한 길도 있고, 고드름도 많이 있잖아. 여름에는 책 내용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재밌는 일이 생길만한 길일 거야.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지극히 평범한 길이야. 
특별한 놀잇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친구랑 수다 떨면서 가다 보면 즐거운 길이 돼. 나는 우리 초코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보기에는 너랑 초코랑 무척 잘 놀 것 같거든.
학교 가는 길이 평범하지만, 친구랑 함께 가면 좋은 것처럼 너와 초코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우리 초코도 너처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든. 
그래서 늘 미안하고 마음이 쓰여.

개돌아, 그래서 말인데~
혹시라도 준우를 따라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우리 초코는 엄청 순둥순둥 순한 성격에 엄청 똑똑하지만, 때로는 멍청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멍충미가 넘쳐.
사실은 너무 똑똑해서 멍청한 척하는 거지만.^^

네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초코가 우리 집도 구석구석 소개해주고 간식도 나눠줄 거야.
그럼 개돌이 네가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우리 집에 놀러 올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은 이 정도쯤에서 편지를 마칠게.
그럼 잘 지내고 있어. 안녕~

2020.7.26.
From. 가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돌아! 안녕?
난 가을이라고 해.
나도 네 주인 준우가 너를 키우는 것처럼 강아지를 키워~
그래서 그런지 너랑 준우랑 말이 통하는 게 약간 공감이 돼. 왜냐하면 나도 우리 초코가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을 때가 있거든. 초코가 누구냐고? 초코는 우리 집 강아지야.
언제 초코가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냐면, 내가 밥을 먹고 있을 때 식탁 옆에 앉아서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꼭 ‘누나~ 나도 한 입만~’하는 것 같아.
뭔지 알지? 너도 그런 적 있었을 것 같아.

또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어.
내가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신발을 막 신고 있는데, 초코가 나한테 와가지고 내 발 위에 자기 발을 딱 올리고서 ‘누나, 제발 나도 데리고 가. 응?’ 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야. 근데 그게 너무너무 귀여워서 그냥 두고 나갈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엄마한테 부탁해서 같이 차를 타고 학교에 간 적도 있어. 너도 이런 적 한번은 있지?

근데 너, 요즘도 준우를 따라 학교에 가고 있니?
계속 같이 갔다면 이제 선생님도 널 예뻐하시겠다. 그렇지? 아니면 계속 혼내시다가 미운 정이 드셨을 수도 있어. 어떤 면에서든 정이 들어서 네가 학교에 안 가면 선생님께서도 허전하실 거야.
그리고 준우에게 이렇게 묻겠지.
“준우야, 오늘은 니네 개 안 왔냐? 니네 개 어디 갔냐?”하고 말이야. 그래도 계속해서 학교에 따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지?

개돌이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꽤 재밌을 것 같아. 왜냐하면 겨울에는 썰매를 탈 만한 길도 있고, 고드름도 많이 있잖아. 여름에는 책 내용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재밌는 일이 생길만한 길일 거야.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지극히 평범한 길이야.
특별한 놀잇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친구랑 수다 떨면서 가다 보면 즐거운 길이 돼. 나는 우리 초코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보기에는 너랑 초코랑 무척 잘 놀 것 같거든.
학교 가는 길이 평범하지만, 친구랑 함께 가면 좋은 것처럼 너와 초코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우리 초코도 너처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든.
그래서 늘 미안하고 마음이 쓰여.

개돌아, 그래서 말인데~
혹시라도 준우를 따라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우리 초코는 엄청 순둥순둥 순한 성격에 엄청 똑똑하지만, 때로는 멍청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멍충미가 넘쳐.
사실은 너무 똑똑해서 멍청한 척하는 거지만.^^

네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초코가 우리 집도 구석구석 소개해주고 간식도 나눠줄 거야.
그럼 개돌이 네가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우리 집에 놀러 올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은 이 정도쯤에서 편지를 마칠게.
그럼 잘 지내고 있어. 안녕~

2020.7.26. From. 가을

<학교에 간 개돌이>
도서 《학교에 간 개돌이》의 표지. 위아래로 갈색빛 옷을 입은 남자아이가 개구지게 웃으며 학교 복도를 뛰어가고 있다. 그 곁에는 갈색 털에 검은색 얼룩을 가진 강아지가 미소지으며 아이와 함께 뛰고 있다. 아이와 강아지 주변으로는 비눗방울이 가득하다.

<학교에 간 개돌이> 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판타지 동화와 학교와 관련된 생활 동화, 따스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동화 등 6편의 동화를 엮은 창작동화집이다.

‘책벌레’는 도서관 나라의 국어사전에 모인 책벌레들이 종이를 갉아 먹느라고 바쁜 ‘먹자파’와 책에 씌어 있는 내용을 음미해야 한다는 ‘연구파’로 나뉘어 싸우는 이야기이다. ‘학교에 간 개돌이’는 개구쟁이 준우를 따라 학교 구경에 나선 강아지 개돌이의 눈으로 본 학교 풍경을 담고 있다. 개돌이를 학교에 데려가 한바탕 난리를 치고, 공부시간에 장난치다 벌서는 일학년 아이들의 하루가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학년이지만 구구단도 못 외고 준비물도 못 챙겨가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임진복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중한 아이’는 어린이 독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 대해,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줄 것이다. ‘모래마을 아이들’은 좋아하는 TV만화도 못 보고, 학원 다니느라 바쁜 아이가 TV도 실컷 볼 수 있고, 학원도 없는 ‘모래 마을’이라는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문이 열리면’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엄마를 방 안에서 기다려야 하는 어린 남매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내 귀여운 금붕어’는 방 한 칸에서 세 식구가 살지만 씩씩하고 발랄한 명우가 자신처럼 좁은 어항 속에 갇혀 지내는 금붕어를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학교에 간 개돌이>는 아이들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6편의 동화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실력 있는 화가 3명의 그림과 함께 각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출처 : 출판사 창비 <학교에 간 개돌이> 서평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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