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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시 사진.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진이다. 검정 기와지붕을 얹은 여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다. 박물관 주위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펼쳐져 있다. 사진 왼쪽 하단에는 하늘색 박스 안에 ‘기획기사’ 문구가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기사의 제목 ‘강릉에서 펼쳐지는 팔도 방언의 말맛, <사투리는 못 참지!> 강릉 순회전시 개최’가 쓰여있다.
기획 전시
강릉에서 펼쳐지는 팔도 방언의 말맛
<사투리는 못 참지!> 강릉 순회전시 개최
기획 전시

강릉에서 펼쳐지는 팔도 방언의 말맛
<사투리는 못 참지!> 강릉 순회전시 개최

지난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방언 관련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조명한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가 강릉의 말맛을 더해 오죽헌·시립박물관에서 개최됩니다. 전시는 7월 9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어지며,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분홍색 박스에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기간, 장소, 주최가 적혀있다. 왼쪽에는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로고가 그려져 있다. 전시 기간: 2025.7.9.(수) ~ 8.31.(일) / 장소: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 / 주최:국립한글박물관,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

우리의 진짜 말 방언, 방언을 보전하는 한글의 힘

올해로 시 승격 70주년을 맞은 강릉은 지역 언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뜨거운 도시입니다. 강릉에서는 1993년부터 매해 강릉단오제 기간 중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사)강릉말(사투리)보존회는 강릉 방언 자료 발간, 강릉 사투리 도전 골든벨, 사투리 퀴즈 대회 개최 등 강릉 방언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작년 강릉에서 <찾아가는 사투리 이야기 콘서트–마커 강릉말로 지거레>를 개최한데 이어, 올해는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첫 번째 순회전시를 강릉에서 열어 우리말의 다양성을 알리고 언어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자 합니다.

<사투리는 못 참지!>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방언에 대한 인식 변천과 옛 문헌 기록에서부터 현대의 미디어 콘텐츠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지역 방언의 말맛과 특징을 선보입니다.

전시가 개최되는 강릉 지역은 하나의 시(市)를 방언권으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독자적인 언어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표준어로 대체할 수 없는 강릉 방언에만 있는 어휘와 옛 국어의 흔적을 간직한 강릉 방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두시언해’의 책 표지와 내부 사진이다. 고서라 표지가 많이 닳아 있고,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어 있다.『두시언해』 권8
유윤겸(1420-?), 의침 등 언해 / 1481년
18.2cm×27.9cm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강릉에서는 ‘죽살다’를 ‘죽다시피 힘들다가
겨우 살아나다’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이 ‘죽살다’의 예시를 보여주는 자료로, ‘그듸 이제 죽살 해 가니
(그대 이제 죽살 땅에 가니)’
는 죽다 살아날 만큼 힘든 땅으로 가는 것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유록’, ‘경성유록’의 책 표지와 내부 사진이다. 고서라 표지가 많이 닳아 있고,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어 있다.「서유록」 『경성유록』
김씨 부인 / 1910년대
18.0cm×26.5cm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강릉에 사는 52세의 김씨 부인이 1913년 강릉 장현에서
서울로 여행한 37일간의 여정을 한글로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기록 곳곳에서 강릉 방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분홍색 박스에 이익섭 교수의 ‘강릉의 무형문화유산’에 실린 ‘강릉 사투리’의 한 대목이 인용되어 적혀있다. 강릉 방언은 우리로 하여금 언어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게 해 준다.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말에 대해 바라보던 시야를 넓혀 준다. 국어사전에서 그 처리가 미흡하였던 점을 일깨워 주고,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숙제를 풀게 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죽어가는 단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아직 싱싱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2부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문학 작품과 기록 속 방언을 통해 방언에 담긴 삶의 풍경을 그려봅니다. 문학어로 쓰인 지역 방언은 시간과 공간, 분위기, 인물의 정서와 심리, 사건 등을 그려내는 데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유람기, 유배기, 일기 등 낯선 풍경에 대한 기록에서도 그곳의 문화와 정서를 보여주는 지역 방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유정의 ‘동백꽃’ 소설 표지와 내부 사진이다. 표지에는 노란색 한복 저고리를 입은 여성과 여성 뒤로 동백꽃이 함께 그려져 있다.『동백꽃』
김유정 / 1953년
13.0cm×18.5cm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김유정 소설의 ‘동백꽃(동박꽃)’은
강원도에서 ‘생강나무꽃’을 의미합니다.
소설 속 ‘노란 동백꽃’,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 등의
표현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언별집’의 표지와 내부 사진이다. 고서라 표지가 많이 닳아 있고,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어 있다.『기언별집 記言別集』 권1
허목 / 1689년
20.1cm×29.7cm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허목이 강원도에 지방관으로 파견되어
경험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데,
강원도 인제 사람들의 말에 대해 ‘말소리가 거칠고 높아
왁자지껄하다(語聲高軋雜喧豗)’라고 표현했습니다.

3부 ‘캐어 모으는 말’에서는 방언 보전을 위한 노력을 조명합니다. 발로 뛰며 방언을 캐어 모으고 연구한 학자들의 열정과 강릉 방언을 지키고 강릉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방언은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화하면서 사라지거나 그 모습을 달리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3부에서는 방언의 생생한 말소리를 기록해 보전하는 기록문화유산으로서 한글의 가치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익섭 교수의 ‘방언 조사 노트’ 사진이다. 스프링 제본된 노트 세 권이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과 가운데 노트는 겉표지가 보이고, 오른쪽 노트는 펼쳐진 상태로 속지가 보인다.방언 조사 노트
이익섭 / 2010년대
좌)20.0cm×26.5cm 우)21.5cm×27.0cm / 개인 소장

국어학자 이익섭이 대학교수 퇴임 후
강릉 방언사전을 만들기 위해 현장을 조사한
내용이 담긴 노트입니다.

‘방언 화자의 음성이 담긴 테이프’ 사진이다. 오래된 테이프가 줄지어 진열되어 있다.방언 화자의 음성이 담긴 테이프
1970년대 이후
개인 소장

지역 방언 화자의 음성이 담긴 테이프들로, 국어학자 곽충구의 집에
보관 중인 수많은 자료 중 일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방언 연구의 방대함과 방언 연구자들의 끈기,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시와 함께 즐기면 좋을 강릉의 명소

① 강릉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오죽헌·시립박물관

전시가 열리는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은 오죽헌의 정취를 느끼고 강릉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복합 공간입니다. 오죽헌 주변으로 강릉시립박물관, 강릉화폐전시관, 율곡기념관, 율곡인성교육관 등이 운영 중이며,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그리고 그 후손들이 남긴 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오죽헌’ 외관 사진이다. 목조 기둥과 흰 벽면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옥 건물 한 채가 중심에 있다. 그 주변을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오죽헌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집이며,
조선 15세기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건물 중 이른 시기의 주택으로,
당시의 주택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 자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강릉시립박물관’ 내부 사진이다. 유리벽 너머에 넓은 공간이 있고, 그 안에 옛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강릉시립박물관

율곡 이이와 허균, 허난설헌 등 강릉 관련 인물들과
금강산 관련 자료, 지역 출토 주요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기간 중 오죽헌·시립박물관 야외공연장에서는 야간 상설 공연 <풍류야(夜)>가 개최됩니다. 7~8월 매주 금·토요일과 공휴일에 강릉 농악, 전통 마당극, 국악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공연 기간에는 야간에도 전시장이 운영되니, 전시 관람과 공연을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② 강릉에서 피어난 한글 문학의 발자취,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 외부 사진이다. 한옥이 한 채 있으며, 건물 정면에는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이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

강릉 초당동에는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최고의 여류 문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허난설헌 남매를 기리는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남매의
생가터, 기념관, 전통차 체험관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간행된 홍길동전’을 펼쳐보인 사진이다. 오른쪽 면은 여백이고, 왼쪽엔 한글로 쓰인 홍길동 소설이 적혀있다.서울에서 간행된 『홍길동전』
허균 / 조선 후기
20.5cm×29.3cm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은 적서 차별, 불교계의 부패,
정치 관료들의 부정 등 사회 부조리를 과감하게 비판하고
이에 맞서는 홍길동의 영웅적인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는 허균이 생전에 펼치고자 했던 뜻을 문학으로 남긴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를 통해 강릉의 말맛을 느끼셨다면, 한글 문학이 피어난 곳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에 들러 한글 문학으로 강릉을 빛낸 남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세요. 강릉에서 태어난 한글 문학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홍길동전』과 『규원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오죽헌·시립박물관에서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도 관람하고, 해질녘 야외에서 펼쳐지는 공연도 즐겨보세요. 전시 관람 후에는 허균·허난설헌 기념 공원으로 걸음을 옮겨 강릉의 말맛과 문학이 어우러진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