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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사진. 제44회 세종문화상을 수여한 이대로 대표의 사진이다. 파란색 한복을 입은 이대로 대표가 중앙에서 밝은 미소를 짓고 있고, 양손으로는 상장을 들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는 흰색 상의를 입은 아내가 서있으며, 왼쪽으로는 연한 하늘색 한복을 입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있다. 왼쪽 하단에는 주황색 박스 안에 ‘반갑습니다’ 문구가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기사의 제목 ‘한평생 걸어온 한글운동 외길,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가 쓰여있다.
반갑습니다
한평생 걸어온 한글운동 외길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
반갑습니다
한평생 걸어온 한글운동 외길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

한자 혼용 반대운동, 한글날 국경일 제정,
국회 휘장과 이름패의 한글화, 국립한글박물관 건립 추진까지.
지난 60여 년간 한글이 걸어온 길 곳곳엔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의
땀과 열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데 헌신해 온
이대로 대표를 만나, 그가 걸어온 한글운동의 여정을 되짚으며
한글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60여 년의 한글 사랑

인터뷰어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안녕하세요. 저는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대로입니다. 1967년 국어운동대학생회를 설립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글전용정책을 펴도록 한 것을 시작으로, 58년간 한글 운동에 앞장서 왔습니다. 1972년부터 18년 동안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회장을 맡아 40여 개 대학 학생 모임을 이끌며 한자 혼용 반대운동을 이끌었고, 이후 한자로 된 국회 휘장과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게 했습니다. 1990년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뺀 뒤에는 ‘한글날 국경일 제정 국민위원회’(위원장 전택부) 사무총장으로, 국회 신기남 의원과 함께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을 하며,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07년에 중국 절강월수외대에 한국어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그 학교에 ‘세종학당’ 간판을 처음 걸고, 한글문화 큰잔치를 열었습니다. 그때 정부에 세종학당 사업과 국립한글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게 했으며, 한글날 공휴일을 되찾고,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 일대를 한글문화 관광지로 만들자는 ‘한글 마루지 사업’을 건의했습니다. 지금은 영어 마구쓰기 반대, 우리말 살리기, 세종대왕 나신 곳 찾기, 경복궁 광화문 한글 현판 달기 운동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한결 김윤경 선생’ 동상 옆에서 웃고 있는 이대로 대표 사진이다. 이대로 대표는 정장을 입고 있다.

인터뷰어

대표님께서 한글사랑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1962년, 농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자 예산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정부가 한글로 만들던 교과서를 일본처럼 한자 혼용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생님께선 농업 시간에 ‘거름주기’, ‘가지치기’, ‘꽃따기’, ‘과일 열매 솎아주기’ 같은 우리말 용어를 ‘시비’, ‘전지’, ‘적화’, ‘적과’와 같은 한자 용어로 바꾸어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농업 시간이 마치 한자를 공부하는 시간처럼 되어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농업 전문 서적을 빌려보려고 해도, 일본어로 된 책이거나 한자가 혼용된 책이 대부분이었고 우리 말글로 된 책은 없었습니다. 그때 국어정책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농사가 아닌 대학교에 가서 국어 독립운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학 입시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하지 못했고, 혼자서 다시 대학 진학에 도전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글학자 김윤경 교수님께서 신문에 기고한 ‘국어정책’이라는 글을 읽게 됐습니다. 큰 감명을 받아 제 고민을 담아 편지를 드렸더니 교수님께서 ‘포기하지 말고, 대학에 가서 국어학계에 이름을 남기라.’라는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응원에 힘입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한 국어 독립운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대표가 김윤경 교수님에게 받은 편지 사진이다. 왼쪽은 편지지 위에 직접 쓴 손편지이고, 오른쪽은 해당 편지를 담았던 봉투이다. 종이 봉투는 갈색이고, 오른쪽 윗부분이 찢어져 있다.

이대로 대표가 김윤경 교수님에게 받은 편지 사진이다. 왼쪽은 편지지 위에 직접 쓴 손편지이고, 오른쪽은 해당 편지를 담았던 봉투이다. 종이 봉투는 갈색이고, 오른쪽 윗부분이 찢어져 있다.

▲ 김윤경 교수님에게 받은 편지
인터뷰어

현재 한말글문화협회의 대표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협회가 어떻게 설립되었으며, 그동안 어떤 활동을 중심으로 이어오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한말글문화협회는 한글학회 부설 한글 운동 모임입니다. 한글학회는 1908년 주시경 선생이 ‘국어연구학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하면서부터 학술 활동만 하는 학회가 아니라 국어 독립운동을 하는 민족운동 단체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어학회’라는 이름으로 한글날 제정, 한글맞춤법과 로마자 표기법, 표준말 정비, 국어사전 편찬에도 힘썼습니다. 이는 우리 말과 글의 독립을 이루기 위한 운동이었습니다.

1942년엔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일본 경찰에 끌려가서 옥고를 치렀고, 그 과정에서 모진 고문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분도 계셨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한글로 교과서를 만들고 공문서를 작성하면서, 우리 말글이 나라의 공식 문자로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5.16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식 한자 혼용 세력이 다시금 한글 사용을 방해했습니다. 이에 맞서 국어운동대학생회가 조직되었으나 역부족이었고, 결국 1974년, 한글학회 내 ‘한글문화협회(회장 주영하)’를 창립해 한글 운동을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2005년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한 뒤에 한글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함께 살리고 빛내자는 취지에서 협회 명칭을 ‘한말글문화협회(회장 문제안)’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한말글’이란 말은 주시경 선생께서 1910년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자, ‘국어’나 ‘국문’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어, 우리말을 ‘한말’, 우리 글자를 ‘한글’이라고 새롭게 이름 붙인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널리 알려졌지만, ‘한말’이라는 말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김영삼 정부 시절, 영어와 한자 조기교육 정책이 시행되면서 우리말이 위축될 위기에 처하자, ‘한말’과 ‘한글’을 함께 지키자는 뜻에서 ‘한말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협회 명칭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제가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국어 독립운동 분야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빛내는 것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

인터뷰어

평생을 우리 말과 글의 발전을 위한 시민운동을 펼치고 이끌어 오셨는데요. 가장 보람차거나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보람차고 기억에 남는 활동이 여러 개 있지만, 그중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한자 혼용 세력과 ‘문자전쟁’이라 불리는 싸움에서 선봉장 역할을 맡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승리로 이끈 일입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고 공휴일로 되찾은 일이나, 중국대학에 가서 태권도장을 만들고 한글문화 큰 잔치를 열어 세종학당과 국립한글박물관 설립을 건의한 일 역시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입니다. 이 밖에도 국회와 지자체의 한자 휘장·명패, 한국은행 현판 등을 한글로 바꾸게 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또한, 신문사에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제안해 모든 신문이 가로쓰기로 바뀌는 계기를 만든 일 그리고 1968년부터 제 이름부터 스스로 '이대로'라고 한글 이름으로 바꾸고, 한글 이름짓기 운동을 해온 것도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꼽고 싶습니다.

이대로 대표가 중국 절강월수외대에 가서 만든 태권도장 사진이다. 상단에는 전통적인 붓글씨체로 쓰인 다섯 개의 한글 글자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월', '수', '태', '권', '도' 순서로 걸려 있다. 아래 네 개의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는데, ‘대한태권도협회’, 태극기, 중국 국기, ‘세계태권도연맹’ 순서이다.▲ 이대로 대표가 중국 절강월수외대에 가서 만든 태권도장

한글날 공휴일 되찾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이대로 대표 사진이다. 이대로 대표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라는 글이 적힌 하늘색 셔츠를 입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 옆에 서명을 하고 있는 양복 입은 두 남성이 보인다.▲ 한글날 공휴일 되찾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이대로 대표

인터뷰어

지난 5월 15일, ‘제44회 세종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으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고등학생 때부터 한자로 해방된 한글 나라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지난 60여 년간 국어 독립운동에 힘써 왔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국수주의자라는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 말과 글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부모, 형제나 처자식을 돌보는 일보다 국어 운동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아왔기에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해 주니 깊은 위안이 됩니다. 상을 받기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날 함께 애써주신 스승님들, 선배님들, 뜻벗(동지)들 덕분에 이런 귀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상은 앞으로 제가 죽는 날까지 한글을 지키는 일에 더욱 힘쓰라는 격려이자 채찍으로 여기겠습니다.

제44회 세종문화상 대통령 표창 수상한 이대로 대표 사진이다. 이대로 대표는 푸른색의 전통 한복을 갖춰 입고 있으며,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다. 그 옆에는 흰색 계열의 단정한 옷을 입은 부인이 표창장을 들고 서있다. ▲ 제44회 세종문화상 대통령 표창 수상한 이대로 대표

인터뷰어

한글과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우리에게는 우리말이 있고, 우리 글자인 한글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조차 제 나라말과 글로 짓지 않고, 쓰지도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는 사람 이름부터 회사명, 상품명까지 우리 말글로 짓고 바르게 적어야 합니다.

한글은 조선시대에 태어난 뒤 400여 년 동안 제대로 쓰이지 못했지만, 광복 이후에야 비로소 그 진가를 인정받고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거의 ‘한글나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한자를 써야 유식하고 전통을 잇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는 일본 식민지 국민 교육에 길든 생각입니다. 더구나 요즘엔 일본 한자뿐 아니라 영어를 일상에서 남용하는 추세라 안타깝습니다. 지금이라도 일본식 한자 말을 우리말로 바꾸고, 그것을 한글로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빛내려는 사람이나 모임을 헐뜯는 대신, 힘을 모아 응원해야 합니다. 이 일은 많은 돈이나 권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

마지막으로 대표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한글은 과학적이고 민주적이며 자주적인 글자로서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자 자존심이며, 한겨레의 상징입니다. 한글이 살아야 대한민국과 한겨레도 함께 살아나고 빛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글은 우리말을 적는 데만 쓰이고 있으며, 그 우수한 특징과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자동 통번역기 개발이나 인공지능 발전에 한글을 활용하면 우리 삶이 더 풍족해질 거로 생각합니다.

한글이 오늘날처럼 널리 쓰이기까지는 결코 저절로 된 일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한자 숭배 세력과 치열하게 싸운 끝에 이뤄낸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빛내야만 합니다.

정부는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 광화문에 훈민정음체로 한글 현판을 달고,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님이 태어난 곳을 찾아 ‘한글문화 발전기지’로 꾸며 한글을 더욱 빛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먼저 한글을 소중히 쓰고 가꾸어야 외국인도 한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제 한글은 단순히 우리 민족의 문자가 아니라, 인류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한글날과 세종대왕 나신 날을 우리나라 국민뿐 아니라, 온 인류가 모두 경축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잔칫날로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