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투리는 못 참지!> 강릉 순회전시 개최
강릉에서 펼쳐지는 팔도 방언의 말맛
<사투리는 못 참지!> 강릉 순회전시 개최
지난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방언 관련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조명한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가 강릉의 말맛을 더해 오죽헌·시립박물관에서 개최됩니다. 전시는 7월 9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어지며,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진짜 말 방언, 방언을 보전하는 한글의 힘
올해로 시 승격 70주년을 맞은 강릉은 지역 언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뜨거운 도시입니다.
강릉에서는 1993년부터 매해 강릉단오제 기간 중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사)강릉말(사투리)보존회는 강릉 방언 자료 발간, 강릉 사투리 도전 골든벨, 사투리 퀴즈 대회 개최 등 강릉 방언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작년 강릉에서 <찾아가는 사투리 이야기 콘서트–마커 강릉말로 지거레>를 개최한데 이어, 올해는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첫 번째 순회전시를 강릉에서 열어 우리말의 다양성을 알리고 언어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자 합니다.
<사투리는 못 참지!>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방언에 대한 인식 변천과 옛 문헌 기록에서부터 현대의 미디어 콘텐츠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지역 방언의 말맛과 특징을 선보입니다.
전시가 개최되는 강릉 지역은 하나의 시(市)를 방언권으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독자적인 언어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표준어로 대체할 수 없는 강릉 방언에만 있는 어휘와 옛 국어의 흔적을 간직한 강릉 방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두시언해』 권8
유윤겸(1420-?), 의침 등 언해 / 1481년
18.2cm×27.9cm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강릉에서는 ‘죽살다’를 ‘죽다시피 힘들다가
겨우 살아나다’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이 ‘죽살다’의 예시를 보여주는 자료로, ‘그듸 이제 죽살 해 가니
(그대 이제 죽살 땅에 가니)’는 죽다 살아날 만큼 힘든 땅으로 가는 것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서유록」 『경성유록』
김씨 부인 / 1910년대
18.0cm×26.5cm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강릉에 사는 52세의 김씨 부인이 1913년 강릉 장현에서
서울로 여행한 37일간의 여정을 한글로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기록 곳곳에서 강릉 방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2부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문학 작품과 기록 속 방언을 통해 방언에 담긴 삶의 풍경을 그려봅니다. 문학어로 쓰인 지역 방언은 시간과 공간, 분위기, 인물의 정서와 심리, 사건 등을 그려내는 데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유람기, 유배기, 일기 등 낯선 풍경에 대한 기록에서도 그곳의 문화와 정서를 보여주는 지역 방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3부 ‘캐어 모으는 말’에서는 방언 보전을 위한 노력을 조명합니다.
발로 뛰며 방언을 캐어 모으고 연구한 학자들의 열정과 강릉 방언을 지키고 강릉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방언은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화하면서 사라지거나 그 모습을 달리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3부에서는 방언의 생생한 말소리를 기록해 보전하는 기록문화유산으로서 한글의 가치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와 함께 즐기면 좋을 강릉의 명소
① 강릉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오죽헌·시립박물관
전시가 열리는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은 오죽헌의 정취를 느끼고 강릉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복합 공간입니다.
오죽헌 주변으로 강릉시립박물관, 강릉화폐전시관, 율곡기념관, 율곡인성교육관 등이 운영 중이며,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그리고 그 후손들이 남긴 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기간 중 오죽헌·시립박물관 야외공연장에서는 야간 상설 공연 <풍류야(夜)>가 개최됩니다.
7~8월 매주 금·토요일과 공휴일에 강릉 농악, 전통 마당극, 국악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공연 기간에는 야간에도 전시장이 운영되니, 전시 관람과 공연을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② 강릉에서 피어난 한글 문학의 발자취,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
▲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
강릉 초당동에는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최고의 여류 문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허난설헌 남매를 기리는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남매의
생가터, 기념관, 전통차 체험관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 서울에서 간행된 『홍길동전』
허균 / 조선 후기
20.5cm×29.3cm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은 적서 차별, 불교계의 부패,
정치 관료들의 부정 등 사회 부조리를 과감하게 비판하고
이에 맞서는 홍길동의 영웅적인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는 허균이 생전에 펼치고자 했던 뜻을 문학으로 남긴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를 통해 강릉의 말맛을 느끼셨다면, 한글 문학이 피어난 곳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에 들러 한글 문학으로 강릉을 빛낸 남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세요.
강릉에서 태어난 한글 문학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홍길동전』과 『규원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오죽헌·시립박물관에서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도 관람하고, 해질녘 야외에서 펼쳐지는 공연도 즐겨보세요.
전시 관람 후에는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으로 걸음을 옮겨 강릉의 말맛과 문학이 어우러진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